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씨 친구 해명에도 ‘40분’ 오리무중…목격자·CCTV에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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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5월 17일 12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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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열린 故 손정민씨 추모 집회에 시민들이 참석해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2021.5.16/뉴스1 © News1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열린 故 손정민씨 추모 집회에 시민들이 참석해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2021.5.16/뉴스1 © News1
한강공원에서 실종된 뒤 숨진 채 발견된 고(故) 손정민씨와 실종 당일 함께 있었던 친구 A씨 측이 각종 의혹에 대해 해명했지만, 손씨가 사라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40여분’에 대한 행적은 여전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40여분 전후 사이 상황은 조금 더 구체화됐지만, 결국 손씨의 실종 당일 한강공원 인근에 있던 차량 블랙박스 영상과 공원 주변에 있던 폐쇄회로(CC)TV와 목격자 확보 및 진술을 토대로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수밖에 없게 됐다.

◇A씨측 각종 의혹 첫 해명…손씨 사라진 40여분 여전히 미궁

17일 A씨 측을 대리하는 정병원 법무법인 원앤파트너스 변호사는 A씨가 “4월26일 첫 조사 이후 6번에 걸쳐 장시간 조사하는 등 최대한 경찰 조사에 협조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전부 응했다”고 밝혔다.

핵심 의혹은 40여분 사이 사라진 손씨의 행적이다. 먼저 A씨는 사건 당일 오전 3시38분쯤 자신의 휴대전화로 어머니와 통화했다. 전날 밤 손씨와 술을 마신 A씨는 어머니와 통화할 때만 해도 손씨와 함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4시20분쯤 한강에 인접한 잔디 끝 경사면에 A씨가 혼자 누워있는 것을 목격자가 발견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가 가방을 메고 잠들어있는 A씨를 깨웠다고 진술한 것이다. 두 사람이 돗자리를 펴고 놀던 장소에서 10m가량 떨어진 곳이다. 현재 상황을 종합하면 손씨는 이 40여분 사이에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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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변호사는 사건 당일 전날 A씨가 “밤 10시 정도까지 (다른 친구와) 술을 마셨고, 헤어진 후 술을 더 마시고 싶어 고인에게 연락을 했다”며 “A군은 고인의 집이나 자신의 집에서 술을 마시자고 제안했으나, 고인은 집에 부모님이 계시니 고인의 집 근처인 한강공원에서 술을 마시자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3시37분쯤 A군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아버지가 받아 1분57초간 통화했는데, A군은 이 사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다만 아버지는, A군이 ‘고인이 술에 취해 깨우기 힘들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이에 아버지는 ‘친구 잘 깨워서 집에 보내고 너도 빨리 택시 타고 돌아와라’라며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고 했다.

새벽 사이 A씨의 부모가 한강공원에 오게 된 이유는, 손씨가 사라진 것으로 추정되는 시각에 A씨의 집에 화재 신고가 있어 잠에 들려던 A씨의 부모가 다시 깨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당일 4시15분쯤 화재 신고 후 소방관이 방문해 확인하는 일이 발생해 A씨가 돌아오지 않은 것을 발견한 A씨 부모가 4분27분쯤 휴대전화로 전화를 건 것이다.

다만 A씨의 휴대전화는 꺼져있었다. A씨 측에 따르면 당시 A씨의 휴대전화는 배터리가 1%였고, 한강공원에 머무르던 중 충전기를 사서 일부 충전했으나 A씨는 어느 정도 충전됐는지를 기억하지 못했다.

비슷한 시각인 4시30분쯤 A군은 일명 ‘토끼굴’을 통과한 후 지나가던 택시를 잡아 귀가했다. A씨의 아버지는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물어봤으나,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고 손씨가 걱정이 돼 직접 한강공원에 찾으러 갔다. 이때 손씨의 부모에게 전화를 걸지 않은 점을 두고는 “새벽에 연락드리기 송구스러웠다”라고 답했다.

한강공원에 도착한 A씨의 아버지와 A씨는 A씨가 가리킨 장소 주변을 살펴봤으나 보이지 않았고, 그제야 집에 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A씨 아버지는 A씨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손씨가 집에 갔는지 확인해보라고 했다. 이에 A씨 어머니는 고인의 어머니에게 고인이 집에 들어갔는지 전화해 물어봤으며, 손씨의 부모님은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답했다. 당시 만취 상태인 A씨는 비틀거리거나 토하거나 길에 눕기도 했다.

이후 손씨의 어머니가 한강공원 쪽으로 왔고, 손씨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A씨의 휴대전화와 바뀌어 있었다. A씨 측은 이미 휴대전화가 왜 바뀌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으며, A씨는 손씨의 휴대전화를 손씨의 어머니에게 건넸다.

◇손씨 사라진 40분…CCTV·블랙박스 분석이 핵심

A씨 측의 해명에도 40여분간의 행적이 묘연한 가운데, 결국 당일 목격자들의 증언과 함께 한강공원 인근 CCTV 45대와 차량 154대의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한 경찰의 수사에서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나올지 주목된다.

지난 13일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3시38분 이후부터 당일 두사람의 행적을 재구성하는 데 수사력이 집중돼 있다”라며 “차량 등을 포함한 탐문 과정에서 정밀한 분석이 필요한 유가치한 제보를 확보해 확인 중에 있다”라고 했다.

경찰은 블랙박스 영상 관련 디지털포렌식 작업이 상당 부분 진행된 것으로 전해진다. 사인이 ‘익사’로 추정되는 손씨가 어떤 경위로 물에 들어갔는지 경찰은 밝혀야 하는 상황이다.

사라진 A씨의 휴대전화를 찾기 위한 경찰·해군 합동 수색도 이어지고 있다. A씨 측은 휴대폰 수색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분실신고도 하지 않고 전화번호 변경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A씨는 연락을 위해 A씨 어머니 명의로 새로운 휴대폰을 일시 개통해둔 상태다.

A씨와 A씨 가족에 대한 조사도 계속하고 있다. 사건을 수사하는 서초경찰서는 이날까지 A씨를 상대로 참고인 조사 3번, 2번의 최면조사와 한번의 프로파일러 면담을 진행했다. 아버지와 어머니 대상으로는 각각 2번, 1번의 참고인 조사를 했다. 또 A씨의 의류, 노트북, 가방과 A씨 부모의 휴대전화와 차량 블랙박스 등을 임의제출받았다.

장하연 서울경찰청장은 “이 사건에 대해 예단 없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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