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맥 끝, 호텔파티” “3대3 미팅 잡자”… 열흘후 ‘일상 컴백’ 기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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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거리두기 완화, 시민들 들썩

“코로나 겨울, 끝이 보여요”21일 서울 중구 명동에 있는 한 음식점 관계자가 ‘7월 1일부터 6인 이하 모임 
가능합니다’라는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윗쪽 사진). 같은 날 서울 서대문구의 한 패스트푸드 매장에서는 백신을 맞은 고객에게는 
할인을 해주겠다는 행사 안내문을 세워뒀다. 뉴스1·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코로나 겨울, 끝이 보여요”21일 서울 중구 명동에 있는 한 음식점 관계자가 ‘7월 1일부터 6인 이하 모임 가능합니다’라는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윗쪽 사진). 같은 날 서울 서대문구의 한 패스트푸드 매장에서는 백신을 맞은 고객에게는 할인을 해주겠다는 행사 안내문을 세워뒀다. 뉴스1·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모임 잡고 여행 계획”, 거리두기 풀리자 시민들 들썩들썩
공원-대학가 등 인파 늘어 생기

“해마다 여름이면 대학 동창 네 가족이 여행을 갔는데 지난해는 못 갔거든요. 올해도 어렵겠구나 생각했는데, 이젠 백신도 꽤 맞았고, 모임 제한인원도 좀 풀려 같이 여행 계획을 잡아보기로 했어요. 오늘도 몇 명이 모이기로 했어요.”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도로에서 만난 교사 A 씨(38)는 전날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체계 개편안’ 발표가 무척 반갑다고 했다. A 씨의 친구 모임은 자녀들까지 모두 11명. 그간 코로나19 탓에 여행은커녕 모이기도 어려웠지만 이젠 가능해졌다. 성인 8명 가운데 5명이 백신을 맞아, 전부 다 모여도 6명만 계산하면 되기 때문이다. A 씨는 “물론 마스크도 계속 써야 할 테고 아직 안심할 때는 아니지만 왠지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기분”이라고 전했다.

같은 날 서울 종로구 종로3가 탑골공원 인근. 예전만큼은 아니어도 최근 부쩍 모여드는 어르신들이 늘어난 이곳에서도 정부 개편안은 최대 관심사였다. 인사를 건네자마자 대뜸 너도나도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전화기 뒤에 부착된 ‘2차 접종 완료’ 스티커를 자랑스레 흔들어 보였다. “우린 다 모여도 0명이야, 0명”이라며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왕년에 좌중을 휘어잡던 춤꾼이란 말이지. 그런데 그놈의 코로나 때문에 1년 넘게 무도장을 밟아보지 못했어. 이제 출입 제한도 풀리고 시간도 늘어난다며? 다 같이 음악에 맞춰 시원하게 스텝 밟으면 소원이 없겠어.”(김모 씨·83)

적막했던 대학가도 다소 분위기가 되살아난 듯했다.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앞에서 만난 최모 씨(20)는 “초중고교는 2학기 전면 등교한다고 들었는데, 대학도 대면 수업이 늘어나지 않겠느냐”며 “1, 2학년들은 대학 생활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다음 달도 여전히 방학이지만 왠지 기대가 커지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줌맥 끝, 호텔파티” “3대3 미팅 잡자”… 열흘후 ‘일상 컴백’ 기대
“올해 2월 졸업한 동기들이랑 제대로 졸업파티를 못 했어요. 5인 이상 집합금지로 모이기조차 힘들었는데 다음 달 호텔방을 빌리기로 했어요. 한 번밖에 없는 대학 졸업인데 이제라도 조촐하게 할 수 있어 다행이에요.”

강아담 씨(23)는 20일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체계 개편안이 발표되자마자 친구들과 서둘러 서울에 있는 한 호텔을 예약했다. 날짜는 다음 달 초 주말. 대학 내내 단짝이던 친구 5명이 다 함께 모이는 건 1년여 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강 씨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탓에 매달 정기모임도 ‘줌맥’(줌 화상회의 켜놓고 집에서 맥주 마시기)으로만 했다. 드디어 친구들과 ‘완전체’로 모인다니 너무 기대가 크다”며 기뻐했다.

