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수업에 집중 못하는 아이, 함께 책 읽고 10분 이상 대화해보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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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등교 공백’ 후유증 극복하려면

김수현 서울 정수초 교사가 지난달 29일 서울 성북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 교사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자녀의 초등학교 생활을 걱정하는 부모가 많다”며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아이의 자존감을 길러 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김수현 서울 정수초 교사가 지난달 29일 서울 성북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 교사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자녀의 초등학교 생활을 걱정하는 부모가 많다”며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아이의 자존감을 길러 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서울 ○○초등학교 3학년 과학 시간. 아이들이 연필만 손에 쥐고 멀뚱멀뚱 앉아 있다. 연필이 멈춘 ‘실험 관찰’ 교과서에 ‘로봇의 생김새와 기능을 그림과 글로 나타내 봅시다’라는 문장이 적혀 있다. 학생들은 비어 있는 한 페이지를 채워 넣어야 한다. 곤혹스러워하는 표정을 보니 교사도 당황스럽다. 원격수업 때는 몰랐다. “너희들 잘하고 있지?” 물으면 “네”라는 대답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지난달 처음으로 전면 등교가 시작되면서 각 학교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등교를 시작했지만 2년 가까운 공백으로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학생들이 원격수업 기간에 목적 없이 시간을 보내고 수업에 집중하지 못한 데다, 비속어와 줄임말에 익숙해지는 등 나쁜 습관들이 생겼다. 초등학교 교사이자 초등학생 두 자녀의 엄마, ‘작지만 강력한 초등 습관의 재발견’ 저자인 김수현 교사(서울 정수초)에게 코로나19로 인해 생긴 초등학생의 습관과 그에 따른 학부모 대처 방법을 알아봤다.

―코로나19로 가장 타격이 큰 초등 학년은….

“지난해 1학년과 3학년이다. 1학년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졸업한 뒤 학교라는 새로운 곳에 들어오기까지 공백이 너무 컸다. 방학은 끝이 있고 숙제도 있지만 지난해는 등교가 기약 없이 미뤄져 아이들이 목적 없이 시간을 보내는 시간이 너무 길었다. 보통 1학년은 입학 후 한 달 동안 교과서 진도를 안 나가고 ‘입학 적응 기간’을 보낸다. 화장실 교무실 보건실 등 학교 구석구석을 탐방하고 각종 공중도덕을 배운다. 시시한 것 같지만 지난해를 겪으며 이 기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다. 1학년 1학기는 한글 자모음부터 배우는데 학생들이 그 기간을 EBS 시청으로 대체해 등교 뒤 격차도 굉장히 컸다.”

―3학년은 첫 입학도 아닌데 어떤 문제가 있었나.

“3학년은 통합교과로 배우는 1, 2학년과 달리 과목이 분리된다. 과목이 늘고 내용도 어려워진다. 편하고 즐겁게 배우다가 3학년부터 본격적으로 ‘학습’을 해야 하는데, 지난해 원격수업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등교 이후 아이들이 당황해 잘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학부모들도 깜짝 놀랐다. 이전까지는 아이들이 학교에 가면 ‘실험 관찰’ 같은 교과서를 집에서 확인할 일이 없었다. 그런데 원격수업을 하다 보니 이런 교과서가 텅 비어 있는 걸 보고 첫째 아이가 있는 경우라면 비교해서 심각하다고 받아들인다. 때로는 아이가 너무 집중을 못한다며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가 아니냐고 우려하는 경우도 있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는 동안 모든 학생에게 문제가 생긴 건 아니다. 차이가 뭔가.


“오히려 실력이 2, 3단계 성장한 친구들도 있다. 이들의 특징은 시간의 중요성을 안다는 거다. 지난해 5월 개학 이후 아이들에게 ‘학교 안 올 때 뭐 했나요?’라고 물어보니 대부분 ‘그냥 집에 있었어요’ ‘지루했어요’라고 했다. 그런데 ‘저는 하루에 책 한 권씩 읽었어요’라고 말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이런 아이들은 칭찬해주면 뿌듯한 마음을 갖고 더욱 열심히 한다. 시간이 한번 지나가면 다시는 오지 않는다는 걸 부모님을 통해 깨닫는 경우가 많다. 부모님이 도와줘야 한다.”

―부모들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잠자리에 들기 전, 또는 아이들과 일상생활을 하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다.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찰흙 이야기를 해줬다. ‘엄마가 예전에 찰흙을 이만큼만 쓰고 나머지는 서랍에 넣어놨거든? 근데 나중에 보니 굳어서 쓸 수가 없었어. 시간도 찰흙 같은 거야. 지금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게 있어’라는 식이었다. 매일 잠들기 전에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마무리하는 대화를 하는 것도 좋다.”

―아이들이 짧은 유튜브 영상에 익숙하다 보니 수업에 집중을 못한다는데….

“누군가와 오랫동안 대화한 경험이 많이 없어서 그렇다. 부모님이 아이들과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한 주제로 10분 이상 길게 대화하는 게 좋다. 그림책을 읽어주고 대화하는 게 효과적이다. 고학년이어도 그림책이 좋다. 부모님은 질문하고, 아이는 대답하는 형식이어선 안 된다. 부모님도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

―유튜브에서 비속어를 배우는 아이들도 많다.

“그럴 때는 부모님이 즉시 단호하게 말해야 한다. ‘말에는 쓸수록 좋은 말이 있고 쓸수록 안 좋은 말이 있어. 일부 어른 중에는 안 좋은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엄마는 우리 ○○이가 그런 어른으로 자라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가 모르기 때문에 실수할 수도 있어. 그런 말을 할 때마다 엄마가 알려줄게’ 정도가 좋겠다.”

―공부 습관을 잃은 학생은 부모가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사소한 일부터 책임감을 키워주는 게 좋다. 아침에 잠옷을 벗고 정리하기, 학교 다녀와서 책가방 정리하기, 신발장 정리하기 등을 아이에게 맡기면 좋다. ‘이것만큼은 ○○이가 책임지고 한다’고 인식하게 하는 것이다. 이게 습관화되면 하나둘 더 늘린다. 이런 게 학교까지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교실수업#집중#책#초등생#등교 공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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