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감량-재활용-재사용’ 3R로 쓰레기산 악순환 끊어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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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Green Action!]
쓰레기 묻을 땅, 턱밑까지 찼다
수도권-광주-대전 매립지 시한 4년… 대체지 조성에 최소 5년

코로나 이후 쓰레기는 더 많아지는데… 17일 오후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에서 폐기물 운반차량들이 줄지어 쓰레기를 
쏟아내고 있다. 위쪽의 녹색 비닐막이 깔린 곳은 매립이 끝난 곳이다. 이곳은 수도권 주민이 종량제봉투에 넣어 배출한 쓰레기의 
종착지다. 빠르면 2025년, 늦어도 2027년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보여 올해 안에 새로운 매립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곳을 
비롯해 전국 상당수 매립지의 사용기한이 다가오면서 쓰레기 배출 시스템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코로나 이후 쓰레기는 더 많아지는데… 17일 오후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에서 폐기물 운반차량들이 줄지어 쓰레기를 쏟아내고 있다. 위쪽의 녹색 비닐막이 깔린 곳은 매립이 끝난 곳이다. 이곳은 수도권 주민이 종량제봉투에 넣어 배출한 쓰레기의 종착지다. 빠르면 2025년, 늦어도 2027년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보여 올해 안에 새로운 매립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곳을 비롯해 전국 상당수 매립지의 사용기한이 다가오면서 쓰레기 배출 시스템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쓰레기 묻을 곳이 사라지고 있다. 배출량은 늘어나는데, 매립지는 포화 직전인 것이다. 앞으로 4년 이내에 수도권과 광주 대전 등 전국의 매립지 3분의 1이 가득 찬다. 2030년이 되면 사용 가능한 매립지가 지금의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인적 드문 시골 들판과 창고에서 볼 수 있던 ‘쓰레기산’이 몇 년 후 도시에 나타날 수 있다.

17일 환경부에 따르면 현재 운영 중인 생활폐기물 공공매립지는 전국 215곳. 동아일보가 이들 매립지의 사용 가능 기간을 분석한 결과 2025년 이전에 65곳(30.2%)이 포화상태가 된다. 집이나 가게에서 버린 쓰레기를 처리할 곳이 없다는 뜻이다. 이런 포화상태의 매립지가 2030년에는 120곳(55.8%)으로 늘어난다.

심각한 건 수도권이다.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는 2600만 명이 버리는 쓰레기가 묻히는 곳이다. 빠르면 2025년 8월 이곳도 포화상태에 이른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대체 매립지를 물색 중이다. 하지만 어떤 지자체도 ‘우리 지역에 매립지를 만들자’고 나서지 않으면서 현재 후보지 재공모가 진행 중이다. 후보지가 나와도 행정절차와 설계, 공사기간 등을 감안하면 대체 매립지 완공에 최소 5∼7년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이미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경고한다.

수도권뿐이 아니다. 광주와 대전의 현 매립지는 각각 2024년과 2025년까지 사용이 가능하다. 2030년에는 울산의 하나뿐인 매립지와 제주 매립지 10곳 중 8곳이 포화상태에 다다른다. 강원 전북 경북 충북 전남의 매립지도 5∼9년 후에는 절반가량 사용 기한이 끝날 것으로 보인다.

매립지 사용 기한은 조성 당시 쓰레기 배출량 등을 고려해 정한다. 그러다 보니 30∼40년 전 기준이 반영된 매립지가 많다. 다행히 쓰레기가 줄어들면 예상보다 오래 쓸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다. 한국의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매년 늘고 있다. 2010년 하루 평균 4만9159t에서 2019년 5만7961t으로 늘었다. 10년도 안 돼 9000t 가까이 증가했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쓰레기 배출은 더욱 늘고 있다. 일회용품과 포장재뿐 아니라 전체 쓰레기 배출량이 무섭게 증가하고 있다. 주택가 골목길에, 아파트 분리수거장에 산처럼 쌓인 쓰레기가 ‘이대로는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4년뒤 수도권매립지 닫는데… 쓰레기 대란 답없이 지자체 기싸움
<1> 쓰레기 버릴 곳이 사라진다

