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진 물폭탄에 한계 드러난 시설물들, 폭우 피해 막으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11일 19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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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에 많은 비를 뿌린 정체전선이 남하하며 대구·경북에도 많은 비가 예보된 가운데 10일 오후 대구 북구 대현동 주택가에서 상수도 노후 관로 교체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폭우 피해가 없도록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2022.8.10/뉴스1
수도권에 많은 비를 뿌린 정체전선이 남하하며 대구·경북에도 많은 비가 예보된 가운데 10일 오후 대구 북구 대현동 주택가에서 상수도 노후 관로 교체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폭우 피해가 없도록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2022.8.10/뉴스1
최근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에 시간당 100mm 이상의 강한 비가 쏟아진 가운데 폭우 속 도심 곳곳에서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고스란히 드러났다. 서울 서초동에선 남매가 맨홀에 빠져 숨지거나 실종됐고, 산사태로 아파트·학교 옆 축대가 무너지는가 하면 9호선 동작역을 비롯한 지하철역이 물에 잠겨 운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서울시가 10일 빗물터널 추가 건설과 강우 처리 능력을 시간당 100mm 이상으로 늘리는 등 장기적 대책을 내놨지만 전문가들은 당장 시민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조치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 저지대 차수판 설치 의무화해야
서울 강남역 인근 등 폭우 때마다 비 피해가 심각한 저지대 등에는 빗물이 시설물 내부에 밀려드는 것을 차단하는 차수판 설치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현재 차수판 설치가 의무가 아닌 탓에 저지대 지하철역도 차수판이 없는 곳이 적지 않다. 동작역의 경우 9개 출입구 중 지대가 낮은 곳에 있는 1곳에만 차수판이 있다. 역에 차수판이 있다 해도 높이가 30~35cm 정도여서 이번과 같은 폭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반 빌딩 역시 대부분 차수판이 설치돼 있지 않는 탓에 이번 폭우처럼 지하 주차장에 차를 살피러 갔다가 아까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되풀이되고 있다. 2011년 우면산 산사태가 있었던 서울 서초구 등이 건물 신축 시 차수판 설치를 의무화했지만 기존 건물에 대한 설치 유도 정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최돈묵 가천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모든 곳에 차수판 설치를 의무화 할 필요는 없지만 저지대만이라도 지하철역 등을 중심으로 차수판을 반드시 설치하도록 하고 차수판 높이도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빗물받이 등도 평소 이물질이 쌓이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 맨홀 그물망 등 안전장치 마련해야
폭우 때면 ‘거리의 지뢰’로 돌변하는 맨홀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맨홀 뚜껑은 무게가 40~160㎏인데 집중호우 땐 관로 내부 수압이 높아지면 위로 튕겨나갈 수 있다. 현재 서울시 상·하수도 등이 지나는 맨홀은 총 62만4318개에 이른다.

먼저 맨홀 뚜껑이 떨어져나갈 소지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폭우 시 맨홀이 아래서 수압을 덜도록 구멍이 한 개가 아니라 많이 뚫린 맨홀을 쓸 필요가 있다”고 했다.

비가 많이 올 때는 맨홀 주변에 가지 않는 것이 좋지만 침수 땐 위치가 잘 파악되지 않는 만큼 별도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조성일 대도시방재안전연구소장은 “배수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맨홀 뚜껑 아래 안전 그물망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안전 그물망은 보통 관로 공사를 할 때 작업자 추락 방지를 위해 설치되는 그물이다. 이 그물을 맨홀 뚜껑 아래 설치해놓으면 유사시에도 보행자가 빨려들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 투수블록 늘리고 산사태 보호벽 세워야
인도 등의 포장에 빗물이 잘 스며드는 특성을 지닌 투수(透水) 블록과 투수 콘크리트 등의 사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장석환 대진대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보행로, 공원, 건물 주차장 등에 물이 잘 스며드는 투수블록이나 잔디블록을 깔면 상대적으로 하수로 몰리는 물의 양은 줄게 돼 있다”면서 “도시계획 단계에서부터 투수 블록과 투수 콘크리트를 사용해 투수면적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는 “투수 블록을 깔면 덤으로 토양 생태환경이 좋아지는 효과도 있다”면서 “(일반 콘크리트 보다) 값이 좀 비싸고, 시공이 까다롭지만 (최근 집중 호우가 잦아지는 추세에 따라) 사용 확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산사태 위험지역의 경우 보호벽을 세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산 바로 아래 주택이 있는 지역에 2m 높이의 철근 콘크리트 보호벽을 만들면 유사 시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면서 “대규모 산사태를 제외하면 대체로 쓸려 내려오는 흙의 두께가 1m 미만이기 때문에 그 정도면 흙 무게를 견딜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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