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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文사저 앞 밤새 ‘국민교육헌장’ 울렸다…주민들 반대 서명 운동

입력 2022-05-12 17:13업데이트 2022-05-12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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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보기문재인 전 대통령 귀향 둘째 날인 11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 문 전 대통령 사저 앞 도로에서 보수단체가 문 전 대통령 비판 시위를 하고 있다. 2022.5.11/뉴스1
한 보수단체가 문재인 전 대통령이 귀향한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에서 24시간 밤샘 집회에 나서면서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평산마을 측은 주민들의 서명을 받아 “야간 집회를 중단시켜 달라”는 진정서와 탄원서를 12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집회를 막을 마땅한 방법이 없다”며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12일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보수단체 ‘벨라도’ 회원 20여 명은 11일 낮 문 전 대통령의 사저와 약 100m 떨어진 도로에서 문 전 대통령을 비방하는 시위를 확성기로 벌였다. 이어 12일 오전 1시경부터 국민교육헌장을 낭독하는 방송을 틀었고, 동이 트자 다시 확성기 시위로 전환했다. 이 단체는 자신들의 ‘밤샘 집회’ 장면을 유튜브로 생중계하고 있다. 이날 양산시와 경찰에 접수된 야간 소음민원 신고만 40건을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경찰은 30명을 배치해 대응에 나섰지만 집회를 막지는 못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단체가 집시법 시행령 14조에 규정된 소음기준을 준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경찰에 따르면 주거지역인 사저 주변의 소음기준은 주간(오전 7시~해지기 전) 65dB(데시벨) 이하, 야간(해진 후~자정) 60dB 이하, 심야(자정~오전 7시) 55dB 이하다.

이 단체는 7분 정도 85~90dB까지 소리를 올리다 이후 25분은 소음을 낮추는 방식으로 시위를 하고 있다. 2020년 12월 소음단속 기준이 등가소음도(10분간 발생한 평균 소음)에서 최고소음도로 판단하게끔 바뀌었지만, ‘1시간 이내 3회 이상 기준 초과 시 위반’이라는 단서 조항이 있다. 경찰이 현장에서 직접 소음을 측정한 결과 이 단체는 소음기까지 활용해 이 조항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규정을 위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집시법은 야간 옥외집회를 원칙적으로 금지했지만 헌법재판소가 2009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합법화됐다. 벨라도는 다음달 5일까지 집회 신고를 내놓은 상태다. 이에 더해 서울에서 내려온 한 1인 시위자도 차량에 확성기 달고 마을을 다니며 문 전 대통령을 비방하는 방송을 하고 있다.

주민들은 “해도 해도 너무 한다. 경찰이 집회를 중단시켜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주민 A 씨는 “낮밤을 가리지 않고 떠든다. 국민교육헌장도 다 외울 지경”이라며 “적어도 밤에 만큼은 조용히 해주는 게 예의 아니냐”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 현장에서 경찰관이 이 단체를 계속 설득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며 “소음기준까지 교묘히 피하고 있어 대응 수단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산=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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