“기존 4자 합의안이 있습니다. 합의서의 정신만 상호 존중한다면 문제 될 게 없는 상황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수도권매립지 문제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이렇게 말했다. 오 시장이 말한 ‘4자 합의’는 2015년 당시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의 추가 활용을 결정하면서 환경부와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가 합의한 내용을 말한다. 합의서에는 “대체매립지 조성이 불가능해 확보되지 않은 경우 수도권매립지 잔여 부지의 최대 15%(106만 m²) 범위 내에서 추가 사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도권매립지의 포화 예상 시점은 4년 후다. 매립 방식을 보완하는 식으로 기한을 연장해도 2027년이면 가득 찰 것으로 보인다. 매립지 조성에는 5년에서 7년이 걸린다. 늦어도 올해 안에는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나와야 한다. 환경부와 3개 시도는 조만간 수도권매립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4자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일단 단체장들도 4자 협의 실시에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향후 해결 방안에 대해서는 여전히 시각차가 크다.

서울시는 지금의 수도권매립지를 계속 사용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하지만 인천시는 정반대다. 앞서 인천시는 지난해 10월 “2025년에 수도권매립지를 종료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2025년은 매립지 조성 당시 예정된 사용 가능 연한이다. 인천시는 자체 매립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발생지 처리 원칙’에 따라 쓰레기가 발생한 곳에서 처리하라는 것이 인천시의 주장이다.

지자체들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는 가운데 인천시를 제외한 서울시 경기도 환경부는 10일부터 수도권매립지 대체매립지 입지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수도권매립지를 대체할 곳을 찾는 것이다. 1월부터 3개월 동안 실시한 첫 공모에서는 응모한 지방자치단체가 없었다. 재공모는 7월 9일까지 진행한다. 하지만 재공모에서도 똑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10일 페이스북에 “재공모에도 응한 곳이 없을 때를 대비해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지자체들이 기 싸움만 이어가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지자체들이 수도권매립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우선 조치를 강력하게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감량-재활용-재사용’ 3R로 쓰레기산 악순환 끊어라
‘그린시티’ 만들어갈 해법은

국내 생활쓰레기 배출량은 갈수록 늘고 있다. 17일 환경부에 따르면 국민 한 명이 하루에 종량제봉투에 넣어 버리는 쓰레기는 2010년 0.96kg에서 2019년 1.09kg으로 늘었다. 생활쓰레기는 땅에 묻거나 태워야 한다. 하지만 매립지는 빠르게 차고 있다. 소각장 수는 10년째 제자리걸음(전국 180여 곳)이다. 매립지와 소각장 모두 주민 민원 탓에 신규 조성이 거의 불가능하다.

쓰레기가 늘면서 이를 처리할 때 배출되는 온실가스 역시 증가하고 있다. 폐기물 매립 및 소각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2010년 1500만2000t에서 2018년 1700만1000t으로 늘었다.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2.3%다. 그만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선 폐기물 감축이 필수 과제가 됐다.

