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 95%, 횡단보도 ‘일단 정지’ 안지킨다

박창규 기자 입력 2021-05-04 11:51수정 2021-05-04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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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의 한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를 보행자가 건너는데 차량이 일시 정지하지 않고 지나가고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제공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보행자를 위해 차를 멈추는 운전자가 5%도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최근 서울 도심의 무신호 횡단보도에서 운전자의 일시정지 의무 준수 실태를 조사한 결과 185명이 길을 건너려고 할 때 차량이 정차한 경우는 단 8회(4.3%)에 그쳤다고 4일 밝혔다.

도로교통법 제27조 제 1항에 따르면 모든 운전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을 때 횡단보도 앞(정지선이 있는 경우 정지선 앞)에서 일시 정지해야 한다. 위반하면 승용차 기준 7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공단은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의 진출입로, 단일로, 어린이보호구역 등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 5곳에서 도로교통법 준수 여부를 조사했다.

넓은 도로와 좁은 도로가 만나는 진출입로에서는 70대 중 6대(8.6%)가 일시 정지 규정을 지켰다. 반면 단일로에서는 79명의 운전자 가운데 1명도 규정을 지키지 않고 횡단보도를 지나쳤다. 어린이보호구역인 초등학교 앞 도로에서도 일시정지 규정을 지킨 차량은 36대 중 2대(5.5%)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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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은 지난해 12월 무신호 횡단보도 일시정지 의무에 관한 인식조사를 벌였다. 결과를 보면 응답자 중 92.1%가 이러한 규정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를 지키는 이들이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 3081명 중 보행 중 사망자는 1093명으로 35.5%에 달한다.

공단 관계자는 “진출입로에서는 운전자가 넓은 도로로 합류하는 과정에서 속도를 줄이면서 보행자에게 양보하는 비율이 좀 더 높은 것 같다”며 “횡단보도에서는 언제든지 보행자가 지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 모습. 보행자가 횡단하자 차량들이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 정지하고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제공
정부는 보행자가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 기다릴 때도 운전자의 일시 정지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도로교통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3월 발표한 ‘2021년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대책’의 일환이다.

이에 따라 공단은 이번 조사에서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대기하는 보행자가 있을 때 일시 정지하는 차량의 비율도 함께 파악했다. 실험 결과 보행자가 대기 중일 때 운전자가 정차한 경우는 73대 중 1대(1.4%)에 불과했다. 선진국의 경우 무신호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나타나면 주행하던 차량들이 일시 정지하는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권용복 공단 이사장은 “차에서 내리면 누구나 보행자”라며 “‘보행자 우선, 사람 우선’ 교통문화 확산을 위해서는 ‘사람이 보이면 일단 멈춤’을 습관화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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