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 풀어줘 다행” “협조한 대가가 이거냐”…엇갈린 희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17일 19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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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죽을 맛이었는데, 다시 손님 맞을 준비를 해야죠.”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익선동에 있는 한 커피숍. 아직 고객은 찾아볼 수 없었지만, 사장 허춘범 씨(68)와 직원 2명은 가게를 청소하느라 분주했다. 추운 날씨에도 직원들은 매장 밖 창틀을 닦고, 입구를 빗자루로 쓸었다.

허 씨도 노란 고무장갑을 끼고 직접 나섰다. 한참동안 먼지가 쌓였던 테이블을 닦아내고, 그새 시들어버렸던 화분들도 옮겼다. 허 씨는 “손님들이 매장에 앉지 못하게 된 뒤로 매출이 80% 이상 떨어졌었다”며 “방역수칙을 잘 지키며 손님들은 잘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18일 0시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일부 시설에 대한 집합금지 및 운영제한 조치는 다소 완화해 자영업자들은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방역수칙 준수가 전제지만 조건부 운영이 가능해진 카페나 피트니스센터 등은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오후 9시 영업을 기대했던 주점이나 노래방 등은 실망감을 표출하며 반발 움직임을 이어갔다.

●“영업 재개는 다행이나, 실효는 떨어져”
지난해 11월 24일부터 매장 내 취식이 금지됐던 수도권 카페들은 방역조치 완화에 오랜만에 활기가 돌고 있다. 서울 종로구 운니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수연 씨(46)는 “오늘 의자와 탁자에 꼈던 거미줄을 털어냈다”며 “방역수칙도 더 꼼꼼히 지킬 생각이다. 테이블 간격도 더 넓히겠다”고 했다.

방역수칙을 어기고 ‘오픈 시위’를 강행하며 자영업자 반발에 불씨를 당겼던 피트니스센터 등 실내체육시설도 정부 조치에 반색했다. 구로구에 있는 한 피트니스센터 측은 “솔직히 백화점이나 스키장 등은 그대로 두면서 왜 우리만 문을 닫아야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늦게나마 영업을 풀어줘서 다행”이라고 전했다.

다만 애매한 허용 기준이 운영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거란 우려도 있었다. 특히 오후 9시 이후 영업제한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았다. 박주형 필라테스사업자연맹 대표는 “주 이용 층인 직장인들은 대부분 퇴근 시간 이후에 온다. 이럴 경우 대략 오후 7~9시 2시간 정도에 몰릴 수 있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8일부터 집합금지 대상이었던 수도권 학원 및 교습소 등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영업 조건이었던 ‘동시간대 9인 이하’에서 ‘8㎡당 1명 또는 좌석 두 칸 띄우기’로 완화됐기 때문이다. 한 학원 관계자는 “기존 조건은 작은 규모의 동네학원 말고는 맞추기가 어려워 사실상 문을 열수가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대형학원 등에서는 조건 완화가 시점이 늦어지며 실효성이 떨어진단 볼멘소리도 나왔다. 예를 들어, 인기강좌는 한번에 200명 이상 참석하기도 하는데, 조건을 지켜가며 대면강의가 불가능하다. 한 대형학원 측은 “게다가 이미 방학이 시작된 지 오래라 방학프로그램들은 학생 상당수가 이미 취소를 해버린 상태”라며 아쉬워했다.

●“정부에 협조한 대가가 이거냐” 불만


이번 조치에서 오후 9시 이후 영업을 기대했던 업종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일반음식점이나 주점, 노래방 등은 “달라진 게 없어 매출 증가를 기대하기 힘들다”며 속상해했다.

서울 용산구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박모 씨는 “집단행동을 한 업종만 풀어줬다는 의심이 강하게 든다. 주점들도 피트니스센터처럼 집회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시동 코인노래연습장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은 “노래방은 실질적인 영업이 오후 7시 이후에 벌어지는데 2시간 가지고 월세는커녕 인건비나 건지겠느냐”고 한탄했다.

집합금지가 그대로 유지된 유흥업소 업주들은 반발 강도가 더 세다. 한국유흥음식점중앙회 관계자는 “당장 생계를 이어가기 어려운 영세 업주들이 걱정”이라며 “정부 방침에 장기간 협조해왔는데 계속 희생만 강요한다”고 분개했다.

광주광역시 유흥업소들은 집단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광주시지부에 소속된 유흥업소 약 700곳은 18일 광주시청을 항의 방문하고 방역수칙과 관계없이 영업을 재개하기로 했다. 단속에 적발돼 벌금이 부과되면 회원들이 함께 납부하는 방식도 고려 중이다. 지부 관계자는 “우리는 10개월 동안 6개월 이상 영업을 하지 못했다”며 “굶어 죽으나 단속에 걸려 죽나 매한가지”라고 말했다.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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