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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기초학문 없이 미래 없다” 국립대, 학문간 균형발전으로 경쟁력 키운다

입력 2022-01-18 03:00업데이트 2022-02-08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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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 다함께 미래로]<1>기초학문 진흥과 특화전략
“기초 없이 응용과학 발전 못해”
“지역 문제는 지역에서 해결한다”
충남대 자연과학대학이 마련한 ‘별의 날’ 행사에서 지역 중고교생들이 천체망원경 사용법을 배우고 있다. 아래쪽 사진은 경상국립대 간호학과 학생들이 노인 공감 프로그램에 참여해 거동이 불편하게 제작된 노인체험복을 입고 노인의 상황을 경험하고 있는 모습. 충남대·경상국립대 제공
《 입학자원 급감 등 교육환경 변화로 국립대의 사회적 책무가 더욱 강조되고 있다. 교육·연구 경쟁력을 높여 지역 사회와 더불어 지역 혁신을 이끌라는 국민적 주문도 커지고 있다. 교육부는 그동안 국립대 육성사업을 통해 국립대의 공적 역할을 지원해왔다. 이에 동아일보는 ‘국립대, 다함께 미래로’라는 주제로 국립대의 활동상과 미래 비전을 5회에 걸쳐 살펴본다. ‘다함께’에는 지역봉사, 네트워크, 위드 코로나 등 상생의 가치가, ‘미래로’에는 기초·보호 학문 진흥, 특화 전략, 교육·연구 경쟁력 강화 등 혁신의 가치를 담았다. 》


“인문학, 기초과학, 예술 등 비인기 학과가 정리된 후 10년 정도 지났다고 해보자. 그때 가서 기초적인 학문이 미비해 더 이상 응용학문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지면 어쩔 것인가.”

신지영 경상국립대 철학과 교수는 17일 지역 대학의 기초학문 현실을 이같이 우려했다. 지난해 말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2012∼2020년 국내 대학의 인문학 학과는 매년 19개씩 사라졌다. 비수도권의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하다. 비수도권에서 철학과를 유지한 대학은 9개 거점 국립대 외에는 드물다. 문제는 신 교수의 지적대로 기초·보호학문의 붕괴가 시간이 갈수록 그 대학의 전체 학문과 지역사회의 경쟁력을 잠식해간다는 점이다.
● 후속 세대 양성으로 기초학문 살린다
이런 상황에서 국립대들은 기초·보호학문을 살려 학문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기초·보호학문 연구개발(R&D)과 학문 후속 세대 양성, 외면받기 쉬운 지역학에 대한 아카이브 구축, 순수 기초창의 분야 활성화 등이 그런 노력들이다. 교육부가 국립대 육성사업으로 지원하는 예산의 적지 않은 부분이 이들 프로젝트에 투입된다.

충남대(총장 이진숙)의 ‘CNU 드림꾸러미’는 대학원 진학 자원을 확보하는 데 기여한다. 학부 고학년 또는 졸업생이 미리 대학원에서 자신들이 제안한 연구 주제에 대해 교수의 지도와 특수실험실습을 체험하는 ‘사제동행 특수실험’ 프로젝트다. 충남대의 ‘CNU 자연과학 체험마당’은 중고교생의 기초과학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는 기획이다. 자연과학대학 교수, 학부생, 대학원생이 지역 중고교생 318명을 상대로 ‘수학의 날’ ‘별축제’ ‘화학의 날’ ‘통계의 힘’ 등의 행사를 진행했다.

