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쏟아진 화물 치우는 시민들… SNS로 퍼지는 ‘선한 영향력’

김태성 기자 입력 2021-04-15 03:00수정 2021-04-15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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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생수, 대구선 벽돌 운반 중
도로 한가운데 화물 쏟아지자 주변 시민들, 트럭기사-경찰 도와
“SNS로 미담 노출… 동참도 유도”
“트럭 기사님이 혼자 쩔쩔매고 있는데 갑자기 시민들이 나타나 돕기 시작했어요.”

9일 오전 11시경 서울 강서구 화곡역사거리 왕복 7차선 교차로.

좌회전하던 1t 트럭이 횡단보도를 지나가다 기우뚱하더니 화물칸 짐들이 도로에 와르르 쏟아졌다. 0.5L 생수병 20개씩 든 상자 수십 개가 길에 나동그라졌다. 트럭 기사가 황급히 내렸지만 혼자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런데 길을 가던 시민들이 하나둘씩 다가오더니, 10kg짜리 생수 박스를 들어 트럭에 싣기 시작했다. 가방을 멘 청년부터 치마를 입은 여성, 등산복 차림의 중년 남녀까지. 도로로 차들이 지나다녔지만 도움의 손길은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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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서울 강서구 지하철5호선 화곡역사거리에서 시민들이 도로에 쏟아진 생수 박스를 트럭에 싣고 있다. 시민 20여 명이 자발적으로 도와준 덕분에 엉망이 됐던 도로는 약 15분 만에 말끔히 정리됐다. 독자 제공
인근을 순찰하던 경찰도 현장으로 다가와 교통정리 등에 나섰다. 엉망이었던 도로는 겨우 15분 만에 말끔히 정리됐다. 함께 짐을 실은 강서경찰서 까치산지구대 권범준 경장은 “누구 하나 도와 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시민 20여 분이 내 일처럼 나서주셨다”며 “트럭 기사님이 너무 고마워하셨다”고 전했다.

앞서 대구에서도 시민들의 선행이 화제가 됐다. 5일 오후 4시경 대구 북구의 왕복 6차로에서 화물차에 실려 있던 벽돌 더미가 도로로 쏟아졌다. 길을 가던 시민 10여 명은 당연하다는 듯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대구경찰청은 12일 해당 영상을 공개하며 “시민들의 자발적 도움 덕에 사고 없이 잘 마무리됐다”고 감사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뭇한 일들이 자주 일어나는 배경으로 최근 청년들은 물론이고 중장년층까지 ‘공정’만큼 ‘선한 영향력’을 중시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특히 이런 현장에서 도움을 주기 위해 나서는 이들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초두효과’를 일으켜 타인의 동참까지 유도해낸다”고 설명했다. 좋은 일을 하고자 하는 행동이 주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슈퍼 전파자’로 작용하는 셈이다.

특히 대부분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니고 소셜미디어가 일상화되면서 이런 선한 영향력은 더욱 힘을 발휘한다. 임 교수는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과거에는 알려지기 힘든 미담도 쉽게 노출돼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학습 효과를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쏟아진 화물#시민들#선한 영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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