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내부 “중수청 신설땐 검찰 존재이유 상실”… 尹 직접 의견 밝힐듯

유원모 기자 , 황성호 기자 입력 2021-02-27 03:00수정 2021-02-27 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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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검사 ‘중수청 여론’ 수렴 나서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 폐지하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신설하는 법안을 여당이 추진 중인 가운데 대검찰청은 25일 일선 검찰청에 다음 달 3일까지 의견을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24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검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검찰조직을 무너뜨리겠다는 신념으로 인해 대한민국 형사사법체계가 붕괴 위기에 처했다.”

26일 재경 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더불어민주당 내 검찰개혁 강경파 의원들이 주도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법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날 전국 검찰청에선 동시다발적으로 중수청과 관련된 의견 수렴이 있었다. 앞서 대검찰청은 25일 일선 검찰청에 공문을 보내 중수청 설치법, 검찰청법 폐지 및 공소청 설치법 등 3개 법안에 대한 의견을 달라고 요청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일선 검사들의 의견이 취합되는 대로 직접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검찰 죽이기 법안 반대” 반발 확산

검찰 내부에서는 “170석의 의석을 가진 거대 여당의 입법 폭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는 격앙된 반응이 분출됐다. 올해 1월부터 시행된 검경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보다 이번 사안을 훨씬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올해부터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 참사 등 6대 범죄로만 검찰의 수사권이 축소된 상황에서 남아있는 수사권마저 모조리 없어지면 검찰의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중수청 신설이 가시화될 경우 일선 검사들의 사표 제출 등 거센 반발이 이어질 것이란 분위기가 팽배하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검사는 “중수청 추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당시 제시한 검찰개혁 공약에도 없던 내용”이라며 “현재 법안을 주도하고 있는 의원들이 대부분 검찰에 기소된 피고인 신분이란 점에서 입법권을 보복 수단으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여권의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마저 완전히 틀린 주장”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느 나라에서도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가지고 심지어 영장청구권까지 독점하고 있지는 않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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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의 구승모 국제협력담당관은 26일 검찰 내부망에 “외국의 제도를 전체적으로 보지 않고 제도의 일부분만 인용하거나 실무를 고려하지 않고 법조문만 인용하여 그 의미가 왜곡돼 인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같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검찰이 직접 수사를 담당하는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수사기관 운영 현황 자료를 게재했다. 차호동 대구지검 검사도 검찰 내부망에 ‘수사와 공소의 분리가 세계적 추세, 아닙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수사와 공소의 분리라는 그 자체로 모순인 개념”이라고 반박하면서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에서 2014년 발간한 자료를 게시했다. 해당 자료에는 “(세계 대다수 국가에서) 수사 초기부터 검찰이 수사에 개입하는 경향이 매우 강해지고 있으며 특히 사기, 부패범죄 같은 복잡한 사건에서 두드러진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일선 검찰청은 부서별 회의를 통해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 특히 권력형 부정축재 등 대형 부패 사건의 대응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박철완 대구지검 안동지청장은 검찰 내부망에 “수사청의 설립은 범죄 대응 능력에 커다란 공백을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 윤석열 검찰총장, 입장 표명 방식 등 고민

검찰 안팎에선 일선 검사들의 의견 수렴이 마무리되는 다음 달 3일 이후 윤 총장이 중수청 설치 반대와 검찰청 폐지 등에 반대하는 입장을 직접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중수청 설치 등은) 국민이 선택할 문제”란 입장인 윤 총장은 방식과 수위 등을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이 이번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면서 총장직을 사퇴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법조계에선 윤 총장이 사퇴해선 안 된다는 반대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검찰의 존폐를 다투는 시점에 수장이 자리를 비울 경우 오히려 정권의 입맛에 맞는 새로운 수뇌부가 구성돼 검찰의 실질적인 폐지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한 검찰 간부는 “여당이 추진하는 중수청 설치 등이 실현될 경우 윤 총장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실질적인 마지막 검찰총장이 되는 것”이라면서 “여당이 중수청 법안 등을 당론으로 채택해 밀어붙이겠다고 밝히는 순간 윤 총장이 결단할 시간도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유원모 onemore@donga.com·황성호 기자
#중수청 여론#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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