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김명수 ‘코드인사’도 논란… 서울중앙지법 ‘빅3’에 내사람 심기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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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블랙리스트’ 조사하거나 ‘檢수사 주장’한 판사들 전면 배치
“제왕적 권한 이용 친정체제 구축”
형사부 근무 연장 설문 돌린뒤 조국-靑사건 재판장 유임시켜
‘김미리 남기기 명분쌓기’ 의혹

김명수 대법원장이 최근 단행한 법관 인사에서 전국 최대 법원이자 주요 사건 재판을 심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법의 ‘코드 인사’ 논란이 법원 안팎에서 확산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원장과 주요 수석부장판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등에 대한 진상조사에 참여하고, 검찰 수사를 주장한 법관들이 차지했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등의 재판을 맡고 있는 재판장이 이례적으로 유임된 배경을 놓고도 새로운 의혹이 법원 내부에서 제기됐다.

●진상조사 강하게 주장한 법관들 요직에
9일 부임하는 성지용 신임 서울중앙지법원장(57·사법연수원 18기)은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2017년 3월 22일 1차 진상조사위원에 임명됐다. 블랙리스트 사건은 양 전 대법원장이 당시 대법원에 비판적인 성향의 판사 명단을 작성해 관리했다는 의혹이다. 1차 진상조사위가 출범하기 전인 같은 해 3월 9일 당시 춘천지법원장이던 김 대법원장은 전국법원장회의에서 진상조사를 강하게 주장했으며, 일부 대법관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위원장 선임을 공개 반대하는 등 위원회 구성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같은 해 9월 취임한 김 대법원장은 블랙리스트 의혹의 재조사를 지시해 2,3차 조사까지 이어졌다. 성 원장은 같은 해 11월 블랙리스트 사건 2차 조사위원으로 다시 임명됐다. 성 원장의 전임인 민중기 서울중앙지법원장(62·14기)은 2차 조사위원장을 지냈다. 고연금 신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53·23기)도 블랙리스트 사건의 1차 조사위원이었다. 성 원장과 고 수석부장은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다. 김 대법원장은 이 연구회의 초대 회장을 지냈다.

송경근 신임 서울중앙지법 민사1수석부장판사(57·22기)는 3차 조사가 마무리된 뒤에 법원의 자체 조사로 끝내지 말고 검찰에 수사를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수석부장은 2018년 6월 8일 법원 내부망에 “검찰이 (법원에 대한) 수사를 시작한다면 이에 적극 협조하고 그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주일 뒤 김 대법원장이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하면서 법관 100여명이 검찰 조사를 받았다.

서울중앙법원장, 형사 및 민사수석부장 등 3곳은 법관들을 어떤 재판부로 배치할지 정하는 사무분담 권한과 법관이 심리할 재판을 재판부에 지정하는 사건 배당 권한을 가지고 있다. 영장발부 등 검찰의 강제수사 여부를 결정하는 4명의 영장전담 부장판사도 배치할 수 있다. 한 고위 법관은 “김 대법원장이 ‘제왕적 권한’을 이용해 자기 편 판사들로 줄을 세워 친정 체제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형사부 근무기간 연장’ 설문 뒤 유임시켜
지난해 12월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는 형사부에 근무하는 법관 94명에게 “형사부 근무 기간을 늘려 형사법 분야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대안에 대해 형사부 판사들의 솔직한 의견을 들어보려고 한다”는 이메일을 보내 답변을 달라고 했다. 서울중앙지법의 재판장은 법원에서 3년, 같은 재판부에서는 2년 간 근무하는 것이 원칙이다.

해당 메일을 받은 복수의 법관들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건과 선거개입 의혹 사건 등의 재판장인 김미리 부장판사(52·26기)를 서울중앙지법에 남기려는 명분 쌓기 아니냐는 의심을 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해당 설문조사가 최근 단행된 법관 인사의 최대 화두인 서울중앙지법의 ‘코드 인사’ 논란의 전조 아니었냐는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법관들은 대부분 ‘불희망’ 취지의 부정적 입장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설문조사 결과는 발표되지 않았다.

3일 발표된 인사에서 김 부장판사는 3년 동안 근무한 뒤 서울중앙지법을 떠나는 관례를 깨고 유임됐고, 관련사건 재판도 계속 맡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인사 명단을 보고 자연스럽게 당시 설문조사가 생각이 난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진보성향의 법관 모임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김 부장판사는 지난해 1월 선거개입 의혹 사건을 배당받았지만 공판준비 기일만을 거듭해 아직 1차 공판조차 열리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 배당 중지를 신청해 같은 달 19일부터 추가 사건의 배당이 중지돼 다른 판사들이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중순 정해지는 사무분담에서 김 부장판사가 같은 재판부에 잔류해 조 전 장관 재판 등을 계속 맡게 될 경우 ‘늑장 재판’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올 수 있다.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4일 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중앙지법은 김 부장판사가 맡은 사건이 많이 쌓여있어 일부 사건을 다른 형사재판부로 재배당했다. 사유는 ‘법관의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상 “배당된 사건을 처리함에 현저히 곤란한 사유가 있어서 재판장이 그 사유를 기재한 서면으로 재배당 요구를 한 때” 등이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사건이 다른 형사재판부에 비해 많이 쌓여 있으면 ‘키 재기’를 해서 다른 재판부에 넘겨주곤 한다”며 “대부분의 형사부 판사들은 피고인의 상황 등을 고려해 재판을 진행하려고 자주 야근하며 방대한 기록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신희철 기자


#김명수#코드인사#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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