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서울대 ‘학생설계전공’ 신청 반토막…“학과에서도 정보없어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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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0월 19일 13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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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가 내년부터 학생들이 스스로 만드는 전공인 ‘학생설계전공’ 제도를 전 학과로 확대 적용하는 가운데 정작 이를 신청하는 학생 수는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이 서울대로부터 제출받은 ‘2016~2021년 학생설계전공 신청 및 승인 건수’에 따르면 주전공 신청 건수는 2018년 25건 이후 줄고 있다. 2019년에는 15건, 지난해에는 8건이 신청됐으며 올해는 10건이 신청돼 3년 만에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학생설계전공은 학생이 직접 전공명칭, 교과과정, 커리큘럼, 지도교수 등 전공 관련 모든 것을 계획하는 프로그램으로 2010년 시작됐다. 학생이 학업계획서와 교과과정표, 지도교수 승인서 등을 제출하고 학생설계전공승인위원회의 승인을 받으면 이수가 가능하다. 올해 기준 국가행복심리학, 사회생태학, 동아시아환경학, 범죄학 등 110여 개 전공이 개설돼 있다.

서울대는 내년 1학기부터 소속 학부에 상관없이 학생설계전공을 부전공이 아닌 복수전공으로 이수할 수 있도록 방침을 변경했다. 융복합 전공과 교육 과정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가 커진 데 발맞춘 것이다. 기존에는 자유전공학부 소속 학생들만 이 제도를 통해 학위를 받을 수 있었으며, 타과 학생들은 부전공으로만 이수할 수 있었다.

학생들은 학생설계전공의 신청 장벽이 너무 높아 신청자 수가 줄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학생설계전공을 개설하기 위해서는 지도교수를 학생이 직접 섭외하고, 자신이 듣고자 하는 과목을 담당하는 교수에게 수강 승낙을 받아야 한다. 부전공으로 학생설계전공을 이수 중인 권모 씨(23)는 “실제로 준비한 사람의 경험을 들을 수도 없고 학과에서도 정보가 없어서 혼자 준비하느라 막막했다”며 “기존 학생설계전공의 커리큘럼 등 예시를 많이 알려주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설계전공을 이수하는 게 취업 불이익으로 이어질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설계전공 과정을 통해 이수하는 학문은 학생이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보니 기업에서 인정을 하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것이다. 공대에 재학 중인 장모 씨(25)는 “공대는 기존 전공을 심화해 대학원에 가는 게 전문성에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문 간 장벽을 무너뜨려 미래 사회의 수요에 부합하는 인재를 육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학생설계전공 확대는 필요하지만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도연 전 교육부 장관은 “전공 간 벽을 부수는 것을 학생들도 두려워하는 부분이 있다”며 “일부 학생뿐만 아니라 모든 학생이 융합적인 지식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김성준 인턴기자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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