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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상하관계에서 소통 잘 하는 법 [고양이 눈썹]

입력 2022-05-14 11:50업데이트 2022-05-14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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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떡처럼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

섬뜩한 내용이 숨어 있는 속담입니다. 누구는 개떡처럼 말해도 괜찮고, 누구는 찰떡같이 알아들어야 합니다.

소통은 평등 관계보다 상하 관계에서 더 많이 일어납니다. 정보가 상호 교류되는 쌍방향보다 일방적인 지시가 훨씬 많죠. 방향에 따라 소통의 모양새는 사뭇 다릅니다. 지시나 통보, 즉 위에서 아래로 메시지가 갈 때는 간단합니다(물론 지시는 간명할수록 좋습니다). 반대로 아래에서 위로 가는 소통, 즉 보고는 꼼꼼합니다. 직장인들이 보고서 작성에 애를 먹는 이유죠.

옛날 회사에선 이런 풍경이 흔했습니다(지금은 보기 드뭅니다). 회의 때 좌장이 지시를 하면 모두들 열심히 받아 적습니다. 좌장이 퇴장한 뒤에는 남은 사람들끼리 “아까 그 말씀이 무슨 뜻이었지?”라며 의중을 알기 위해 고심합니다. 모두가 궁예로 빙의해 독심술을 시전합니다.

2021년 12월


소통은 권력관계를 반영합니다. 타인을 자신의 의도대로 행동하게 할 수 있는 힘, 즉 영향력은 권력의 핵심입니다. 민주주의 이전 사회에선 가장 큰 영향력이 물리적 강제력이었습니다. ‘법보다 주먹’이 통하지 않는 현대사회에선 그럴 수 없죠. 그런데 대화로 소통할 때 폭력적인 모습을 띨 때가 많습니다. 물리적인 폭력이 사라지니 언어폭력이 대신하는 것일까요. 소통이 애매한 구조로 돼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로버트 포즌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자신의 책 ‘그는 어떻게 그 모든 일을 해내는가(Extreme Productivity, 2012년)에서 상하 관계의 소통에 대해 이렇게 충고합니다. 요약했습니다.

“두루뭉술하게 지시하는 상사에겐 캐물어라. 이런 상사는 평소에 별말이 없거나 돌려 말하다가 갑자기 폭탄을 던져 직원들을 당황하게 한다. 업무지시의 목표와 기대가 무엇인지를 물어라. 더 의사소통하라.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요청하라.”

놀랐습니다. 자유스러운 분위기인 줄 알았던 미국인들도 소통에 애를 먹고 있다니….

강자의 화법이 있고 약자의 화법이 있습니다. 위 책 같은 자기계발서의 ’소통‘은 주로 약자의 화법이 주제입니다. 당연하죠. 책을 구매하는 독자들이 대부분 약자일테니까요.

상사라고 소통에 애를 먹지 않을까요. 기업의 임원이나 팀장이신 주변 지인들은 한결같이 “아랫사람들이 말귀를 못 알아먹는다”, “요즘 친구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속상해 하십니다.

저는 포즌 교수의 주장을 거꾸로 적용하면 좋지 않을까 제안합니다. 상사의 의중을 정확하게 캐물어야 하는 것처럼, 지시할 때는 단순하지만 구체적으로 얘기하는 것이죠. 또 지시나 보고를 물리적 억압이라 여기지 않아야 합니다. 업무가 진행되면서부터는 보고와 피드백을 자주 주고받으며 중간 확인을 계속 하고요. 이를 위해선 평소 수평적 관계를 자주 유지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거스 히딩크 축구 국가대표 감독으로 부임하며 스포츠계에 여러 선진기법을 전수했죠. 팀내 소통방식을 바꾼 것도 그 중 하나인데요, 최소한 훈련과 경기에서만큼은 모두가 반말을 쓰도록 했습니다. 명보! 선홍! 고참 선수라고 예외는 아니었죠. 소통 시간도 줄이고, 개인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베이징=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2022 베이징 겨울 올림픽 여자 컬링 선수 경기를 TV로 유심히 봤는데요, 컬링 대표팀도 경기 중엔 모두 반말을 하더군요. 작전타임 때도 코치와 선수 모두 다 반말을 합니다. 1초도 아까운 작전타임 시간에 존칭을 쓰느라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는 의지가 보였습니다. 마치 ’야자 타임‘같아 웃음도 나왔고요. 히딩크가 스포츠계에 미친 영향이 참 컸다는 생각이 들면서 서로 반말을 쓰는 관계, 즉 수평적인 관계가 되면 지위 여부와 관계없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고 부담 없이 당당하게 표현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적극적으로 묻고 확인하는 것. 단순하고 쉬운 것이지만 권력 관계를 고려하면 윗분께 꼬치꼬치 캐묻기 참 애매합니다. 평소에 신뢰관계가 확실하지 않다면 더더욱. 반대로 상사가 직원에게 꼬치꼬치 지시하거나 물어도 ’갑질‘로 여겨질까봐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그래도 어떡하겠습니까. 직접 의중을 서로 확인해야죠.

상사가 보고를 요청하는 것은 일을 방해하거나 압력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빠른 의사결정과 지원을 위한 것이라고 믿으셔야 합니다. 부하가 캐묻는 것은 일이 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내 뜻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임이라고 믿어야 하고요.

2018년 11월

2021년 7월


우리가 친구들과의 수다를 중시하는 이유. 수평적이고 격의 없는 편하게 떠드는 관계. 사실 이게 진짜 소통이죠. 목적의식 없는 소통, 대화를 위한 대화. 이해관계 없는 나눔.

2022년 3월


3개월 뒤 모습입니다. 사장님이 문구를 수정해 놓으셨네요. 소통을 아시는 분이 분명합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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