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직해 행복하게 사는 게 꿈이었는데…” 백신 피해가족들 헌법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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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0월 28일 17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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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뒤 사망하거나 부작용을 겪은 피해자의 가족들이 28일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피해자의 친동생은 “정부의 소홀한 대처방안이 가슴 찢어지는 고통을 안겨주었다”며 “질병청 관계자는 신속한 대응책을 만들어 억울하게 죽은 누나와 부모님의 한을 풀어 달라”고 호소했다.

코로나19 백신 피해자 가족협의회(코백회)는 2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피해자 가족들은 ‘백신은 우리에겐 죽음의 약이었다’ 등이 적힌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으로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이들은 헌법소원을 청구한 이유와 관련해 “감염병예방법은 백신과 피해 사실 사이 인과성 입증에 관해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피해 국민들이 백신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 백신의 접종 후 발생하는 피해에 대한 인과성을 정부가 입증하도록 규정하지 않은 점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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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백회 김두경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순수하게 백신을 접종한 국민”이라며 “그렇다면 접종에 따라 발생한 피해 또한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의 아들은 백신을 접종한 뒤 사지마비 상태로 지내고 있다.

김 회장은 “혼자서는 거동조차 할 수 없는 자식을 바라보며 억울함과 비통함에 억누를 수 없는 자괴감마저 든다”며 “사랑하는 부모·형제·아들·딸들은 정부를 믿고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누구보다 먼저 참여했다. 그렇다면 백신 접종 피해자는 애국자가 아니냐. 그러나 우리는 국가로부터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이어 “정부를 믿고 백신 접종에 참여한 자들에게 시간이 흐르고 난 다음 결국 돌아오는 것은 ‘다른 가능성이 높다’라는 어처구니없는 말뿐”이라며 “질병관리청에서 정부를 등에 업고 국민을 기만하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회장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을 향해 “멀쩡했던 부모·형제·아들·딸을 잃었는데, 과연 누구를 위한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냐”며 “가족을 잃은 희생자의 눈에서 피눈물이 흐르고 있다. 국책 사업에 동참한 희생자 가족은 생업을 포기했다. 가족을 잃은 슬픔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울분에 차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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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회장은 인천 청라에서 백신 접종을 한 뒤 사망한 20대 피해자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엊그제 인천 청라에서 25세 젊은 딸이 백신을 맞고 4일 만에 심정지로 중환자실에서 사망했다는 전화를 받았다”며 “피어보지도 못한 꽃을 놓아야 하는 부모의 절규를 들어보셨느냐. 25세의 어머님은 저와의 전화 통화에서 딸에게 모든 뒷바라지를 해줄 테니 살아만 있어 달라고 애원했는데도 결국 엄마 곁을 떠났다며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을 잃은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 자리에 나와 있다. 과연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주소란 말이냐. 도대체 저희에게 국가란 무엇이냐.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 초등학생도 아는 얘기”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정부를 향해 “백신 피해자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한 그는 “우리와 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지자체는 백신 이상반응 콜센터를 운영해주시고, 백신 부작용 전담 공공 의료기관을 선정해 유능한 전문가가 백신 접종 피해자 치료에 최선을 다하도록 해 주시길 요청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코로나 예방 피해 접종 심의위원회에 피해자 희생 가족들을 입회시켜 투명하고 명확한 심사를 해주시길 간곡히 요청 드린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순수하게 백신을 접종한 국민이다. 그렇다면 접종에 따라 발생한 피해 또한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면서 “백신을 맞고 국민이 죽어나가는데도, 사지가 마비됐는데도 정부는 계속 백신 때문이 아니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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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누나를 잃은 김현우 씨는 “화이자 백신 부작용으로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친누나의 동생이다. 저희 누나는 한국외대 서울캠퍼스 독어과를 졸업했다. 그저 열심히 공부하고, 스펙 쌓고, 독일에 있는 회사에 취직해 행복하게 사는 게 꿈이라고 했는데,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고 작년에 독일에 있는 회사에 붙었지만 코로나로 인해서 출국하지 못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누나는) ‘20대 이상도 백신 접종을 맞으라’는 나라의 권고를 받고 2021년 9월 9일 금요일 화이자 백신 1차를 맞았다”며 “3주 뒤, 정확히 18일 뒤 이상반응이 나타나 접종 병원에 의뢰해 심전도 검사를 받았다. (병원에서) 심장이 빨리 뛰는 이상반응이므로 큰 병원에서 진료를 보도록 진료의뢰서를 작성해주셨다. 큰 병원에서는 초음파 결과 부정맥이 잡힌다고 하셨고, 한 곳에서만 뛰어야 할 심장이 두 군데서 뛴다고 하셨다. 관찰 밖에는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이상이 있을 시에 구급차 타고 바로 병원으로 오라고 하셨다. 이 조치가 이상반응에 대한 대처였다”고 지적했다.

김 씨는 그러면서 “2차 접종일이 다가와서 누나는 2차를 맞았고, 첫째날 둘째날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근육통이 있다고 했다. 이후 월요일 아침에 누나가 심정지 상태로 의식 없이 침대에 널브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고, 그 상태로 긴급 처치하고 응급실로 빠르게 이송해 심장을 뛰게 만들었는데 자가호흡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그 상태로 5일간 버티다가 2021년 10월 23일 토요일 1시 18분에 운명했다. 관찰 밖에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던 정부의 소홀한 대처방안이 부모님 가슴에 찢어지는 고통을 안겨주었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그는 “백신 맞은 국민은 동네 개이냐. 질병청 관계자는 신속한 대응책을 만들어주시고 억울하게 죽은 저희 누나, 부모님의 한을 풀어 달라. 더 이상 유족들에게 고통을 주지 말아주시길 바란다”며 “건강하고 젊은 사람들이 백신을 맞고 쓰러지는 것은 분명한 백신 부작용이다. 이를 인정하시라”고 말했다.

코백회 회원 3명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항의의 뜻으로 삭발식을 진행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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