부산대(총장 차정인)는 ‘동아시아 지식학 구축 및 학술역량 강화’ 사업을 통해 동아시아지식학 분야를 새롭게 열어가고 있다. 2018년부터 시작된 ‘동아시아지식학 인문학 강좌’를 들은 한 시민은 “실크로드에 대한 여러 자료와 유물들을 접할 수 있어 유익했다”고 소감을 적었다. 대학 측은 지난해 ‘동아시아지식학의 세계를 열다’ 등 2권의 총서를 발간한 데 이어 올해에는 총서 2권을 추가로 발간한다.
● 특화 전략으로 지역 문제 해법 제시
특화 전략을 통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고 고유의 발전 모델을 추진하는 것도 국립대의 역할 가운데 하나다. 경상국립대(총장 권순기)의 ‘혁신적 노인 간호교육 플랫폼’은 경남지역의 심각한 고령화 현상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됐다. 요양원을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고 노인들은 자신이 살던 곳에서 여생을 보내고(Aging in place) 싶어 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대학 측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노인 돌봄 서비스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한 여러 프로그램 가운데 노인 돌봄 및 서비스 인력의 ‘공감 능력 제고’ 프로그램이 성공 사례로 꼽혔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간호학과 2학년 홍다빈 씨는 “노인과의 간격을 좁히려는 노력도, 그 이유도 딱히 찾지 못했는데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반성을 하게 됐다”며 “언젠가 나도 합류할 노인들의 삶을 연구하고, 관찰하고, 관심을 갖는 일은 모든 노인 프로그램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 프로그램을 이끄는 하영미 간호학과 교수는 “앞으로 대학과 보건의료기관, 공공기관 간의 협력 네트워크를 형성해 혁신적 노인 간호교육을 확대하고 장기적인 청장년 취업과 노년기 재취업 로드맵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구상을 밝혔다.

강원대(총장 김헌영)는 ‘접경지역에서 보는 평화통일’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글로벌대학생평화통일캠프’에 참여해 비무장지대(DMZ) 동쪽 남북 분단 현장을 체험한 외국인 유학생들은 “이론적으로만 알았던 분단의 상처를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고 공감을 표시했다.

춘천교대(총장 이주한)의 ‘작은 학교 역량 강화’ 사업은 교사가 되기 위해 준비 중인 교육대생 대상 프로그램이다. 작은 학교에 배치받아 생활해온 교사들이 온라인 화상회의 등을 통해 소규모 학교의 현장 경험 및 수업 노하우 등을 예비교사들에게 전해준다.

한국교통대(총장 박준훈)는 ‘캠퍼스 특화 비교과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문화를 접하기 어려운 학생들의 자기계발을 돕는다. 지난해에는 19개 프로그램을 통해 재학생 400여 명의 기초학습 역량을 높이고 자격증 취득을 지원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대한건축학회 ‘건축’지에 게재된 재학생들의 디자인 작품은 전국 대학에 소개됐다.

“거점국립대가 지역사회 발전의 중심축”


이영석 국립대 육성사업 발전협의회장 (충남대 기획처장)


세계 교육 1번지로 불리는 핀란드와 독일, 이스라엘, 미국 등의 공통점은 국·공립대학이 고등교육을 이끌어 간다는 점이다. 국·공립대학들은 교육과 연구뿐 아니라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발전을 도모하며 국가의 성장을 견인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국립대의 공적 책임과 역할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교육환경의 변화와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에 큰 위기가 찾아왔고, 지방대학의 위기는 곧 지역 소멸의 문제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국립대학육성사업’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2018년 시작된 이 사업은 전국 38개 국립대학이 참여한 가운데 2023년 2월까지 5년간 추진된다.

지방의 대학과 지역사회가 수도권과의 대등한 환경에서 경쟁하려면 국가거점국립대학들이 지역사회 성장동력의 중심축이 돼야 하며 지역의 상생 협력을 이끌어야 한다. 충남대는 이 사업의 회장 대학으로서 성과 확산과 참여 대학의 네트워킹 강화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국·공립대가 대한민국 혁신 주도해야”


이호영 전국국공립대총장협의회장 (창원대 총장)


지식 사회에서 대학의 미래는 국가의 미래다.

전국 40개 국·공립대학은 협력과 소통을 기반으로 고등교육과 지역사회, 대한민국 미래를 이끌 공적 책무를 가진다.

국립대학육성사업의 중점 과제로 지난 4년간 추진된 ‘대학협력 네트워크 활성화 사업’, 그리고 이에 따른 ‘공동 교육혁신센터 및 교육과정 운영’은 대표적인 성과라고 자부한다.

국·공립대학들은 아울러 지역사회 기여와 고등교육 기회 확대, 기초·보호 학문 육성 등을 통해 대학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학문의 균형 발전을 추구해왔다.

지역·유형·기능별 대학 간 연계와 협력은 그런 성과의 바탕이 됐다.

대학과 지역사회가 지속 가능한 동반성장을 이뤄가도록 국·공립대학은 ‘코어’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전국국공립대학교총장협의회는 시대 변화를 이끄는 혁신을 주도하고 다양한 교육 현안을 해결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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