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릴수록 강해지는 윤석열…고민 깊어지는 與

이태훈 기자 입력 2021-06-11 11:45수정 2021-06-1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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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공식 대선 등판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윤 전 총장을 견제하려는 여권의 공세도 거세지고 있다. 여당에서 ‘배신자’ 프레임과 검찰 수장의 정치적 중립성 문제를 들고 나온 데 이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 전 총장을 정식 입건하고 수사에 나서는 등 전방위 압박에 나서는 모양새다. 지금까지는 ‘말’을 통한 산발적인 정치공세가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수사기관까지 나섬으로써 대선 정국이 본격적인 ‘강 대 강’ 대치 국면으로 전환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여권 일각에서는 ‘윤 전 총장 때리기’가 윤 전 총장 지지율을 더 올리는 역효과를 낼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간 2019년 ‘조국 사태’ 이후 윤 전 총장이 대선 주자로 부상한 과정을 보면 문재인 정부가 윤 전 총장을 때리면 때릴수록 더 강해지는 상황으로 귀결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앞장서 검찰 인사와 직무배제, 징계 청구 등으로 윤 전 총장을 전방위로 압박했지만 그럴수록 윤 전 총장의 정치적 위상은 더 올라가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

신현수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동아일보 DB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었던 청와대와 여권은 지난해 말 검사 출신의 신현수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대통령을 보좌할 당시 윤 전 총장을 품으려는 일부 시도를 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검찰 인사 ‘패싱 논란’으로 신 전 수석이 사퇴하고, 정권의 핵심 기류가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추진하는 강성 기조로 돌아서면서 윤 전 총장을 다시 압박했다. 결국 4·7 재·보선을 한 달 앞두고 검찰 수사권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윤 전 총장이 직을 던졌는데, 이것이 윤 전 총장에게는 유력 대권 주자로 올라서는 디딤돌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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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의 이런 경험들은 윤 전 총장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를 강화하는 것이 여권에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목소리들로 나오고 있다. 윤 전 총장의 도덕성과 지도자 자질에 결정적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확실한 사안이라면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겠지만 근거 없는 의혹 제기로 판명 날 경우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4·7 재·보선 당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상대로 한 여권의 의혹 제기가 봇물처럼 쏟아졌으나 근거 없는 의혹 제기에 그치면서 선거판세에는 영향이 거의 없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2021.6.9/뉴스1 © News1
이런 고민에도 불구하고 여권이 윤 전 총장에 대한 파상 공세를 시작한 것은 무엇보다 그의 지지율이 최근 공개 활동과 더불어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지율 강세를 조기에 꺾지 못할 경우 향후 대선 국면에서 힘든 싸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선제공격을 강화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검찰총장 중도 사퇴 이후 3개월간의 잠행 과정에서 별다른 정치 행보를 한 것이 없었는데도 이재명 경기지사와 함께 꾸준히 2강 구도를 형성해 왔다. 야권에서는 내주로 예상되는 정치 참여 선언으로 대선 등판을 공식화할 경우 정치적 이벤트 직후 지지율이 상승하는 ‘컨벤션 효과’를 기대하는 상황이다. 윤 전 총장은 3월 4일 중도 사퇴 직후 10% 중반대 정도이던 지지율이 30% 초반대로 두 배 이상으로 상승하며 1위에 오른 바 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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