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이성윤, ‘다 협의된 것’이라며 세차례 수사방해”

유원모 기자 , 배석준 기자 , 고도예 기자 입력 2021-05-13 03:00수정 2021-05-13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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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윤 중앙지검장 기소]檢공소장에 ‘이성윤 세번 수사방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11일 오후 퇴근해 관용차량에서 내리는 모습. 12일 기소된 이 지검장은 이날 연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수사지휘의 탈을 쓴 수사무마.”

12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한 수원지검 수사팀(팀장이정섭 부장검사)은 이 지검장의 혐의에 대해 이같이 표현했다. 검찰이 이날 서울중앙지법에 접수시킨 A4용지 16쪽 분량의 공소장에는 2019년 6, 7월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이던 이 지검장이 안양지청 수사팀의 수사를 3차례에 걸쳐 방해한 상황이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다. 이 지검장은 기소 소식이 알려진 직후 “향후 재판 절차에 성실히 임해 진실을 밝히고, 대검 반부패강력부의 명예회복이 반드시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檢 “이성윤 3차례 걸쳐 지속적 수사 방해”
공소장에 따르면 이 지검장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가 이뤄진 지 3개월 뒤인 2019년 6월 20일부터 안양지청 수사팀의 수사를 지속적으로 방해했다. 당시 안양지청 수사팀은 법무부의 수사의뢰로 김 전 차관의 출국 정보 무단 유출 의혹을 수사하던 중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이던 이규원 검사가 긴급 출금 승인요청서 등에 허위 사건번호를 기재한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안양지청은 같은 해 6월 18일 이 검사의 범죄사실을 적시한 ‘검사 비위 혐의 보고’라는 A4용지 5쪽 분량의 보고서를 작성해 다음 날 대검에 제출했다. 이 보고서에는 이 검사의 혐의를 수원고검에 보고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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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이 지검장은 이튿날인 6월 20일 배용원 안양지청 차장검사(현 전주지검장)에게 전화를 걸어 “(김 전 차관 출금은) 법무부와 대검에서 다 협의된 내용인데 왜 수사를 하느냐”고 항의했다. 김모 당시 대검 반부패부 수사지휘과장도 이 지검장의 지시에 따라 대학 선배인 이현철 안양지청장(현 서울고검 검사)에게 연락해 “안양지청 차원에서 해결해 달라. 지청장이 그런 것을 해결해야 되지 않나. 이 보고는 받지 않은 걸로 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대검 반부패부의 이 같은 지휘에 수사팀은 크게 반발했다고 한다.

이후 수사팀이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직원들을 불러 조사하면서 김 전 차관 출금의 불법성 여부에 대해서도 캐묻자 또다시 수사 방해가 이어졌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당시 법무부 A 서기관은 6월 25일 조사 도중 수사팀에 “검찰 부탁을 받고 해준 것인데 이것을 수사하면 검찰도 다친다”고 반발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이 지검장은 문홍성 당시 반부패부 선임연구관(현 수원지검장)을 통해 안양지청에 경위서 제출을 지시했다. 윤대진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도 이 지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했다고 한다.

안양지청 수사팀이 7월 1일 “별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보고하자 이 지검장은 “조사 과정이 영상 녹화된 것이 있느냐” “법무부가 수사의뢰한 출국 정보 유출 여부만 확인하라”는 취지로 지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안양지청 수사팀은 불법 출금 관련 수사를 진행하지 못하고 법무부 소속 공익법무관 2명에 대해서만 불기소 처분을 내리겠다는 보고서를 7월 3일 대검 반부패부에 보냈다. 그러자 반부패부는 안양지청에 “야간에 급박한 상황에서 관련 서류 작성 절차가 진행됐고, 동부지검장에 대한 사후 보고가 된 사실이 확인돼 더 이상 진행 계획 없음”이라는 문구를 담아 수사를 자체 중단했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수정하라고 지시했다. 안양지청은 이 지시에 따라 수정된 보고서를 다음 날 대검에 제출한 뒤 수사를 종결했다.

● 檢, 다른 현직 검사 3명 공수처로 이첩
이 지검장은 이 같은 혐의에 대해 “6월 18일자 안양지청의 보고 내용은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에게 보고드리고, 지시를 받아 일선에 내려보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7월 4일) 안양지청으로부터 긴급 출금 관련 의혹이 해소돼 더 이상 수사 진행 계획이 없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아 총장에게 그대로 보고했다”고 반박했다. 이 지검장은 10일 열린 수사심의위에서 “문무일 전 총장과 대질을 시켜 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원지검 수사팀에서 참고인 신분 서면 조사를 받은 문 총장은 “그런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지검장이 어떤 경위로 안양지청의 수사를 방해한 것인지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법무부 고위 관계자 등 추가 연루자가 나올 경우 추가 기소도 이뤄질 수 있다. 또 출금 과정에 개입한 이광철 대통령민정비서관(당시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에 대한 기소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지검 수사팀은 윤대진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 이현철 전 안양지청장, 배용원 전 안양지청 차장검사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이첩했다. 공수처법에 따라 검찰은 현직 검사의 혐의가 발견되면 공수처로 이첩해야 한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배석준·고도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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