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특보 속 수영복 입고 거리로…“정부 방역수칙 더 못 참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10일 17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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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타격으로 폐업한 가게의 물품들이 트럭에 실려있다.

이태원 관광특구협회와 이태원 상인회 등에 속한 자영업자들은 앞서 지난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여파로 일대 상인들이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고 밝히고, 정부가 방역과 함께 오후 9시 이후 운영 및 보상 정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2021.1.10/뉴스1 (서울=뉴스1)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타격으로 폐업한 가게의 물품들이 트럭에 실려있다. 이태원 관광특구협회와 이태원 상인회 등에 속한 자영업자들은 앞서 지난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여파로 일대 상인들이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고 밝히고, 정부가 방역과 함께 오후 9시 이후 운영 및 보상 정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2021.1.10/뉴스1 (서울=뉴스1)
9일 오후 2시경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세계음식특화거리’.

대낮에도 영하 10도 안팎을 오가는 날씨에 갑자기 의자와 테이블 등이 길거리로 내던져졌다. 이날 일부 이태원 자영업자들이 폐업한 가게에서 남은 기기들을 집어던지는 퍼포먼스를 벌인 것. 이들은 “지금까지 정부가 하라는 대로 했지만 더 이상 못 참겠다”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

모두 이태원에서 식당이나 주점, 카페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인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명확한 지원책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업소 사장들은 이태원 상권이 몰락했다는 의미로 근조 화환을 설치하기도 했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방역수칙으로 경제적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와 근로자들이 반발하는 움직임이 전국에서 지속되고 있다. 업소 문을 열어두는 ‘오픈 시위’를 넘어 한파에도 거리에 나와 기자회견과 시위를 벌이고 있다.

댄스그룹 ‘클론’(CLON) 출신으로 이름을 알린 방송인 강원래씨(52·오른쪽 아래)와 방송인 홍석천씨(50)가 9일 오후 전현직 이태원 자영업자와 연대한 집회를 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 뉴스1
댄스그룹 ‘클론’(CLON) 출신으로 이름을 알린 방송인 강원래씨(52·오른쪽 아래)와 방송인 홍석천씨(50)가 9일 오후 전현직 이태원 자영업자와 연대한 집회를 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 뉴스1
이날 이태원 기자회견에는 최근 주점 영업을 접은 가수 강원래 씨도 참석했다. 휠체어를 타고 나온 그는 “이제 이태원은 아무도 찾지 않는 ‘유령도시’로 전락했다. 자영업자들은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극한의 상황에 처했다”며 “정부는 일방적인 희생만 강요하지 말고 지원 정책 등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말했다.

이태원에서 업소를 운영하는 박모 씨(42)도 “코로나19 확산 이전에는 주말 매출이 1000만 원 정도됐는데 지금은 10만 원도 못 번다”며 “매달 월세로 3500만 원이 나가고 있다. 다는 아니라도 일부라도 지원해주지 않는다면 살아갈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광주광역시에서는 매서운 날씨에도 수영복을 입고 거리로 나와 절박함을 호소하는 수영강사들도 있었다.

광주 남구에 있는 ‘남구다목적체육관’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수영강사와 직원들은 “코로나19로 입은 피해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해달라”며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8일 오후 2시부터 1시간가량 집회를 갖고 “고용 안정과 생존권 보장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광주에는 한파특보까지 내려질 정도로 추운 날씨였으나 일부 강사들은 수영복만 걸친 채 자리를 지켰다.

직원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체육시설 운영이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면서 원래 받던 월급의 반도 못 받고 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수영강사 A 씨는 “지난해 2월부터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졌다. 특히 신분이 불안한 비정규직들은 살 길이 막막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2016년 문을 연 남구다목적체육관은 공립시설이나 민간에 위탁 운영을 해왔다. 체육관 측은 코로나19 여파로 전기세를 아끼려고 엘리베이터 운영을 중단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 총괄부장을 맡고 있는 남모 씨(42)는 “갖은 애를 썼지만 적자가 누적돼 더 이상 방법이 없다”며 “계약기간이 남은 비정규직들은 다른 직장도 구하지 못한 채 월급마저 줄어 매우 힘든 지경이다. 단발성 지원이 아니라 실효성 있는 정부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소영기자 ksy@donga.com
영암=이형주 기자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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