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모드공유하기
동아일보|사회

尹취임식 참석 ‘국민희망대표’들, 새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은?

입력 2022-05-21 03:00업데이트 2022-05-22 09:02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위클리 리포트]
“아이 마음 편히 키울수 있는 사회를” “나눔, 투명하게 했으면”
국민대표 선정된 각계각층 20명… 尹대통령 취임식 단상에 올라
“시설 나온 아이들 자립 도와줘야”… “지역감정 없는 사회 만들어달라”
“나라 위한 희생, 잘 챙겨주길”… “장애인 향한 편견 사라졌으면”
자녀 13명을 둔 ‘다둥이’ 어머니 엄계숙 씨(58)는 3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한다”는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 관계자가 10일 취임식에 ‘국민희망대표’로 참석해달라고 요청한 것. 엄 씨는 순간 고민에 빠졌다. ‘나같이 평범한 사람이 이런 자리에 가도 되는 걸까….’

엄 씨의 마음을 움직인 건 가족들의 응원이었다. 35세인 큰딸부터 15세 막내딸까지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데, 다자녀 가족이 얼마나 행복한지 국민들에게 보일 좋은 기회가 아니냐”고 한목소리를 냈다. 엄 씨는 본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지만, 가지 많은 나무에 열매도 많다는 걸 꼭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10일 열린 윤 대통령 취임식에서는 북한이탈주민과 장애인 스포츠 선수, 천안함 생존 장병을 비롯한 국민희망대표 20명이 윤 대통령과 단상에 동행했다.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는 △사회통합에 앞장서는 국민 △자랑스러운 우리 시대 숨은 거인 △도전하는 2030세대 청년 △공동체 사랑을 실천한 국민 △대한민국을 세계에 빛낸 국민 △사회 발전에 기여한 국민 등 6가지 주제에 맞춰 국민희망대표 20명을 선정했다.

동아일보는 국민희망대표 중 18명으로부터 취임식 참석 소감과 새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을 16∼18일 들어봤다. 이들은 “‘국민대표’라는 이름에 부담감이 작지 않았지만 누군가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기대를 품고 초청에 응했다”고 입을 모았다. 2명은 개인 사정으로 인터뷰에 응하지 못했다.
○ “희망 가득한 사회 만들어 달라”
참석자들은 대통령 취임식 초청이 작지 않은 응원이 됐다고 했다.

다문화 가정을 위한 통역사로 활동하는 박채은 씨(36)는 캄보디아에서 고등학교 교사로 일하다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한국으로 이주했다. 박 씨는 다문화 가정 자녀들의 자존감을 높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취임식 초청을 받아들였다. 박 씨는 “뉴스를 보며 아들딸들이 너무나 자랑스러워하고 뿌듯해했다. 전국의 다문화 가정 자녀들에게도 조금이나마 행복을 전한 것 같다”며 “아이들이 꿈을 이룰 수 있는 환경을 대통령이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자립 준비 청년(보호종료아동)을 돕는 사회적 기업 ‘브라더스키퍼’를 운영하는 김성민 씨(37)도 초청을 받고 자칫 불필요한 구설에 휘말리진 않을까 걱정돼 며칠을 망설였다. 세 살 때부터 16년간 보육원에서 자란 김 씨는 퇴소 후 자립까지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김 씨는 “대통령이 자립 준비 청년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 같아 고마웠다”고 했다.

국민대표들은 이번 인터뷰를 통해 대통령에게 당부하고 싶었던 말을 전했다.

취임식에 참석한 장애체육인들은 “편견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없는 나라”를 바랐다. 4년 전 교통사고로 왼팔을 잃은 김나윤 씨(30)는 비장애인과 경쟁하는 피트니스 대회에서 3관왕을 차지했다. 김 씨는 “사람들이 자신을 돌볼 여유가 있는 나라를 대통령이 만들기를 바란다”고 했다. 시각장애 스키 선수 최사라 씨(19)는 “국민 모두 자존감이 높고 행복한 나라”를 주문했다.

황해도 출신으로 약 20년 전 한국에 와 전남 강진에서 전복을 양식하는 탈북민 이은영 씨(47)는 “우리나라에 오래 살아 보니 지역감정이 큰 문제라는 걸 느낀다”라며 ‘서로 미워하지 않는 사회’를 주문했다.

27년간 남모르게 기부해 오다가 최근 이름과 얼굴을 드러낸 ‘대구 키다리아저씨’ 박무근 씨(73)는 “정부가 나눔 문화를 더 알리고, 기부 단체를 투명하게 만드는 데 힘을 쏟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설악산 마지막 지게꾼’으로 알려진 임기종 씨(64)는 24년째 장애인 보호시설에 봉사와 기부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아직도 장애인 보호시설이 부족하다”며 “대통령이 소외된 이웃을 돌아봤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서울경찰청 소속 남궁선 경위(44)는 아동·청소년이 포함된 여성 74명의 성 착취 영상을 제작·유포한 디지털 성범죄 ‘박사방’ 사건의 주범 검거에서 활약했다. 남궁 경위는 “불법 촬영 범죄가 크게 늘었다. 새 정부가 이 범죄를 엄중한 사안으로 보고 대처하길 바란다”고 했다.

전환수 씨(33)는 천안함 피격 사건 당시 이병으로 복무한 생존 대원이다. 전 씨는 “천안함 사건과 연평해전의 생존자 및 유가족들이 지금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고통을 겪고 있다”며 “정부가 정신적 피해자도 국가 유공자로 인정해주고, 보호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스마트팜 기술 기업을 창업한 김혜연 씨(37)는 “기후 변화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최근 먹거리 공급이 세계적 문제로 떠올랐다”면서 “농업 생산성 향상 기술을 장려하는 제도적 지원을 부탁한다”고 했다.

바둑 세계랭킹 1위 신진서 씨(22)는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지친 국민들을 잘 위로해 달라”고 당부했다. 배우 오영수 씨(78)는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주문했다.
○ “묵묵히 일하는 모두가 대표”
국민희망대표들은 “진짜 국민대표는 따로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의사 이성구 씨(62)는 코로나19 사태 초기 대구·경북 지역에서 전염병이 확산하자 병원 문을 닫고 현장으로 달려가 의료지원에 나섰다. 이 씨는 “코로나19 기간 분투한 모든 의료진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청각장애인의 인공와우 수술을 후원하는 음악밴드 리더로 5년째 활동하는 김형규 씨(47)도 “(초청을 받고) 주변에 봉사하는 분들이 워낙 많은데, 우리만 이렇게 주목받아도 되는 건가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면서 “앞으로도 지치지 말고 열심히 하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취임식의 최연소 국민대표는 게임기를 사려고 모은 돈을 전부 기부해 전국적 ‘기부 도미노’를 이끈 육지승 군(10)이었다. 육 군은 취임식장에서 만난 ‘대구 키다리아저씨’를 자신의 역할 모델로 꼽으면서 “어려운 사람을 돕고 희망을 주는 꼬마 키다리아저씨가 되고 싶다”고 했다. 공군 헬기 조종사 최덕근 대위(32)는 3월 동해안 산불 진화 작전에서 22회 출동해 32시간 동안 산불을 껐다. 최 대위는 “앞으로도 주어진 임무 완수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수의사 이승진 씨(57)는 2020년 10월 울산 아파트 화재 당시 주민 대피를 유도해 인명 피해를 막았다. 이 씨는 “매일 그런 일을 해내는 소방관, 경찰, 군인들이 진정한 영웅이라 생각한다”며 “우리 사회 곳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모든 이들이 진짜 국민대표”라고 강조했다.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많이 본 뉴스
사회
베스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