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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애들 구해줘요” 노모 전화에도… 반지하 일가족 3명 참변

입력 2022-08-10 03:00업데이트 2022-08-10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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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물폭탄]신림동 발달장애 가족 탈출 못해
반려묘 구하려다 반지하서 참변도
화성 컨테이너 거주자 토사 매몰
尹대통령 ‘반지하 참변’ 현장 방문 9일 윤석열 대통령(오른쪽)이 폭우 속에 발달장애인 등 일가족 3명이 숨진 서울 관악구 신림동 빌라를 찾아 창문으로 반지하층을 살펴보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8일 중부지방에 내린 기록적 호우로 빌라 반(半)지하 거주자 등 주거 취약 계층이 잇달아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서울에서는 반지하 주민 4명이 침수로 목숨을 잃었고, 경기에서는 컨테이너 거주자가 토사에 매몰돼 숨졌다.

이날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빌라 반지하에 사는 40대 여성 발달장애인 A 씨와 여동생, 여동생의 10대 딸이 숨졌다. 불어난 빗물이 계단과 창문을 통해 집 안으로 순식간에 쏟아져 들어왔지만 미처 탈출하지 못한 것. 앞서 병원에 입원해 있던 자매의 70대 어머니는 “딸들과 손녀가 위험하니 도와 달라”고 이웃에게 다급하게 구조 요청을 했다. 주민들이 팔을 걷어붙였지만 끝내 창문 방범창을 뜯어내지 못했다.

9일 기자가 이 빌라를 찾아가 보니 창문의 높이가 도로 지면과 거의 같았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이 일대는 성인 기준 정강이에서 허리 정도까지 빗물이 찼다. 계단을 통해 빗물이 순식간에 쏟아져 들어가 수압 탓에 희생자들은 출입문을 열기 어려웠던 것으로 추정된다. 구청에 따르면 A 씨는 기초생활수급자였다.

서울 동작구 성대시장 인근 주택 반지하에서도 B 씨(52)가 집 안에 고립돼 사망했다. 경찰에 따르면 B 씨는 어머니와 함께 침수된 집 밖으로 나왔지만 반려묘를 구하러 다시 집에 들어갔다가 갑자기 불어난 물에 변을 당했다. 인근에 살던 B 씨 동생의 다급한 구조 요청에 이웃들이 구조에 나섰지만 반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에는 이미 물이 배꼽까지 차오른 상황이었다. 이웃 주민 박상철 씨(49)는 “아무리 당겨도 현관문을 열 수 없었다”고 했다. 구청에 따르면 B 씨 역시 기초생활수급자였다.

경기 화성시에서도 9일 오전 반도체장비 공장에서 일하는 40대 중국 국적 근로자 C 씨가 기숙사로 쓰이는 컨테이너 1층에서 잠을 자다가 폭우로 흘러내린 토사에 묻혀 숨졌다. 소방대원이 출동해 오전 8시경 구조했지만 이미 숨진 상태였다. 경찰 관계자는 “전날부터 이어진 폭우로 3t 정도의 토사가 흘러내리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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