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사업 실무자가 유동규에게 ‘총 맞은’ 이유[법조 Zoom In/대장동 재판 따라잡기③]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29일 16시 00분


코멘트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과 관련해 이달 10일부터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이 사건은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대권 도전에 나서면서 본격적인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동아일보 법조팀은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이 사건에 대한 기록을 역사에 남기기 위해 매주 진행되는 재판을 연재합니다. 이와 함께 여전히 풀리지 않은 남은 의혹들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주 파트장이 제게 자세히 이야기하지는 않았고… ‘총 맞았다’는 표현을 했습니다.”

24일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한 성남도시개발공사 직원 박모 씨는 “2015년 2월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팀 개발계획파트장 주모 씨가 대장동 개발사업 공모지침서에 대해 정민용 변호사에게 문제를 제기했다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에게 질책받은 사실을 아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당시 주 씨는 전략사업팀 투자사업파트장인 정 변호사에게 이메일을 보내 “사업이 잘될 경우 나머지 수익을 (추가로 공사에) 배분할 방법이 있어야 하는데 공모지침서에 그런 부분이 전무하다”는 지적을 한 다음 날 유 전 직무대리에게 질책을 당했습니다. 같은 팀 부하 직원이었던 박 씨에 따르면 주 씨는 당시 “기분이 굉장히 가라앉아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무슨 일이냐”고 묻자 유 전 직무대리에게 심하게 혼났다는 이야기를 했단 겁니다.

박 씨는 또 “유 전 직무대리가 주 씨를 혼내며 ‘어떤 업자랑 이야기를 하고 있길래…’라는 말을 했다고 들었다”고도 전했습니다. 검찰은 유 전 직무대리가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 등 2009년부터 대장동 민간개발을 추진해온 ‘업자’들에게 2013년 약 3억 5000만 원의 돈을 받는 등 일찍이 유착하고 있었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그런 유 전 직무대리가 당시 되레 부하 직원에게 업자들과 유착한 것 아니냐고 몰아세운 것입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양철한) 심리로 열린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4차 공판에는 박 씨와 성남도시개발공사 직원 이현철 씨가 출석했습니다. 이들은 2015년 초 대장동 사업 민간사업자 공모지침서 작성 과정에서 ‘초과이익 환수’를 위한 근거 조항을 포함해야 한다는 내부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상황에 대해 증언했습니다. 화천대유 측에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고 이로 인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손해를 입히게 된 이익배분구조가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빠지게 된 데서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검찰은 피고인들의 배임 혐의를 밝히기 위해 이들이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배제하기 위해 반대 의견을 묵살해왔는지 수사력을 집중해왔습니다.
● “공모지침서 문제 있다” 실무자 의견 묵살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정 회계사는 2015년 1~2월 정 변호사를 만나 공모지침서에 “공사가 추가 이익 분배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포함시켜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민관합동 개발을 하지만 사업 수익이 예상을 뛰어넘어 초과 이익이 나도 공공은 정해진 확정 이익만 가져가라는 겁니다. 정 변호사는 이를 받아들여 초과이익 환수를 위한 근거 조항이 빠진 공모지침서를 작성했습니다.

전략사업팀 소속인 정 변호사는 공고 하루 전 주 씨에게 자신이 작성한 공모지침서를 전달했습니다. 당시 민간사업자 공모 공고 전담 부서는 주 씨가 속한 개발사업1팀이었습니다. 내용을 살펴본 주 씨는 “민간사업자가 초과이익을 독점하지 못하게 추가적인 사업이익 배분 조건을 제시하는 사업자에게 더 높은 점수를 주도록 공모지침서를 수정해야 한다”는 반대 의견을 냈지만 공고는 그대로 진행됐습니다.

얼마 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공사의 이익은 제시한 1차, 2차 이익배분에 한정한다”는 내용이 명시된 ‘민간사업자 공모 서면 질의 답변서’도 작성해 공고했습니다. 초과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뜻을 더 분명하게 표시한 겁니다. 서면 답변서는 민간사업자들의 질의를 취합해 답변을 정리한 것으로, 공모지침서 해석을 둘러싸고 문제가 생기면 가장 우선하는 기준이 되는 중요한 문서였습니다.

그런데 서면 질의 답변서 공고 역시 담당 부서는 주 씨가 속한 개발사업1팀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박 씨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도 “해당 답변서 조항은 전력사업실 주도로 작성되거나 검토된 것으로 추측한다”고 답했습니다. 실제 공모지침서 작성 업무를 담당하지 않았고,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던 개발사업1팀에서 이렇게 단정적인 답변을 내놓는 건 불가능했을 거란 겁니다. 결국 개발사업1팀은 공고만 했을 뿐 공모지침서 작성 과정 전반에 관여한 건 정 변호사가 속한 전략사업팀이었단 취지입니다.

