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향하는 원전수사…정권말 ‘핵폭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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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월 6일 11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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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사건 당시 검찰 수사로 청와대 공중분해

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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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든 공신 중에 공신이다. 검찰과 박영수 특검팀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실체를 밝히지 못했다면 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불가능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윤 총장은 박영수 특검팀의 수사팀장을 맡아 국정농단 수사의 성공을 이끌었다. 그 공로로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사실상 검찰 권력의 핵심이었던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돼 문 대통령이 공약한 적폐청산을 거침없이 이행했다. 윤 총장 휘하의 검찰은 박근혜 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을 구속했고, 사법농단의 책임을 물어 양승태 전 대법원장도 구속했다. 문재인 정부가 과거 적폐청산을 위해 검찰에 기대했던 것 이상의 성과를 내주었고, 윤 총장은 2019년 7월 검찰총장으로 영전했다.

현 정부 초기 2년간 마치 한 몸 같았던 두 사람은 ‘조국 사태’로 갈라서기 시작했고, 실패로 끝난 1년간의 ‘추-윤 갈등’을 거쳐 지금 검찰의 원전 수사로 다시 둘 사이에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탈원전 정책으로 조기 폐쇄된 월성 원전 1호기의 경제성 평가를 누가 조작했고, 누가 지시했는지를 밝히는 것이 핵심인 검찰 수사는 감사원 감사를 거쳐 현재 윤 총장의 지휘로 대전지검 형사5부가 벌이고 있다.

원전 수사는 그 결과에 따라 집권 말기로 가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 치명타를 안길 수도 있는 파괴력을 지닌 민감한 수사다. 탈원전 정책과 그 일환으로 실행된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의 주무부서는 산업통상자원부였지만 실질적으로 정책을 지시하고 지휘한 곳은 청와대였기 때문에 수사가 위로 뻗어나갈 경우 권력의 한복판에서 폭탄이 터져버릴 수도 있어 여권이 긴장하고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발표된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는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의 핵심 근거가 된 경제성 평가가 불합리하게 낮게 조작됐다는 사실은 확인이 됐다. 산업부가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맞춰 원전의 경제성을 의도적으로 낮췄다는 것이다. 월성 원전 1호기는 당초 7000억 원을 들여 설계수명을 2022년 11월까지 늘려놓았지만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4년 5개월을 앞당겨 2018년 6월 조기 폐쇄됐다.

검찰은 감사원 감사 당시 500여건의 자료를 삭제한 혐의로 산업부 국장과 서기관을 지난해 12월 구속한 뒤 윗선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자료 파기에 관여한 윗선 뿐 아니라 수사의 본체라 할 수 있는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상명하복의 문화가 체질화돼 있는 공직 사회의 특성상 자료 파기든, 원전 조기 폐쇄를 위한 경제성 조작이든 윗선의 지시에 의해 이뤄졌을 개연성이 큰 만큼 검찰은 주요 관련자들을 성급하게 소환하기보다는 사건의 전모 파악과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해 광범위한 조사와 증거수집에 주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검찰 수사가 수사팀 교체 등 돌발변수 없이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면 수사가 청와대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월성 원전 조기 폐쇄에 관여한 정책 라인은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 등이다. 그 윗선은 경제수석과 정책실장이며, 당시 정책실장은 장하성 주중 대사였다. 백 전 장관은 감사원 감사에서 경제성 저평가 조작에 적극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 비위행위가 인사혁신처에 통보됐다. 정 사장은 엄중 주의조치됐다.

여권이 지난해 윤석열 총장을 중도 퇴진시키기 위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중심으로 무리수를 둔 것이나 사실상 검찰 힘 빼기가 본질인 ‘검찰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도 목전에 들어온 검찰의 원전 수사를 저지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검찰 수사가 백 전 장관과 채 전 비서관 등을 거쳐 청와대 핵심으로 향한다고 해도 윗선 수사가 계속 뻗어간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윗선에서 부당하게 경제성 조작 지시를 했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검찰이 찾지 못하거나 핵심 관련자들이 함구하고 혐의를 부인하면 수사는 언제든 좌초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진행된 상황을 종합하면 최재형 감사원장의 지휘로 감사원 감사가 1년여에 걸쳐 치밀하게 이뤄진 데다 지난해 12월 검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으로 유의미한 많은 증거들이 확보된 것으로 알려져 검찰 수사의 끝이 어디까지 향하게 될지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가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몰락을 불러온 국정농단 수사에서도 검찰과 특검의 압수수색에서 다이어리와 휴대전화 녹음파일 등이 결정적 물증으로 확보돼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이나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 등 핵심 인물들이 자신들과 대통령 사이에 있었던 국정농단 사실을 털어놓는 토대가 됐다. 증거가 없는 경우 부인하면 그만이지만 검사가 물증을 제시하며 추궁할 때에는 본인이 부인하면 모든 죄를 뒤집어써야 하기 때문에 윗선에서 지시받은 것을 진술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게 수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새해 검찰의 원전 수사가 문재인 정부를 뒤흔드는 ‘핵폭탄’이 될지, 작은 ‘폭죽’에 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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