○ “1년 못 뵌 어머니 모시고 바다 가고파”
정부의 방역수칙 완화 발표에 시민들 반응은 예상보다 훨씬 뜨거웠다. 특히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와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 제한 완화에 대한 관심이 컸다. 미뤄뒀던 가족, 친지 모임을 갖겠다는 꿈에 부풀었다.

이미 백신을 맞은 시민들은 정부 발표에 한층 고무된 모습이었다. 경기 구리시에 사는 주부 최모 씨(60)는 “당장 달이 바뀌면 1년 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정어머니를 보러 갈 계획”이라고 했다.

“코로나19가 거세지자 어머니가 먼저 ‘애들 위험하다’며 못 오게 하셨어요. 속으로 손자들을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을 뻔히 알면서도 괜히 불안해 찾아뵙질 못했죠. 이젠 어머니도, 가족 몇몇도 백신을 맞았으니 어머니가 가보고 싶어하신 바닷가 가서 좋아하시는 해산물 사드리고 싶어요.”

올해 3월 전역한 대학생 이모 씨(23)는 다음 달 제일 해보고 싶은 일로 ‘3 대 3 미팅’을 꼽았다. 비슷한 시기에 군대를 다녀온 친구들끼리 “제대하면 옛날 선배들처럼 꼭 단체 미팅을 해보자”고 했는데 방역수칙 탓에 엄두를 못 냈다. 이 씨는 “이젠 서울에서도 밤 12시까지 술집 등이 문을 여니 눈치 안 보고 신나게 놀 생각”이라고 했다.

초중고교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들은 2학기 전면 등교 방침에 대해 크게 반색했다. 길어진 코로나19로 돌봄 공백은 물론이고 학업 성적에 대한 걱정이 컸기 때문이다. 초교 5학년 딸이 있는 박모 씨(44)는 “원격수업이 ‘뉴 노멀’이라지만 역시 학생은 교실에서 공부하는 게 제일 좋은 교육”이라며 “당장 7월부터 전면 등교를 하면 안되냐”고 말했다.

하지만 1년 넘게 불규칙적으로 학교를 오갔던 학생들은 전면 등교가 꽤나 부담스러운 눈치다. 10대들이 주로 이용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고3과 선생님들만 백신을 맞는데 왜 다른 학년까지 무리해서 등교하는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가 올라왔다. 이 게시글에는 찬성 반응이 대다수였다.

○ 벌써부터 ‘다음 달 6인 이하 가능’ 홍보
코로나19 장기화로 영업에 차질을 빚어왔던 음식점 등은 벌써부터 다음 달이 기다려진다. 21일 서울 시내를 돌아보니 ‘7월 1일부터는 6인 이하 모임 가능’이란 안내 글을 게시한 업소가 여럿 눈에 띄었다. 거리 두기 완화에 맞춰 할인행사를 열겠다는 프랜차이즈 업체도 적지 않았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던 여행·문화예술 업계도 오랜만에 생기가 돌고 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조만간 정부가 ‘트래블 버블’(여행안전권역)도 발표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미 발 빠르게 해외여행 상품을 준비하는 업체가 많다”고 귀띔했다.

발길이 뚝 끊겼던 영화관이나 공연장도 기대가 크다. 이신영 롯데컬처웍스 홍보팀장은 “영화계 최대 성수기이자 대형 신작이 쏟아지는 ‘7말8초’를 앞두고 거리 두기가 다소 풀려 그나마 다행”이라며 “영화관 수익의 상당 부분은 팝콘 등 음식 판매에서 나온다. 이런 부분도 완화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수현 newsoo@donga.com·김화영·오승준 기자 / 이윤태 oldsport@donga.com·김재희·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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