집 내어준 구치소 동기…살해 이유는 게임아이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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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12월 10일 0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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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치소에서 호감을 느끼고 친하게 지낸 사이였다. 출소 후에도 오갈 데가 없자 기꺼이 집을 내어준 고마운 친구였다. 그런 친구의 목숨을 빼앗은 이유는 계좌에 있던 193만원과 게임아이템이었다.

A씨(30)는 사기죄로 구치소에서 생활하던 중 B씨(33)의 성품에 호감을 갖고 친분을 쌓았다. 지난해 10월 출소 후 가장 먼저 전화해 만난 것도 B씨였다.

한 제조업체에 취직한 A씨는 “회사에 구치소에 다녀온 사람이 있다”는 소문이 돌자 신분이 들통날 것이 염려돼 출근하지 않고 매일 B씨의 집으로 향해 낮술을 먹는 등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냈다.

그렇게 생활비 마련이 어려워지고 모친에게서도 압박을 받자 A씨는 B씨의 돈을 훔치기로 마음먹는다.

A씨는 B씨의 집으로 가 평소 알고 있던 B씨의 휴대전화 패턴을 해제한 후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을 실행해 잔액 193만원을 여자친구 C씨 계좌로 입금했다. B씨에겐 해킹당했거나 은행 오류라며 거짓말할 생각이었다.

A씨는 B씨가 경찰에 신고했다는 말에 돈을 되돌려주려 했지만 B씨의 휴대전화로 게임 아이템을 더 결제할 수 있다는 생각에 그를 살해하기로 마음먹는다.

A씨는 구치소 사동 도우미로 일하면서 몰래 훔쳐 나온 향정신성의약품과 수면제, 신경안정제 등 12정을 이용한다. 이들 약품을 절구에 빻아 가루를 낸 다음 양주에 부어 B씨에게 먹이기로 한 것이다.

A씨는 B씨의 집으로 가 B씨에게 약품을 탄 양주를 권했고 잠이 든 B씨의 얼굴을 이불로 덮어 살해한다.

이어 휴대전화 패턴을 해제하고 게임 앱을 설치한 후 115만원 상당의 아이템을 결제한다. 그것으로 모자랐는지 카드사의 단기대출을 신청해 154만원을 입금받은 후 자신의 계좌로 이체했다. A씨가 B씨에게서 뺏은 금액은 총 462만원에 불과했다.

A씨의 범죄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범행 흔적을 없애기 위해 B씨가 담배를 피우다가 불이 난 것처럼 꾸미기로 한 것이다. B씨의 담배에 불을 붙여 소파에 놓았지만 불길로 번지지 않자 라이터를 이용해 직접 불을 냈다.

울산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박현배 부장판사)는 강도살인과 현존건조물방화, 사체손괴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기징역과 20년 위치추적 장치 부착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출소 후 일을 그만 두고 갈 곳이 없게 된 피고인에게 피해자가 자기 집에 머물 수 있도록 호의를 베풀었는데도 살인을 저질렀다”며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피해자 주거지에 불을 붙이고 사체를 손괴하는 등 범행 동기와 방법, 결과를 보면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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