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데 확진자 방에 4시간 갇혀”… 나흘뒤 결국 확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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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동부구치소 수용자 편지 입수
1차 전수검사 뒤 혼란 상황 보여줘
“닷새간 확진자와 섞어 방 배치” 또다른 일반 수용자 주장도 나와
법무부 “현재로선 밝힐 입장 없다”

서울동부구치소 수용자가 지난해 12월 22일 내부 상황에
대해 보내온 편지. 독자 제공
서울동부구치소 수용자가 지난해 12월 22일 내부 상황에 대해 보내온 편지. 독자 제공
“나는 멀쩡한데 확진자들이 있는 방으로 가게 됐다. 몇 번이고 구치소 직원에게 다시 확인해 달라고 소리 지른 뒤에야 이동할 수 있었다.”

서울동부구치소에 수용됐던 A 씨(28)는 지난해 12월 22일 여자친구 B 씨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 같은 상황을 전했다. 동부구치소가 18일 수용자 전원에 대한 1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수 검사를 한 직후였다.

A 씨는 19일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이날 오후 10시경 직원의 실수로 양성 판정을 받은 수용자 10명이 모여 있는 방에서 4시간가량 함께 머물렀다고 한다. A 씨는 “다른 곳으로 옮겨진 후에도 너무 무서워서 누워만 있었다”며 “복도에 기침 소리와 욕설만 들렸고 수용자들이 음식물이나 쓰레기를 던지는데 직원들은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A 씨는 나흘 뒤 2차 전수 검사에서 결국 확진돼 경북북부제2교도소로 이송됐다.

B 씨는 1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12월 22일 보낸 편지가 28일 도착했는데 그 전까지는 소식을 알 수 없어서 영치금이 빠져나가는 걸 보고 생사만 확인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12월 25일부터 29일까지 닷새간 동부구치소 안에서 일반 수용자와 확진자를 뒤섞어 방 배치를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수용자는 가족에게 보낸 편지에서 “언제 끌려가서 도살당할지 모르고 기다리는 동물 같다”고 적었다.

C 씨는 동부구치소에 수용된 남동생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1일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를 찾았지만 소식을 접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C 씨가 보여준 동생의 편지에는 “아침마다 좁은 운동장에서 같이 운동하고 목욕도 같이 했는데 일부만 검사하고 우리는 검사를 안 해주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수용자들 주장에 대해 현재로선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1일 오후 5시 기준 동부구치소 누적 확진자는 937명이다. 4차 전수조사에서 미결정이 나왔던 수용자 14명 중 13명이 추가 확진됐다. 직원 중 1명도 새로 확진됐다. 전국 교정시설 확진자는 982명에 달한다. 동부구치소는 2일 수용자와 직원 대상 5차 전수 검사를 진행한다.

김태언 beborn@donga.com·지민구·위은지 기자
#동부구치소#수용자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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