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4월 보선후 독자세력화 무게… 당분간은 정치와 거리둘듯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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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사퇴]
尹 선택따라 차기 대선구도 출렁
하루전 대구방문땐 “고향 온 느낌”… “보수야권 구심점 의지 천명” 해석
김종인 “尹, 만나자면 만날것” 등 야권선 러브콜 발언 이어져
尹, 보선후 야권 개편 지켜보며 제3지대 중도 신당 등 가능성

대검찰청 나서는 윤석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4일 검찰총장직 사의를 표명한 뒤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윤 전 총장이
 사의 표명을 한 뒤 더불어민주당에선 “정치검사의 대선용 기획 사퇴”라는 비판이 쏟아졌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윤 총장과 함께 현 
정부의 폭주를 막겠다”는 지원성 발언이 잇따라 나왔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대검찰청 나서는 윤석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4일 검찰총장직 사의를 표명한 뒤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윤 전 총장이 사의 표명을 한 뒤 더불어민주당에선 “정치검사의 대선용 기획 사퇴”라는 비판이 쏟아졌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윤 총장과 함께 현 정부의 폭주를 막겠다”는 지원성 발언이 잇따라 나왔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하겠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국민’ ‘자유민주주의’ 등 정치적 함의가 가득한 키워드를 내세우며 사퇴하자, 정치권에선 “대선 행보를 기정사실화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윤 총장이 검찰총장으로서의 마지막 행보를 대구에서 한 점이나 2022년 3·9 대선을 1년 5일 앞둔 시점에서 사퇴한 것도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 여야는 윤석열 변수로 4·7 재·보궐선거는 물론이고 내년 대선까지 새판이 만들어질지 촉각을 곤두세우며 ‘윤석열식 대선 플랜’이 어떻게 펼쳐질지 주목하고 있다.

○ “대구서 ‘고향’ 언급한 尹…이미 정치 시작”

이날 야권에선 윤 총장의 정치 데뷔를 기정사실화하며 “윤 총장과 함께하겠다”는 ‘러브콜’식 발언이 종일 이어졌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기회가 돼서 (윤 총장이) 만나자고 하면 한번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은 필요하다면 윤 총장과 힘을 합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은 페이스북에 “문 정권의 폭정을 심판하겠다는 윤석열에게 주저 없이 힘을 보태려고 한다”고 적었다. 여권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결국 정치를 할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합리적 경쟁을 통해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정치 활동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친박(친박근혜)계와 친이(친이명박)계를 중심으로 윤 총장의 사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나와 향후 정치 행보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선주자인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페이스북에 “잘못된 결단”이라며 “정치는 (총장의) 소임을 다한 후 해도 늦지 않다”고 썼다.

특히 윤 총장이 3일 대구고검을 방문하기 직전 대구에서 근무한 인연을 언급하며 “고향에 온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한 것을 두고 “야권의 구심점이 되겠다는 의지를 보수의 심장인 대구에서 천명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윤 총장은 서울 출신이고 부친은 충남 공주가 고향이며 대구엔 혈연이나 지연 관계가 없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구 지역은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 때문에 윤 총장을 싫어하는 여론이 여전히 많은 편”이라며 “준비한 시나리오대로 보수세력을 잡기 위한 메시지를 낸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윤 총장이 사퇴 시점을 4일로 결정한 것 역시 철저한 정치적 판단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윤 총장의 대권 출마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판검사 퇴임 후 1년간 선거 출마를 제한하는 이른바 ‘윤석열 출마방지법’을 추진 중이다.

○ “尹 ‘지금 야당 안 가’…독자 세력화 가능성”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에서 총장직 사의를 표명을 하고 있다. 원대연기자 yeon72@donga.com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에서 총장직 사의를 표명을 하고 있다. 원대연기자 yeon72@donga.com

야권에서는 윤 총장이 곧바로 현실 정치에 뛰어들기보다는 4월 7일 서울시장 보선 이후 대선 행보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야권이 선거를 이긴다는 확신이 들지 않는 상황에서 섣불리 선거에 뛰어들었다가는 감수해야 할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 야권 관계자는 “윤 총장은 당분간 야권 단일화 과정을 지켜보면서 직간접적인 메시지를 내놓거나 선택적인 행보를 하며 대선주자 지지율 10%대의 존재감을 부각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보선 후 본격적인 야권 개편 등 대선판이 열리는 순간, 몸값이 가장 높아질 때를 기다렸다가 기존 정치권의 흐름을 주도하려 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윤 총장은 당분간 가족들과 함께 쉬면서 정치인 등 외부인과의 접촉을 줄일 것이라고 한다. 사퇴하자마자 정치인 접촉부터 시작하면 검찰총장직을 정치에 이용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윤 총장 주변 인사들은 “윤 총장이 정치를 하더라도 지금의 야당으로 들어가기보다는 제3지대에서 활동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을 많이 한다.

따라서 윤 총장이 국민의힘 입당이라는 선택지를 배제하고 제3지대에서 중도 세력을 규합하는 방식으로 정치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즉, 윤 총장이 자신을 향한 구심력을 이용해 국민의힘 내부의 개혁세력과 제3지대 중도세력 등을 흡수한 다음 신당을 함께 창당하는 시나리오다. 여권 관계자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이겨 힘이 모인다면 상황 변동이 생기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윤 총장은 제3지대에서 독자 세력화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여권은 윤 총장의 조기 사퇴가 보선에 악재가 될까 우려하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 4차 재난지원금 등 여권에 유리하게 구축한 이슈가 윤 총장 사퇴로 묻힐 수 있다는 것. 다만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과의 친분 등을 감안하면 윤 총장이 판세 변화에 따라 민주당 후보로 대선에 도전할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성열 ryu@donga.com·박민우·배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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