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편법 쪼개기 광고’ 눈감은 정부, 중간광고 전면허용 추진

정성택 기자 입력 2021-01-14 03:00수정 2021-01-14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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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방송시장 활성화 방안 발표
시행령 개정해 이르면 6월 시행
‘공공성 훼손’ 지적에도 밀어붙여… 지상파 작년 PCM 1000억 수익
“방만 경영 손안대고 특혜” 지적
정부가 3년 만에 다시 지상파 방송사의 중간광고를 전면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현재 ‘편법 중간광고’라는 비판을 받는 프리미엄광고(PCM)로 큰 수익을 내고 있는데, 아예 합법적인 길을 터주는 것이다. 정부는 방송광고 시장 활성화 및 유료 방송채널과의 형평성을 고려한 조치라고 하지만 지나친 규제 완화로 공공성을 해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3일 전체회의를 열고 지상파 방송사의 중간광고 전면 허용 등을 담은 ‘방송 시장 활성화 정책방안’을 발표했다. 방통위는 중간광고 허용을 위해 이달부터 3개월간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뒤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등을 거칠 방침이다. 이 경우 이르면 6월부터 지상파 방송사의 중간광고가 가능해진다.

지상파 방송사의 중간광고는 1973년부터 금지돼 왔다. 공공재에 해당하는 전파를 사용하기 때문에 시청자 권익 등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조치였다. 방통위는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8년 지상파 방송사의 중간광고를 허용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다가 반대 여론에 부딪혀 중단한 바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중간광고가 금지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PCM을 통해 편법 수익을 올리고 있다. PCM이란 하나의 프로그램을 1, 2부와 같이 여러 개로 쪼개 그 사이에 집어넣는 분리편성광고를 말한다. 1시간짜리 드라마를 3개로 쪼개는 경우도 있어 흐름이 끊긴다는 시청자들의 불만이 많다. 하지만 방통위는 편성상 프로그램이 나뉘어 있기 때문에 광고 총량 시간을 넘지 않으면 방송법 위반이 아니라며 이를 방치해 왔다.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실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사가 PCM을 시작한 2016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PCM으로 거둔 수익은 약 3000억 원이다. 지난 한 해 동안만 1000억 원의 PCM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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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가 침체된 방송 시장을 살린다는 명목으로 다른 매체의 수익 악화는 외면하고 지상파에 사실상 특혜를 주려 한다는 지적이 방통위 내부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김효재 방통위 상임위원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의 연구 결과(2017년)를 인용하며 “지상파 방송사의 중간광고를 허용하면 신문과 케이블TV 등 다른 매체의 광고 매출을 연간 484억 원 가져가게 된다. 지상파 방송사의 중간광고가 다른 업계를 고사시킨다면 정부가 할 정책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공영방송의 경우 별도의 수신료를 받는 데다 경영 개선 노력이 부족한데도 정부가 앞장서서 규제를 풀어주려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KBS는 지난해 6700억 원이 넘는 수신료 수입을 거뒀는데도 460여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KBS의 인건비 비중은 전체 비용 중 37%(5200여억 원) 정도로, 다른 두 지상파 방송사의 인건비 비중(평균 18.4%)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다.

유의선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는 “지상파 방송사 규제는 다른 유료채널보다 공익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 ‘여러 방송 채널 중 하나’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자본의 과도한 영향력을 줄이고 일정 수준 시청자의 감상권을 보장하기 위해 그간 중간광고를 허용하지 않았던 것”이라며 “지상파 방송사의 중간광고 허용은 디지털 다채널 시대에 일응 이해되는 면도 있지만 그동안 견지해 왔던 지상파 방송사의 공익성이 후퇴되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또 “사회적 합의 없이 지상파 방송사의 중간광고를 허용하는 것은 지상파 특혜나 편들기로 비칠 수 있다”며 “시기상으로도 올해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권에서 지상파를 배려한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지상파 방송#중간광고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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