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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코인 투자 도울게”…해외썸녀에 당했다, ‘로맨스스캠’ 사기

입력 2022-08-10 03:00업데이트 2022-08-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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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서 호감산 뒤 돈 뜯는 신종 수법
작년 피해액 20억… 1년 새 5배 급증
자금 추적 힘든 가상자산 악용
한국인 상대 범죄 사례 늘어
“SNS로 낯선 외국인 만남 주의를”
“당신이 서울 여행 가이드를 해줘요. 나는 투자를 도와줄게.”

회사원 이모 씨(35)는 지난달 초 데이트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안나’라는 이름의 여성을 알게 됐다. 그녀는 중국 칭화대를 졸업한 뒤 싱가포르에서 작은 전자상거래 회사를 운영하는 서른 살 여성이라고 소개했다. 사진 속 모습은 이 씨의 이상형이었다.

휴가차 8월에 서울에 온다는 안나와 이 씨는 빠르게 가까워졌다. 자동 번역이 되는 메신저를 사용하니 언어 장벽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안나는 가상자산 선물 투자로 큰 수익을 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30분 만에 1만 달러를 벌어들인 거래 화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 씨가 관심을 보이자 안나는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의 계좌 개설 방법을 알려주며 “소액만 투자하라”고 권했다.

안나의 매수, 매도 지시를 따르니 이 씨가 투자한 50만 원은 이틀 만에 2배로 불었다. 안나에 대한 신뢰와 투자 욕심이 생긴 이 씨는 2000만 원을 추가로 넣었다. 하지만 이튿날 앱에서 안나의 계정은 사라졌다. 놀란 이 씨가 거래소에서 돈을 빼려고 했지만 인출이 되지 않았다. 가짜 거래소였던 것이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이용해 이성의 호감을 산 뒤 돈을 뜯어내는 신종 사기 수법인 ‘로맨스스캠’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로맨스스캠은 외국인이 내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례가 많고 자금 추적이 어려운 가상자산이 많이 이용돼 주의가 요구된다.

9일 국가정보원 국제범죄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신고된 로맨스스캠 피해 규모는 20억7000만 원으로 2020년(3억7000만 원)에 비해 5배 가까이 급증했다. 센터에 신고되지 않은 사건까지 더하면 피해액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에서도 2020년 3억7000만 달러 수준이던 로맨스스캠 피해 규모가 지난해 5억4700만 달러로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데이트·소개팅 앱을 이용하는 사람이 급증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에는 비트코인 같은 가상자산이 로맨스스캠의 주요 송금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전체 피해액 가운데 가상자산을 이용한 피해 규모가 1억3900만 달러로 가장 많았다. 가상자산은 국가 간 이동이 쉬운 데다 추적하기는 어려워 국제 범죄에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가상자산 커뮤니티와 금융소비자연맹 등에는 최근 이 씨와 비슷한 방식으로 로맨스스캠을 당했다는 사연이 잇따르고 있다. 데이트 앱에서 만난 자칭 ‘동남아 재력가’의 권유로 가짜 가상자산에 3억 원을 투자했다가 돈을 날린 사례도 있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교수는 “피의자가 외국인이면 국내법을 적용한 수사와 처벌이 어렵다”며 “가상자산까지 활용되면 사실상 추적이 어려워 SNS로 낯선 외국인을 만나는 것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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