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수사자문단-수사심의위 소집 요청에… 수원고검장 “신속히 소집을” 시간끌기 차단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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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후보추천위 앞두고 정면충돌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를 무마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22일 대검과 수원지검에 각각 전문수사자문단과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했다. 검찰이 자신을 기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자 외부 전문가들의 판단을 받아보자고 나선 것이다.

그러자 수사팀을 지휘하는 오인서 수원고검장이 곧바로 제동을 걸었다. 대검에 중간 절차 없이 신속히 수사심의위를 소집해 달라고 요청해 이 지검장의 ‘시간 끌기’ 전략을 막겠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법무부는 이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후임을 뽑는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를 29일 오전 10시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 지검장 측 변호인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수사팀이 오로지 이성윤 검사장만을 표적 삼아 수사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 법률 전문가들과 일반 국민들의 시각을 통해 의혹이 규명될 것으로 믿는다”며 전문수사자문단 및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 이유를 밝혔다. 이를 두고 차기 총장 후보로 거론되는 이 지검장이 후보추천위원회 이후로 기소를 늦추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됐다.

이에 오 고검장은 검찰총장 권한대행인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에게 이 지검장 사건 관련 수사심의위를 신속히 소집해 달라고 요청했다. 검찰 운영지침상 수사팀 관할 검사장이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하면 바로 위원회를 열 수 있지만 사건 관계인인 이 지검장이 소집을 요청한 경우에는 부의심의위 등을 거쳐야 해 최소 3주가 소요된다. 오 고검장이 이 지검장을 겨냥해 수사심의위 개최를 명분으로 지연 전략을 펼 수 없도록 맞불을 놓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조 차장검사는 오 고검장의 신속 개최 요청에 대해 결정을 내리지 않고 “23일 결정하겠다”며 퇴근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29일 총장후보추천위원회 이전에 수사심의위가 열리고, 이 자리에서 이 지검장에 대한 기소 권고가 나올 경우 차기 총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이 지검장으로선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이 지검장 사건을 수사하는 수원지검은 “전문수사자문단은 대검과 일선 검찰청에 이견이 있을 때 검찰총장 직권으로 소집하는 제도라 이 사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 재경지검 부장검사는 “이 지검장 입장에선 수사심의위 신청이 최대한 시간을 벌 수 있는 벼랑 끝 승부수인 셈”이라고 했다.

윤 전 총장 사퇴 이후 56일 만인 29일 열리는 총장후보추천위원회는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등 현 정권에 우호적인 인사가 다수 포함되어 있다. 여권에선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검찰총장을 뽑는 인사인 만큼 충성도가 강한 인물이 임명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 지검장이 수사심의위를 신청한 것과 총장추천위원회 일정을 공개한 것은 무관하다”고 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 지검장이 차기 총장이 되더라도 조직을 장악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때문에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 구본선 광주고검장, 조남관 대검 차장, 봉욱 전 대검 차장, 이금로 전 수원고검장, 양부남 전 부산고검장 등이 총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황성호 hsh0330@donga.com·고도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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