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감찰 성역 없다”…檢안팎 “불응 프레임 씌워 尹징계 명분쌓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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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대검, 윤석열 대면조사 무산 놓고 충돌
법무부 “대검이 면담 요구에 불응”…대검 “법무부, 설명 없이 일방 취소”

꽃바구니 사진 공개한 추미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무부 현관과 복도 등에 지지자들에게서 받은 꽃바구니가 늘어선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출처 추미애 장관 SNS
꽃바구니 사진 공개한 추미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무부 현관과 복도 등에 지지자들에게서 받은 꽃바구니가 늘어선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출처 추미애 장관 SNS
법무부가 19일 오후 2시 진행할 예정이었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대면조사를 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대검 측이 감찰 관련 면담 요구에 불응했다”며 “향후 법과 원칙에 따라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검은 “법무부에 감찰 개시 사유를 설명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아무런 응답 없이 조사를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법무부는 이날 오후 2시 법무부 감찰관실 소속 검사들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보내 윤 총장 감찰 관련 면담조사를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감찰관실 검사들은 대검에 나타나지 않았고 법무부는 오후 2시 40분경 기자들에게 “오늘 대검 방문조사는 없다”고 알렸다.

법무부는 “대상자(윤 총장)에게 방문조사 예정서에 주요 비위 혐의를 기재하여 수차례 전달하려 했으나 대상자가 스스로 수령을 거부했다”며 “19일 오전 검찰총장 비서실을 통해 방문조사 여부를 타진했으나 사실상 불응해 진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감찰 거부는 징계 사유에 해당할 수 있어 법무부가 “법과 원칙에 따라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것을 두고 윤 총장 징계 수순으로 나아가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법무부가 징계에 착수할 경우 윤 총장은 징계 결과에 따라 직을 박탈당할 수 있다.

▼ 법무부 “감찰 성역 없다” 檢안팎 “불응 프레임 씌워 尹징계 명분쌓기” ▼

“대검에서 불응해 방문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법무부 공식 입장문)

“법무부가 조사 일정을 일방 통보하더니 ‘노쇼(No Show)’ 했다.”(검찰 고위 관계자)

법무부가 19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방문 조사를 하지 않은 것을 두고 법무부와 검찰 내부에서는 전혀 다른 반응이 나왔다. 법무부는 “이날 오전 검찰총장 비서실을 통해 조사 여부를 타진했지만 사실상 불응해 진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반면 대검은 전날 법무부에 “감찰을 개시하려면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그 이유를 소명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법무부가 별다른 응답 없이 방문 조사를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 “비위 혐의 전하려 했지만 윤 총장이 거부”

법무부는 오후 2시 40분경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이날로 예정돼 있던 윤 총장에 대한 방문 감찰 조사를 진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서 법무부는 대검에 “19일 오후 2시에 윤 총장을 대면 감찰 조사하겠다”고 여러 차례 통보했다.

법무부는 윤 총장이 감찰 조사 요구에 불응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법무부는 “대상자(윤 총장)에게 방문 조사 예정서에 주요 비위 혐의를 기재해 수차례 전달하려 했으나 대상자가 스스로 수령을 거부했다”며 “16, 17, 18일 3차례 대면조사를 위한 일정을 협의하고자 했지만 불발됐다”고 밝혔다.

법무부 감찰담당관실 검사는 19일 오전 검찰총장 부속실 비서관에게 연락해 “오늘 방문 조사 관련 입장을 달라”고 했다고 한다. 윤 총장은 “부속실을 통한 비공식 질의에 답변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대검은 18일 법무부에 공문을 보내 “감찰을 개시하는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감찰규정에 따르면 법무부 및 검찰청 소속 공무원이 형사처벌이나 징계 처분의 요건이 되는 행위를 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조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법무부는 “대상자(윤 총장)의 비위 사실을 제3자에게 공개하는 것은 공무상 기밀누설이고 대상자 개인 비위 감찰에 대검 공문으로 근거를 대라고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대검의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대검은 이날 공식 입장을 내지는 않았지만 “법무부의 불법적인 서면 및 대면 감찰조사에 응할 수 없고, 진상 확인을 위한 질문에는 설명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 “감찰 불응 모양새 만들어 징계 명분 쌓기”

검찰 안팎에서는 “법무부가 윤 총장을 대면 조사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징계할 명분을 쌓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법무부는 19일 입장문을 통해 윤 총장이 방문 조사에 불응했다고 규정하면서 “이번 사안과 관련해 수사나 비위 감찰에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성역이 있을 수 없으므로 향후에도 법과 원칙에 따라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무부는 추후 절차에 대해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윤 총장의 태도를 문제 삼아 징계 절차에 착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법무부 감찰규정상 정당한 사유 없이 감찰 조사에 불응하면 감찰 사안으로 간주될 수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윤 총장이 감찰 조사에 계속 응하지 않을 경우 규정 위반이나 지시 불이행 등을 이유로 윤 총장에 대해 직무정지나 해임 등 징계 절차를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

한 부장검사는 “법무부가 황당한 방식으로 조사 일정을 통보한 뒤 이에 답하지 않는 총장에게 ‘감찰 거부’ 프레임을 씌워 징계에 나서려는 것 아니냐”며 “총장을 감찰할 명분과 이유가 없으니 ‘조사 불응’을 트집 잡아 감찰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 법무부 내부서도 윤 총장 감찰 두고 내홍

법무부 안팎에선 윤 총장에 대한 감찰 업무를 맡은 박은정 감찰담당관(48·사법연수원 29기)이 상급자인 류혁 법무부 감찰관(52·26기)과 윤 총장에 대한 대면 조사 요구 등을 두고 말다툼을 벌였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박 담당관은 류 감찰관에게 보고하지 않고 대검에 윤 총장 조사 일정을 통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류 감찰관은 대면 조사 요구와 관련해 조남관 대검 차장의 항의 전화를 받은 뒤에야 관련 내용을 파악하고 박 담당관을 불러 검찰총장을 대면 조사할 정도의 사안이 되느냐는 취지로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총장에 대한 감찰을 주도하고 있는 박 담당관은 ‘추미애 사단’으로 불리는 이종근 대검 형사부장의 부인이다.

위은지 wizi@donga.com·고도예·신동진·배석준 기자
#법무부#대검#윤석열#대면조사#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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