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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지식재산권 선제 확보로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지원하겠다”

입력 2022-08-11 03:00업데이트 2022-08-11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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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실 특허청장 인터뷰
특허 우선심사제로 기간 대폭 단축… 빠른 취득으로 글로벌 시장서 우위
빅데이터 분석으로 지원 강화하고… 라이벌 기업 기술경쟁 동향 파악
반도체산업 전략수립에 도움줄 것
이인실 특허청장은 10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반도체 산업 경쟁력의 핵심은 기술 혁신이고, 기술 특허 취득으로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며 “반도체 기술 우선심사 등을 통해 국내 반도체 산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특허청 제공
“지식재산 행정이 국가 전략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돕는 강력한 지원군이 돼야 한다.”

이인실 특허청장은 10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앞으로 5년 동안 전력투구할 분야로 반도체 중심의 4차 산업혁명을 꼽았다”며 “반도체 산업계가 빠른 지식재산 취득으로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 청장은 “반도체 핵심 기술 인력 양성이 중요하지만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특허를 침해하면 무용지물”이라며 “반도체 특허 우선심사제로 심사 기간을 대폭 단축하고 심사의 정확성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이 청장은 변리사 출신으로 특허청 역사 73년 만에 5월 31일 첫 민간 전문가 출신 수장이 됐다. 그로부터 반도체 산업 지원과 지식재산 국제협력, 변리사 소송대리, 기업 지원 대책 등에 대해 들어봤다.

이 청장은 “우선심사 인력으로 반도체 분야의 퇴직한 민간 전문 연구 인력을 특허심사관으로 채용해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이 방안이 정부의 ‘작은 정부’ 정책과 충돌하지 않는다는 점을 관계 부처에 설득력 있게 설명하겠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우선심사로 반도체 특허심사 기간이 얼마나 단축되나.

“평균 1년 이상(12.7개월) 걸리던 반도체 특허심사 처리 기간이 2개월 반으로 대폭 줄어든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화두인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특허청의 다각적인 지원책 중 하나다. 우선심사로 심사 기간이 단축되면 반도체 산업계는 빠른 특허 취득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기존 특허심사 인력으로 가능한가.

“그렇지 않다. 이렇게 심사 기간을 대폭 줄이려면 전문 심사 인력을 많이 확보해야 한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해당 분야의 퇴직한 민간 연구 인력을 특허심사관으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이들은 첨단기술 이해도가 높아 심사 속도와 질을 효율적으로 높일 수 있다. 현장 경험이 많아 단기간 교육으로 특허심사에 투입이 가능하다.”

―반도체 산업계가 이 계획을 환영한다는데….

“국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4사의 연간 퇴직 인원은 1500명, 고경력 연구자의 연간 퇴직 인원은 6500여 명 수준이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퇴직 후 중국을 비롯한 해외 경쟁국에 취업한다. 이를 단순한 취업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것이 첨단 산업 분야에서 인력 유출은 곧 기술 유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기업이 이들 인력을 퇴직 후까지 끌어안고 갈 순 없어 고심이 큰 상황이다.

특허청의 퇴직 연구 인력 활용 방안에 반도체 산업계가 반색하는 이유다. 반도체 인력 유출로 관련 산업이 붕괴한 일본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특허심사관 채용이 현 정부의 작은 정부 정책에 배치되지 않나.

“특허심사관이 공무원이기 때문에 관련 부처가 그런 우려를 가질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신분이 전문임기제 공무원이기 때문에 일반직 공무원 정원에 포함되지 않는다. 공무원연금 부담이 적은 데다 급여는 자체 특허료 수입으로 충당 가능하기 때문에 별도의 재정 부담도 없다.”

―채용이 시급한가.

“관계부처와 협의해 내년 최소 200명의 반도체 전문 특허심사관을 채용하려고 한다. 최대한 조기에 채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들은 첨단 기술의 이해가 높지만 특허심사를 위해서는 별도의 교육이 필요하다. 따라서 연말 채용 일정에 들어가야 선발과 교육을 거쳐 내년부터 활용이 가능하다. 흔히 특허는 기술 개발의 마지막 단계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특허 침해 방지와 연구개발(R&D) 효율성이 강조되면서 특허는 모든 산업에서 귀결인 동시에 시작이라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그 밖의 반도체 산업 지원책은 뭐가 있나.

“특허 빅데이터 분석으로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려 한다. 반도체 특허 발명자 정보를 바탕으로 분야별 핵심 인력과 발명자 평균 연령 변화 등을 분석하면 향후 반도체 인력 양성에 우선적으로 필요한 분야를 제시할 수 있다. 또 주요 반도체 기업의 기술경쟁 동향을 파악해 집중해야 할 기술도 찾아낼 수 있다. 우리와 경쟁하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향후 기술개발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정부가 반도체 산업 전략을 수립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총회에 참석했는데, 어떤 성과가 있었나.

“지난달 중순 열린 회담의 화두는 팬데믹, 디지털 전환, 미국, 중국, 러시아 패권경쟁에 따른 불확실성의 증가 등이었다. 12개국 특허청과 회담을 개최했고, 5건의 지식재산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영국, 캐나다, 몽골, 칠레 특허청과 지식재산권 보호와 인력 양성, 데이터 교환, 특허·상표 심사 등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프랑스와는 특허 출원인이 상대 국가에서 신속하게 특허권을 획득할 수 있게 하는 특허심사하이웨이(PPH) 협약을 체결했다.”

―한국의 지식재산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이 높았다는데….

“한국이 지난 2년간 추진한 디지털 분야의 혁신에 관심이 높았다. 화상디자인, 데이터 및 유명인의 초상 보호 강화 등은 우리가 이슈를 선점하고 있다. 또 미국 등 7개국과 인공지능(AI) 국제콘퍼런스를 진행하면서 AI 이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한국은 지식재산 분야에서도 원조 수혜국에서 원조 제공국이 됐다. WIPO에 출자한 한국신탁기금으로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11월 한-아세안 특허청장회의를 개최하는데….

“개발도상국들은 우리 특허청이 고유 업무인 심사·심판뿐 아니라 지식재산 정책까지 다루고 이를 경제 발전에 성공적으로 접목해온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 올해 11월 아세안 10개국 특허청장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한-아세안 특허청장회의를 개최한다. 한국의 경험을 아세안 등 신흥국에 전수해 동반성장을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기업들을 위해서는 어떤 정책에 집중할 건가.

“지식재산 금융 규모를 올해 7조5000억 원대로 확대(2021년 6조 원)할 계획이다. 직무발명 제도 활성화를 통해 직원의 기술개발 의욕을 고취하겠다. 지식재산 관련 세제 지원을 확대하겠다. 혁신기업에 대해서는 수수료를 경감해 주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특허소송에서 변리사의 공동대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특허침해소송 때 기업들은 변리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할 수 없다. 따라서 중소·벤처기업들은 소송을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형 로펌에 맡기려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허무효심판과 심결취소소송까지 대리해 온 변리사를 침해소송에서도 활용하는 것은 산업계와 과학기술계가 공히 지난 20여 년간 꾸준히 요구해온 사항이다. 지식재산 강국인 일본과 영국, 유럽연합(EU)도 변리사의 소송대리를 인정하고 있다.”

▽이인실 특허청장
△부산 출생(61) △부산대 불어불문학과 졸업, 고려대 법학 박사 △변리사(22회)

△김앤장법률사무소 근무(1985∼1994년) △한국여성변리사회장(1996∼2001년) △국제변리사연맹 한국협회장(2015∼2018년) △한국여성발명협회장(2019∼2021년) △28대 특허청장(2022년 5월∼현재)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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