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내 1m 거리두기 불가능” 과밀학급 4000곳 등교수업 ‘조마조마’

이지윤 기자 , 전남혁 기자 , 조응형 기자 입력 2021-02-27 03:00수정 2021-02-27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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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리포트]‘등교 D-3’ 혼란의 교육현장
23일 오전 대구 남구 대명동 경북예술고등학교에서 50사단 장병들과 남구 관계자들이 개학을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대구=뉴시스
“위험을 무릅쓰고 초등학교 저학년들이 꼭 등교를 해야 할까요? 매일 주위에서 확진자가 나와서 주말나들이 못한 지도 1년이 넘었는데….”(초등 1학년 자녀를 둔 천모 씨·제주)

“저희는 맞벌이라 지난해 매일 아이 온라인 수업 챙기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여전히 불안하긴 하지만 다음 주부터 등교한다니 조금은 숨통이 트이네요.”(김승미 씨·충남)

다음 달 2일, 2021학년 새 학기 첫 등교가 3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학사 일정이 엉망이었지만, 올해 교육당국은 최대한 대면수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반응은 엇갈린다. 4차 팬데믹이 올지 모른다는 경고까지 나오는 마당에 꼭 학교를 가야 하느냐는 의견과 유치원생, 초교 저학년처럼 다른 학년도 매일 등교하게 해달라는 주문이 팽팽하다. 일선 학교 현장에선 행여 확진자라도 나올까 봐 불안해하면서도 학생들의 교육 격차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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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라인 수업, 더 이상 감당이 안 돼요.”

교육부는 지난달 28일 ‘2021년 학사 및 교육과정 운영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등교 수업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1, 2학년은 거리 두기 2단계까지 밀집도(전교생 중 등교 가능한 인원)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권고했다. 이에 따라 현행 거리 두기가 유지된다면 전국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1, 2학년은 매일 등교한다.

서울시교육청이 앞서 18, 19일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 학부모의 74.2%는 거리 두기 3단계 전까지 전교생 3분의 2가 등교하는 의견에 찬성했다. 현행 교육부 거리 두기 단계별 학사운영 방침에 따르면 2단계는 밀집도 3분의 1이 원칙이나 최대 3분의 2도 가능하다.

동아일보가 인터뷰한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전국 학부모들도 상당수가 등교에 찬성했다. 13명 가운데 9명이 등교 수업을 선호한다고 했다. 특히 올해 2학년이 되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지난해 온라인 수업이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온라인 수업은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큰 스트레스였어요. 일단 아이는 집에서 덩그러니 모니터를 들여다보니 전혀 집중을 못했어요. 부부가 돌아가며 애를 ‘감시’하는 것도 못할 일이었고요. 방역만 잘 지켜진다면 대면 수업이 훨씬 도움이 되겠죠.”(박지윤 씨·경기 광명)

온라인 수업으로 벌어진 학생들의 교육 격차도 더 이상 간과하기 어렵다. 서울 성동구의 한 초등학교 A 교사는 “같은 1학년이라도 교과서를 술술 읽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숫자도 잘 몰라 몇 페이지를 펴야 하는지 모르는 학생도 있었다”며 “가끔 하는 대면 수업 때마다 아이들 수준이 눈에 띄게 벌어져 어떻게 교육해야 할지 난감했다”고 전했다.

○ “매일 등교, 시한폭탄을 안고 가는 기분”

서울 강동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B 교사(26). 그는 최근 개학을 준비하며 학교 복도에 발바닥 모양 스티커를 1m 간격으로 붙이고 있다. ‘1m’라는 거리 개념을 잘 모르는 저학년을 위해 거리 두기 습관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B 교사는 “아이들을 억제하는 느낌이 들어서 마음이 불편하긴 하지만, 코로나19 방역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일선 교사들은 지난해보다 학생들을 자주 볼 수 있어 기쁜 만큼 걱정도 많아진다. “제발 우리 학교에선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솔직한 바람을 내비치기도 했다. 인천 서구의 한 초등학교 C 교사는 “솔직히 방역에 신경 쓴다고 확진자가 안 나온다는 보장이 없지 않나. 특히 저학년들은 아무래도 돌발변수가 많다 보니 신경이 많이 쓰인다”고 했다.

교사들이 가장 걱정하는 건 급식시간이다. 밥을 먹으려고 마스크를 벗고 서로 맨얼굴을 마주하면 아이들이 서로 조잘거리고 싶어 안달이라고 한다. 한 교사는 “자리도 띄우고 가림막도 설치하지만 100명이 넘는 아이가 모여 급식을 하다 보면 100% 통제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우려했다.

교실 내 1m 거리 두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곳도 있다. ‘학교시설·설비기준령’에 따르면 한 교실의 기준 면적은 약 66m². 전문가들은 “1m 거리 두기를 지키려면 한 명당 4m²의 공간이 필요하다”며 “66m²짜리 교실은 16명을 수용하면 적절한 크기”라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기준 전국 초등학교의 학급당 학생 수는 평균 21.8명이다. 31명이 넘는 과밀학급도 전국에 4068곳이나 된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 초등학교 교사는 “우리 반은 학생이 30명이다 보니 서로 거리가 50cm도 안 되는 것 같다. 교실 숫자도 제한돼 반을 나눠 수업하기도 어렵다. 이러다 확진자가 나오면 당장 거리 두기 수칙을 안 지켰다는 지적이 나올 텐데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걱정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1m 거리 두기가 어렵다면 마스크를 철저히 착용하고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특히 쉬는 시간이나 화장실에 갈 때 마스크 착용 지침을 잘 지키도록 지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 “정부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제시해야”

“2021년은 학교에서 학사 일정을 예측 가능하도록 운영하겠습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교육과정 운영방안을 발표하며 ‘예측 가능한 학사 일정 운영’을 주요 방침으로 꼽았다. 지난해 경험을 잘 반영해 올해 학습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일부 학부모는 “당장 다가온 개학 이후 일정도 명확하게 알려주지 않는다”며 답답해했다. 인터뷰한 상당수 학부모가 24일 기준 수업 일정을 아직 공지 받지 못했다고 했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딸을 둔 박좌유 씨(38)는 “학교에서 반 배정도 개학 닷새 전쯤에야 알려줬다. 학사 일정은커녕 방역을 어떻게 준비하는지 등에 대한 간단한 안내문 한 장이라도 배포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학교 측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한 초등학교 관계자는 “학교도 등교 방침을 미리 알려주고 싶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에 따라 조정이 불가피해 선제적으로 고지하기가 조심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괜히 미리 고지했다가 방침이 바뀌면 혼란이 더 커질 수 있단 얘기다.

이에 대해 교육당국은 “거리 두기 단계가 변경될 경우엔 해당되는 첫 주는 이전 단계에 맞춰 운영하면 된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럴 경우엔 학부모들이 왜 거리 두기 수칙을 지키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다. 서울 양천구의 한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이모 교사(36)는 “지난해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때마다 현장에선 난리가 났다. 수시로 방역지침이 바뀌는 상황을 경험했기 때문에 이번엔 미리 확정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조영달 서울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결국은 교육부가 산하 교육청 관계자, 각급 학교 교직원, 학부모들과 적극 소통해 시기별로 구체적인 가이드를 제시할 수밖에 없다”며 “학교의 개별적인 방역 노력에 기댈 게 아니라 정부가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연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명확한 지침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지윤 asap@donga.com·전남혁·조응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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