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비닐 10t 넣고 400도서 4시간…원유가 콸콸 쏟아졌다

곽도영기자 입력 2021-10-19 15:01수정 2021-10-19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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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5조 투자해 플라스틱 재활용하는 ‘도시유전’ 구축
사진 제공 SK이노베이션
“이게 다 기존엔 그냥 소각하던 비닐 쓰레기입니다. 이젠 이 폐비닐 10t에서 기름 6t을 뽑아냅니다.”

18일 인천, SK지오센트릭이 지분 25%를 투자한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업체 에코크레이션 공장 현장이 첫 공개됐다. 대표가 가리킨 폐비닐 더미는 익숙한 라면봉지와 마스크 포장지, 위생백 등이 뒤엉켜 25 t 규모의 산을 이루고 있었다. 보통 이런 폐비닐들은 오염물이 묻거나 성분이 뒤섞여 분리수거를 해도 재활용이 되지 않았다.

이 폐비닐 더미는 매일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서 들어와 400~450도로 유지되는 반응로 안으로 들어간다. 수분을 빼고 1차로 녹인 다음 SK와 에코크레이션의 합작 기술로 염소 등 오염 불순물을 뽑아낸다. 여기에 촉매를 넣어 고체 지방 성분(왁스)을 분해하면 기름으로 성질이 바뀐다. 폐비닐이 들어간 지 4시간이 지나면 원유 형태에 가깝게 추출되기 시작한다. 공장 관계자가 반응로에서 이어진 파이프 렌즈에 불을 비추자 안에서 반짝이는 기름이 콸콸 쏟아지는 게 보였다.

SK이노베이션은 이렇게 ‘도시 유전’에서 만들어진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국내 정유·석유화학 업계 최초로 실제 정유 공정에 지난달 시범 투입했다. 폐비닐에서 나온 기름을 원유와 섞어 다시 석유 제품으로 환원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연내 200t 규모 투입으로 시작해 점차 투입량을 늘려나간다는 목표다. 해외에선 글로벌 화학 기업인 바스프나 엑손모빌 등이 소량을 자사 공정에 투입한 바 있다.

글로벌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흐름에 따라 국내외 석유화학업계의 최대 화두가 된 건 플라스틱 재활용이다. 그간 무분별하게 버려져 온 플라스틱 쓰레기의 유해성이 조명되면서 국내에서도 SK지오센트릭, 한화솔루션, 롯데케미칼 등이 재활용 가능한 친환경 플라스틱 제품 개발이나 폐비닐의 원유 환원에 나서고 있다.

이중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시장에서 가장 앞서고 있는 곳은 SK다. SK지오센트릭은 에코크레이션, 제주클린에너지, 미국 브라이트마크 등 이 분야 국내외 유수 기업들과 협업해 열분해유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질이 낮아 보일러유로 주로 쓰이던 열분해유를 국내 기업과 공동 연구해 질을 높여 정유 공정 원료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여기서 나아가 최근엔 열분해유의 25%를 나프타로 추출해 직접 플라스틱 원료로 환원하는 데까지 성공했다.

최근 ‘지구를 중심에 둔 친환경 혁신’이라는 의미로 사명을 바꾼 SK지오센트릭은 향후 5년간 5조 원을 투입해 울산에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생산 단지를 짓는 등 2025년까지 연간 90만 t 플라스틱 재활용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SK지오센트릭이 연간 국내 생산하는 플라스틱 전량에 해당하는 양이다.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환원과 더불어 기존에 여러 소재가 섞여 재활용이 어려웠던 포장재들을 단일 소재로 바꿈으로써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기존 냉동만두나 리필용 세제를 담아왔던 비닐 패키지는 빳빳한 성질이 요구돼 폴리프로필렌(PP)과 폴리에틸렌(PE) 등 각기 다른 소재를 층층이 겹쳐 만들어왔으나, 이를 PE 단일 소재의 다층 구조로 바꾸면서 물성도 유지하고 재활용도 쉽게 하는 식이다.

함형택 SK지오센트릭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석유화학 기업들은 플라스틱 선순환 구조를 완성해야 한다는 고민을 공유하고 있다”며 “SK지오센트릭은 업계를 선도하는 열분해유 처리 기술과 친환경 포장재 기술, 국내외 유수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플라스틱 100% 재활용 목표를 달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인천·대전=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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