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자리서 여직원 ‘헤드록’…대법 “모욕감 주는 추행”

  • 뉴시스
  • 입력 2020년 12월 24일 10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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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대표가 직원에게 '헤드록' 건 혐의
'강제추행죄' 맞는지 두고 1·2심 나뉘어
대법 "피해자 여성성 드러내며 모욕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2018.6.17/뉴스1 © News1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2018.6.17/뉴스1 © News1
팔로 머리를 감싸안아 끌어당기는 일명 ‘헤드록’도 강제추행으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24일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회사 대표이사인 김씨는 2018년 5월 피해자 A씨 등 직원들과 함께 회식을 하던 중 갑자기 왼팔로 피해자의 머리를 감싸고 자신의 가슴쪽으로 끌어당겨 일명 ‘헤드록’을 하면서 주먹으로 피해자의 머리를 2회 쳤다.

김씨는 이후 다른 대화를 하던 중 “이 년을 어떻게 해야 계속 붙잡을 수 있지. 머리끄댕이를 잡고 붙잡아야 되나”라고 하면서 갑자기 A씨의 두피에 손가락이 닿도록 양손으로 A씨의 머리카락을 접고 흔들었다가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1심은 “피해자가 ‘불쾌하고 성적 수치심이 들었다’고 진술하였다. 회식 도중에 울음을 터뜨리기도 한 점, 회식에 참여했던 사람이 김씨를 계속 말렸던 점, 2차 회식자리에서 다른 직원이 일부러 김씨와 피해자 사이에 앉은 점을 종합해 보면 김씨의 행위는 객관적으로 추행행위에 해당한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이어 “설령 김씨에게 성욕을 자극하려는 주관적 동기나 목적이 없었다 하더라도 김씨는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자신의 행위가 객관적으로 추행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식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김씨의 행위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써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 즉, 강제추행죄의 추행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1심을 깨고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김씨의 행동이 “강제추행죄에서 말하는 ‘추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씨의 행동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며 “그로 인해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폭행과 추행이 동시에 이뤄지는 기습추행의 경우 공개된 장소이고 동석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점은 추행 여부 판단에 중요한 고려요소가 되지 않는다”며 “피해자의 머리가 김씨의 가슴에 닿아 그 접촉부위 및 방법에 비춰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게 할 수 있는 행위”라고 봤다.

또한 “김씨가 했던 ‘피해자 등이 나랑 결혼하기 위해 결혼 안하고 있다’ ‘머리끄덩이를 잡아 붙잡아야겠다’는 등의 발언과 피해자와 동료 여직원의 항의 내용에 비춰 보면, 김씨의 말과 행동은 피해자의 여성성을 드러내고 김씨의 남성성을 과시하는 방법으로 피해자에 모욕감을 주는 것이라는 점에서 성적인 의도를 갖고 한 행위라 볼 수 있다”고 했다.

폭행과 추행을 구분하는 ‘성적 의도’와 관련해 성관계, 스킨십 등 성행위와 관련된 의도뿐 아니라 피해자의 여성성을 드러내고 피고인의 남성성을 과시하는 방법으로 모욕감을 주는 것도 성적 의도를 갖고 한 행위로 볼수 있다는 취지다.

아울러 피해자가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당시 감정에 대해 ‘소름끼쳤다’는 등의 성적 수치심을 나타내는 구체적인 표현을 사용하며 ‘모멸감, 불쾌함’을 느꼈다고 진술한 것에 대해“사회통념상 인정되는 ‘성적 수치심’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강제추행의 고의도 인정했다. 성욕의 자극 등 주관적 동기나 목적이 없었다거나 피해자의 이직을 막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동기가 있었더라도 추행의 고의를 인정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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