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간직하고 싶은 진한 맛 ‘씨간장’[청계천 옆 사진관]

박영철 기자 , 장승윤 기자 입력 2021-06-25 14:16수정 2021-06-25 18:08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햇간장과 겹장으로 ‘씨간장’ 풍미유지
정성스레 잘 담궈진 간장이 자연에서 비롯된 오묘한 검은 빛깔을 뽐내고 있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왕성했던 식욕도 떨어지기 쉬운 계절이 찾아왔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어머니의 손맛이 더 그리워집니다. 사실 어머니의 손 맛 비결은 따로 없습니다. 잘 담가진 간장과 된장, 고추장이 전부입니다. 특히 여러 종류의 조미료 역할을 거뜬히 해내는 간장이 손맛 비결의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햇살이 내리쬐는 지난 9일 맛있는 간장을 맛 볼 수 있는 전남 담양의 기순도 명인이 있는 곳을 찾았습니다. 초입에 즐비하게 놓여진 장독대가 벌써부터 정감 있습니다. 많은 장독대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씨간장’이 담긴 독입니다.

전남 담양의 기순도 전통장 명인이 직원들과 함께 손수 담근 간장을 살피고 있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주요기사
씨간장은 간장 중에서도 가장 맛이 좋은 것을 골라 오랫동안 유지해 온 간장입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맛의 씨’가 되는 역할을 하죠. 단순히 오래된 간장이 아니라, 오래 남기고 싶은 맛있는 간장이 ‘씨간장’인 이유입니다. 실제로 씨간장은 시간이 지나면서 색이 짙어지고, 부드럽고 강한 풍미와 단맛, 감칠맛을 내게 됩니다.

간장을 가득 담은 장독대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기순도 명인이 손수 담근 간장 독을 들여다 보고 있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맛의 씨’가 되는 역할을 하는 씨간장 색은 진한 흑색을 띄며, 부드럽고 강한 풍미와 단맛, 감칠맛을 낸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이러한 ‘씨간장’을 잘 보관해 두었다가, 새로 담근 햇간장을 섞는 겹장의 형식을 거쳐 씨간장에서 느꼈던 맛과 가장 가까운 풍미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합니다. 마치 와인이나 위스키 등의 풍미를 끌어 올리기 위해 블랜딩 하는 것처럼, ‘씨간장’을 통해 햇간장의 맛을 한층 더 깊어지게 하려는 요령입니다.

메주를 만드는데 필요한 콩.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메주를 말리기 위해 볏짚으로 싸고 있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

간장 본연의 맛을 살리고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 붉은 고추와 숯을 독에 넣고 있다.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맛뿐 아니라 ‘씨간장’은 버릴 것이 없는 효자 식품입니다. 씨간장 독 아래 가라 앉은 소금 결정체를 건져내 여러 번 씻고 말려 사용하면, 일반 소금보다 나트륨은 적고 감칠맛과 단맛, 짠맛이 조화로운 천연 조미료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건강에도 유익합니다. 콩에서 나오는 양질의 단백질과 풍부한 지방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씨간장 독 아래 가라앉은 소금 결정체(염석). 나트륨은 적고 감칠맛이 좋은 천연 조미료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경기 양주 (사)한국장류발효인협회 된장고추장문화원에서 최근 수강생들이 늘어나 장 만드는 법을 배우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간장을 직접 담그는 법을 배우려는 사람들도 늘고 있습니다. 반가운 소식입니다. (사)한국장류발효인협회 된장고추장문화원이 진행하고 있는 아카데미에서 장 담그는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수업에 참여한 사람들의 표정들이 사뭇 진지합니다. 아마도 맛있는 간장을 잘 보관해 ‘씨간장’으로 활용하면, 어머니의 손 맛을 자신도 낼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겠죠?

전남 담양=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경기 양주=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