○ ‘쓰레기가 쓰레기 부르는’ 문화를 바꿔야
광주 동구 서석초 앞 전봇대. 예전에는 인근 원룸촌에서 버리는 쓰레기가 쌓여 매일 아침 등교하는 학생들이 눈살을 찌푸렸지만(위 
사진), 지난해 화단을 조성한 이후 쓰레기가 사라진 상태가 됐다. 초등학생들이 새로 만든 화단에 물을 주고 있다. 광주 동구 제공·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광주 동구 서석초 앞 전봇대. 예전에는 인근 원룸촌에서 버리는 쓰레기가 쌓여 매일 아침 등교하는 학생들이 눈살을 찌푸렸지만(위 사진), 지난해 화단을 조성한 이후 쓰레기가 사라진 상태가 됐다. 초등학생들이 새로 만든 화단에 물을 주고 있다. 광주 동구 제공·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1년 전 광주 동구 동명동 일대는 아침만 되면 작은 ‘쓰레기산’이 곳곳에 생겼다. 전봇대나 후미진 담장 근처마다 일회용 배달용기와 컵, 술병, 택배 스티로폼 상자 등이 쌓였다. 쓰레기가 제멋대로 섞인 탓에 분리도 어려웠다. 이런 경우에는 고스란히 쓰레기 매립지로 보내진다. 인근 주민들은 “주말이 끝난 뒤엔 쓰레기가 도로까지 밀려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이달 7일 기자가 동명동 거리를 찾았다. 곳곳에 알록달록 팬지 꽃이 핀 화단이 조성돼 있었다. 어디에서도 쓰레기산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깨진 유리창’ 이론을 무너뜨리기 위한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의 노력이 만든 기적이다. ‘깨진 유리창’ 이론은 사소한 잘못이나 문제가 심각한 범죄나 사회문제로 커지는 걸 말한다.

광주 동구는 지난해 5월 본격적인 쓰레기 줄이기에 나섰다. 카페거리 외에 학원가, 원룸촌 등 상습 투기지역 15곳에 화단을 만들었다. 화단을 가꾸는 건 근처 주민들의 몫이다. 이어 단속을 강화했다. 주민들과 함께 6개월 동안 ‘여기 쓰레기 버리면 안 된다’고 지속적으로 알렸다. 골목 안쪽에는 재활용품 분리배출 장소를 새로 만들었다. 동구 관계자는 “한두 명이 쓰레기 버린 것을 방치하면 그 뒤 쓰레기산이 만들어지는 것은 쉽다”고 말했다.

지난해 광주 동구에서 배출된 쓰레기는 전년 대비 8% 감소했다. 광주 동구가 쓰레기 줄이기에 나선 것은 버릴 곳이 없어서다. 광주의 현 생활폐기물 매립지는 빠르면 2022년, 늦어도 2024년 포화 상태가 된다.

○ ‘3R’로 새로운 그린시티 만들어야
광주 동구는 올해 분리배출 기능을 강화해 쓰레기를 더 줄여 나갈 계획이다. 동네 곳곳에 종량제봉투와 재활용품을 분리 배출하는 거점을 만든다. 실시간 모니터링으로 배출된 폐기물이 넘치지 않게 수거할 방침이다. 제주, 경기 성남, 전북 장수도 비슷한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공통의 법칙이 바로 ‘3R’이다. 발생하는 쓰레기의 양을 ‘줄이고(Reduce)’, 가능하면 ‘재사용하고(Reuse)’, 적극적으로 ‘재활용하는(Recycle)’ 자원순환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올해 초 환경부가 선정한 ‘스마트 그린도시’ 지자체 25곳 중 11곳이 이 같은 자원순환 사업 추진에 나섰다.

광주 동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분리배출 폐기물 가운데 종이 우유팩, 유리병, 페트(PET)병 등 고품질 재생원료로 쓰일 수 있는 품목들의 전용 수거함도 만들 계획이다. 장용철 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재활용 폐기물이 깨끗하게 분리 배출되면 재생원료 질이 올라간다”며 “재생원료로 만든 제품의 품질이 좋아지면 이를 활용한 산업 규모도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사용을 활성화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인천 서구는 아이스팩을 수거해 다시 쓰고, 배달용기를 다회용기로 바꾸는 시범 사업을 실시한다. 광주 동구와 경기 안양, 전남 해남 등도 업사이클링 센터를 만들 계획이다. 저탄소자원순환연구소장인 박상우 충남도립대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궁극적으로는 일회용품을 줄이고 제품을 오래 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제품 설계부터 자원 사용을 줄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9월 ‘K순환경제’ 계획을 발표한다. 여기엔 자원의 생산부터 유통과 활용, 재활용에 이르는 전 단계에서 폐기물 발생을 줄이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강은지 kej09@donga.com·박창규 기자
#쓰레기#땅#매립지#쓰레기 묻을 곳#배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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