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종교적 신념 아닌 개인적 신념 병역 거부 무죄”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21-06-24 10:53수정 2021-06-24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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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적 신념이 아닌 개인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의무 이행을 거부한 병역거부자에게 대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렸다. 비종교적 신념에 따른 현역 입대 거부를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24일 병역법위반으로 기소된 정모 씨(32)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아닌 사람이 비폭력주의, 반전주의, 신념과 신앙을 이유로 현역병 입영을 거부하는 경우 병역법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는 지가 쟁점”이라며 “피고인의 현역병 입영거부는 병역법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을 수긍한다”고 밝혔다.

이어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면 이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고 이때 진정한 양심이란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을 믿는다”며 “인간 내면에 있는 양심을 직접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어 사물의 성질상 양심과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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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씨는 2017년 10월 현역 입영통지서를 받고 정당한 사유없이 입영일까지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정 씨는 성 소수자로 고등학교 때부터 획일적인 입시교육과 남성성을 강요하는 또래 집단문화에 반감을 느꼈다고 재판과정에서 밝혔다. 또 그는 기독교 신앙에 의지하게 됐고 대학 입학 후에는 선교단체에서 활동했다.

정 씨는 이 외에도 이스라엘 무력 침공 반대 및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기원하는 기독교단체 긴급 기도회, 용산참사 문제 해결 1인 시위, 한국전쟁 60주년 평화기도회 반대 시위,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운동, 수요 시위 등에 참여했다.

그러다가 현역병 입영통지서를 받고 병무청에 종교적, 정치적 신념에 의해 병역거부를 선택한다는 취지의 소견서를 작성했다.

1심은 “피고인이 종교적 양심 내지 정치적 신념에 따라 현역병 입영을 거부하는 것이 병역법이 규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정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은 “피고인은 사랑과 평화를 강조하는 기독교 신앙과 소수자를 존중하는 페미니즘의 연장선상에서 비폭력주의와 반전주의를 옹호하게 됐고 그에 따라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앙과 신념이 피고인의 내면 깊이 자리 잡혀 분명한 실체를 이루고 있고 이를 타협적이거나 전략적으로 보기 어렵다”라며 1심을 깨고 정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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