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노래방 실종 손님, 112 신고 했지만…경찰 출동 안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12일 20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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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노래주점을 운영하는 30대 남성이 손님을 살해한 뒤 시신을 내다버린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인천 중부경찰서는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노래주점 업주 A 씨(34)를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1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지난달 22일 오전 2시경 자신이 운영하는 중구 신포동의 한 노래주점에서 손님 B 씨(41)를 살해한 뒤 시신을 차량에 실어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현장 감식과 폐쇄회로(CC)TV 분석 결과 등을 토대로 A 씨를 살인 용의자로 특정했다. 노래주점에 대한 현장 감식에서 B 씨의 혈흔이 나왔고, 휴대전화 신호가 마지막으로 확인된 곳도 노래주점이었다. B 씨가 노래주점을 들어간 뒤 나가는 모습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A 씨가 노래주점에서 밖으로 무엇인가를 옮기는 장면이 CCTV에 찍혔다.

22일 오후 6시 반경 노래주점 인근 마트에서 A 씨가 14ℓ짜리 락스 한 통과 75ℓ 짜리 쓰레기봉투 10장, 청 테이프 등을 구입한 사실도 확인했다. 경찰은 남은 혈흔을 지우고 시신을 훼손하거나 유기하기 위해 사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B 씨의 시신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수사 전담반을 꾸려 송도국제도시 인천신항 등 A 씨의 동선을 중심으로 인근 공사장과 매립지 등을 수색하고 있다.

B 씨는 지난달 21일 오후 7시 반경 평소 알고 지내던 C 씨와 함께 이 노래주점을 찾아 술을 마시다가 실종됐다. B 씨와 연락이 되지 않자 그의 아버지가 5일 뒤 경찰에 “외출한 아들이 집에 오지 않고 있다”며 신고했다.

실종 당일 노래주점에서 함께 어울려 술을 마신 C 씨는 경찰에서 “B 씨가 주점에서 더 놀겠다고 해서 먼저 나왔다”고 진술했다. 업주인 A 씨는 수사 초기에 “B 씨가 술값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다가 노래주점을 나갔다”고 주장했으며, 현재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

B 씨는 A 씨와 술값 문제로 실랑이를 하던 22일 오전 2시 5분경 112 종합상황실에 직접 전화를 걸어 “술값을 못 냈다”고 신고했다. 상황실 근무자가 정확한 위치를 물었지만 B 씨가 제대로 답하지 않아 경찰이 출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B 씨의 신고를 접수한 상황실 근무자가 아는 사람과 술값 문제로 이야기하는 정도로 생각하고 출동 지령을 관할 지구대에 내리지 않았다”며 “긴급하거나 생명에 위험이 있는 상황으로 판단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인천=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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