반면 반대신문에 나선 피고인 측 변호인들은 초과이익 환수 근거 조항을 마련하지 않은 것이 배임죄를 적용할 ‘부당한 행위’가 아니란 주장을 폈습니다. 유 전 직무대리 측 변호인은 “검찰 조사에서 ‘공사 이익을 한정하면 결과적으로 공사에 손해냐’는 질문에 ‘초기에 이익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보면 다르게 볼 수 있다’고 답했다”면서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안정화하는 차원으로 볼 수도 있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박 씨는 “확정이 단순하게 나쁘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취지로 한 말”이라고 답했습니다.

피고인 측은 또 박 씨가 당시 공모지침서나 서면 질의 답변서 작성과 공고 과정에서 내용에 관여하기보다 단순 사무만을 처리하는 직위에 있었고, 주 씨가 질책을 받은 날짜 등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점 등을 파고들었습니다. 실제로 이날 박 씨의 증언 중에선 본인의 기억만큼이나 짐작이나 추측이 많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결국 당사자인 주 씨가 향후 증인으로 출석해야 이와 관련해서 더 구체적이고 확실한 증언이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 “상관 아닌 유동규가 업무 이관 지시”
이날 재판에는 공모지침서 작성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2팀장이었던 이현철 씨도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개발사업2팀은 2015년 2월 5일 유 전 직무대리가 대장동 개발사업 담당 부서를 개발사업1팀으로 바꾸기 직전까지 사업을 담당한 곳입니다. 이 씨는 당시 사업 담당 부서가 갑자기 바뀐 경위에 대해 “2월 4일 저녁에 유 전 직무대리가 김문기 개발사업1팀장과 저를 불렀다. 1팀이 위례사업을 담당한 경험이 있으니 대장동도 1팀이 하는 것이 어떠냐고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런데 의아한 점은 당시 이 씨와 김 씨의 직속 상관은 기획본부장이었던 유 전 직무대리가 아닌 유한기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었단 겁니다. 검찰이 이 부분을 캐묻자 이 씨는 “그래서 유한기 개발사업본부장에게 확인했더니 ‘그렇게 하라’고 했다”고 답했습니다. 이는 유 전 직무대리가 사실상 대장동 개발에 전권을 행사했다는 검찰의 시각을 뒷받침합니다.

이 일이 있기 직전인 2015년 1월 26일 성남도시개발공사는 투자심의위원회를 열어 ‘대장동 사업 신규 투자사업추진계획안’을 논의해 의결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 씨는 “(성남도시개발공사가) 50% 이상을 출자한다고 했는데 사업 수익도 50%를 받을 수 있냐”는 질문을 했습니다. 심의위 진행을 맡았던 전략사업팀장 김민걸 회계사는 “의결권 있는 주식의 50% 이상을 초과 출자할 것이기 때문에 50%에 대해서는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 씨는 이를 어떻게 이해했냐는 검찰의 질문에 “당연히 지분 비율대로 50%를 받는다는 뜻으로 이해했다”고 말했습니다.

업무 이관 뒤 공고된 공모지침서와 서면 질의 답변서에는 공사가 비율에 따라 이익을 배당받는 것이 아닌 확정 이익만 보장받는 방안이 담겼습니다. 이 씨는 공고 직전에 “공모지침서를 한 번 검토해 보라”는 유한기 개발본부장의 지시를 받고 이를 처음 알았다고 합니다. 이 씨는 “초과 이익에 대한 배분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의 메모를 유한기 개발본부장에게 전달했지만 공고된 공모지침서에는 이런 내용이 빠졌습니다.

반대신문에 나선 김만배 씨 측 변호인은 “민관합동 개발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려면 당연히 민간이 참여해야 하지 않느냐”고 물은 뒤 “공공기관이 확정이익을 배당받으면서 동시에 민간과 같은 지위에서 추가이익을 배당받으면 민간의 참여 유인이 떨어지지 않느냐”고 했습니다. 당시 사업이 잘 진행되기 위한 방향으로 공모지침서가 작성된 것일 뿐 작성 과정에서 배임 행위가 이뤄진 건 아니라는 겁니다. 남 씨 측 변호인도 “증인이 전달한 의견이 관철되면 사업 구조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더 리스크나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로 바뀌어야 하지 않았겠느냐”고 지적했습니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5차 공판은 설 연휴 이후인 다음 달 4일 진행됩니다. 이날 재판에는 당시 대장동 개발사업 공모에 참여했으나 민간사업자로 선정되지 못한 메리츠종합금융증권 관계자 등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입니다.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