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성인 10명 중 8명 “아동학대 정부 대응 미흡”…신고 의향도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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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0월 26일 13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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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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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10명 중 8명은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미흡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다수 국민은 아동학대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정작 아동학대 사건을 목격했을 때 경찰에 신고할 의향은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제구호개발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은 26일 이 같은 내용의 ‘아동학대 대응체계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달 초 전국 19~5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다.

● ‘반짝 관심’과 약한 처벌 우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미흡하다’고 응답한 사람은 1000명 중 842명(84.2%)에 달했다. ‘적절하다’는 응답은 4.1%에 불과했다. 나머지 11.7%는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미흡하다고 응답한 이들은 그 이유로 ‘사건이 일어나면 반짝하고 마는 관심(76.6%)’을 가장 많이 꼽았다. ‘가해자에 대한 약한 처벌(67.9%)’과 ‘대응 인력의 전문성 부족(31.7%)’도 그 뒤를 이었다.

세이브더칠드런 박영의 선임매니저는 “근본적인 원인 분석 없는 미봉책과 법안 손질만으로는 아동학대를 근절하기 어렵다는 국민들의 우려를 짐작할 수 있다”며 “(그동안 마련된 아동학대) 대책의 실행력을 담보하기 위해 예산과 인력 확충을 위한 노력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 심각성은 알지만 신고는 머뭇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관심 자체는 매우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 대상자 1000명 중 915명(91.5%)이 아동학대 사건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했다.

반면 아동학대 신고 의향은 낮았다. ‘도구를 이용해 때리기’ 등의 체벌 행위가 아동학대에 해당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1000명 중 706명(70.6%)에 달했지만, 같은 행위를 실제로 목격했을 때 ‘신고하지 않겠다’고 답한 사람은 1000명 중 508명(50.8%)이었다. 심각성을 인지하지만 이 같은 인식이 신고 등 구체적인 행위로는 이어지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아동학대로 의심되는 사례를 본 적이 있는 이들(1000명 중 249명) 중에서도 신고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이들이 211명(84.7%)에 달했다. 이들은 신고하지 않은 이유로 ‘신고까지 할 만한 심각한 사례가 아니라고 생각해서’(49.8%), ‘아이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지 확신할 수 없어서(44.1%)’ 등을 순서대로 꼽았다. 세이브더칠드런 관계자는 “신고가 아이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지 확신할 수 없다는 응답은 학대 대응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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