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오류’ 주장 수험생들 “조건 잘못됐는데 정답 유지하겠다는 건 궤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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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2월 8일 17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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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선 일원법률사무소 변호사가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출제오류 관련 집행정지 신청 심문을 마친 후 입장을 말하고 있다. 2021.12.8/뉴스1 © News1
김정선 일원법률사무소 변호사가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출제오류 관련 집행정지 신청 심문을 마친 후 입장을 말하고 있다. 2021.12.8/뉴스1 © News1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에 오류가 있다고 주장하는 수험생 90여명이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을 상대로 낸 평가원의 정답 결정 처분 취소소송의 집행정지 신청 심문이 8일 열렸다.

수험생들은 “평가원이 문제의 조건이 잘못되긴 했는데 어떻게든 문제를 푼 학생이 있으니 정답을 유지하겠다는 궤변을 늘어놓았다”고 비판했다.

반면 평가원 측은 전문가 의견을 근거로 해당 문항이 조건이 완벽하진 않더라도 학업성취 수준을 변별하기 위한 문항으로서 타당성이 유지된다고 맞섰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이주영)는 이날 고모씨 등 수험생 92명이 교육과정평가원을 상대로 낸 2022수학능력시험 정답결정처분 취소 집행정지 심문을 비공개로 진행했다.

심문은 애초 10명 정도만 입장할 수 있는 준비절차실에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학생 20여명이 참석하는 바람에 장소를 대법정으로 옮기면서 10분 정도 늦게 시작됐다.

심문은 57분가량 진행됐다. 수험생 측 대리인인 김정선 일원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심문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학교 내신에서도 문제에 조금이라도 오류가 있으면 재시험을 보거나 전원 정답처리한다”며 “평가원이 문제가 완벽하지 않다고 인정하면서도 정답을 수정하지 않은 건 30년 전에나 볼 수 있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과거 수능에서도 문제에 오류가 있으면 정답이 수정됐다”며 “과학시험에서는 조건이 잘못됐으면 문제도 잘못된 것인데 평가원이 조건이 잘못됐다고 인정하면서도 정답을 유지하겠다는 것은 모순이자 재량권 일탈·남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가 오류로 인정되지 않는다면 평가원에 대한 신뢰가 추락할 것이고 문항이 완전하지 않아도 정답을 맞힌 사람이 있으니까 변별력이 있다는 궤변으로 엉터리 출제를 하고도 책임지지 않고 빠져나가는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며 “학생들의 꿈과 노력이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올해 수능을 본 양명고 신동욱군은 “3문제를 남기고 20번 문제가 제일 쉽다고 생각해 이 문제부터 풀려다 정답이 나오지 않아 계속 계산하다 10분을 훌쩍 보냈다”며 “나머지 2문제는 제대로 읽지도 못했고 이로 인해 총 3문제를 찍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너무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신군은 “서울대를 생각했을 정도로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 이 문제 때문에 서울대는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평가원은 이날 심문에서 평가원이 전문가 의견을 받아 숙고해 판단했기 때문에 정답 유지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그러나 수험생 측은 어느 학회가 판단했는지도 공개되지 않은데다 문제를 가장 잘 아는 수험생과 교사들이 오류가 있다고 하는데도 평가원이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수능 성적 발표가 10일로 예정돼 있어 집행정지 결론은 8일 늦게나 9일에는 나올 전망이다. 만약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진다면 수능 성적 발표가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

올해 수능에 나온 생명과학Ⅱ 20번은 집단Ⅰ과 집단Ⅱ 중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이 유지되는 집단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보기’의 진위를 판단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문항이다.

하지만 주어진 설정에 따라 계산하면 특정 개체 수가 0보다 작은 음수가 나오면서 문항이 오류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평가원은 오류 주장을 두고 “문항의 조건이 완전하지 않더라도 교육과정 성취기준을 준거로 학업성취 수준을 변별하기 위한 평가문항으로서 타당성이 유지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험생 92명은 평가원 정답 발표 이전에 법원 판단을 받기 위해 본안소송과 함께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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