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량-터널이 늙고있다…인프라 5곳 중 1곳 30년 넘어

황재성기자 입력 2021-05-11 14:00수정 2021-05-11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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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기준으로 국내의 교량, 터널, 댐, 항만 등 주요 인프라시설 5개 가운데 1개는 지은 지 30년을 넘어 노후화된 것으로 집계됐다. 또 10년 뒤엔 절반에 가까운 인프라시설이 준공된 지 30년을 넘어설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노후화된 시설은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나 인명 피해를 낳는 대형 사건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집중적인 유지 관리와 성능 개선이 요구된다. 하지만 인프라 관련 정부 예산은 신규 인프라 공급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이런 내용을 담은 보고서 ‘노후 인프라 개선을 위한 민간투자사업의 정책방향’을 펴냈다. 또 13일에는 국토교통부와 관련 기관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세미나도 진행한다. 이날 세미나는 유투브(‘한국건설산업연구원’)를 통해 온라인 중계된다.

● 주요 시설 5곳 중 1개 30년 초과…10년 뒤엔 절반가까이 증가
보고서에 따르면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시설물안전법)’에 따라 관리되는 국내 주요 인프라 시설물은 모두 16만 381개(2020년 11월 기준)이다. 이 가운데 지은 지 30년 이상 된 시설물은 모두 2만 7997개(17.5%)에 달한다. 5개 가운데 1개꼴인 셈이다. 30년을 넘어섰다는 것은 집중적인 유지 관리와 성능 개선 작업이 요구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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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물별로 보면 댐은 무려 390개로 전체(615개·63.4%)의 절반을 훌쩍 넘어섰다. 또 항만(전체·496개/30년 이상·108개/비율·21.8%) 상하수도(2354개/505개/21.5%) 하천(6976개/1494개/21.4%) 등도 30년 이상 시설물의 비중이 20%를 넘었다.

시설물안전법의 관리를 받지 않는 도로는 2019년 기준으로 30년 이상이 전체의 50.7%를 차지했다. 특히 일반국도는 전체의 86.9%가 30년 이상이었다. 철도도 2017년 기준으로 30년 이상 된 시설들이 38.6%나 됐다.

앞으로 10년 뒤에 이 같은 수치는 빠르게 늘어난다. 시설물관리법의 영향을 받는 시설물 가운데 현재 지은 지 20년을 넘어선 것들이 무려 4만 2908개(26.8%)에 달하기 때문이다. 즉 10년 뒤에는 전체의 44.2%가 30년을 넘어서게 된다는 뜻이다.

특히 10년 뒤에 댐은 전체의 75.9%가, 교량(50.6%)·항만(50.2%)은 절반 이상이 30년을 경과할 것으로 집계됐다. 또 상·하수도(45.9%) 하천(44.2%) 공공건축물(43.9%) 등도 전체의 절반 수준에 육박했다.

● 시설물 관리 소홀은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
이처럼 노후 시설물이 급속도로 늘어나는 것은 주요 시설물이 대부분 1970~1990년대 고도 경제 성장기에 집중적으로 건설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급속도로 노후화된 시설물을 제대로 관리하고 성능 개선에 나서지 않을 경우 사건사고의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9년 인천에서 발생한 ‘붉은 수돗물 사태’다. 그해 5월 30일 인천 서구에서 붉은 수돗물이 쏟아져 나와 식수는커녕 생활용수로도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졌다. 취수장에서 전기공사를 하면서 평소 사용하지 않던 관로로 물을 흘려보내는 과정에서 관로에 붙어 있던 녹이 떨어진 게 원인이었다.

정부와 인천시는 이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지역주민들의 3개월치 상하수도 요금을 면제해주고, 생수구입비 등을 지급하는 등 331억 원이 넘는 비용을 투자해야만 했다.

인명피해를 낳는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2007년 8월 미국 미네소타에서 발생한 미시시피강 다리 붕괴다. 이 사고로 최소 4명이 숨지고, 30명이 행방불명됐으며 6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1967년에 지어진 이 다리는 정기점검 과정에서 구조적 결함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보수 보강을 미루다가 붕괴되는 처참한 결과를 맞았다.

● 노후시설 관련 예산 늘리고 민간 투자 활성화 필요
정부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2018년 ‘지속가능한 기반시설관리 기본법’(기반시설관리법)을 제정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또 관련 예산도 꾸준히 늘려나가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2014~2019년까지 노후 기반시설 관리에 약 59조3000억 원이 투자됐다.

특히 교통시설을 중심으로 유지관리 투자가 증가했다. 최근 5년 간 도로관리 예산은 지속적으로 늘어나 도로 관련 예산의 25% 수준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기반시설 관리에 전체 예산의 절반 이상을 쏟아 붓는 미국 등에 비하면 규모는 작은 편이다. 일본도 전체 공공공사 중 유지관리비가 29.9%(2018년)에 달할 정도다.

문제는 이같은 노후 시설 관련 예산 수요 증가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재정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어 여력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간 자본 또는 대안적인 공공재원을 활용한 새로운 투자 체계 마련이 요구된다.

건산연은 “기반시설의 안정적 유지관리와 운영 효율성을 개선하면서 국가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민간 투자사업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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