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 차벽 논란…“집회자유 침해” vs “방역 안전펜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4일 22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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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단체가 도심 집회를 예고했던 3일 개천절에 서울 광화문광장을 둘러싸고 경찰버스 300여 대가 일렬로 주차돼 ‘차벽’을 형성했다. 경찰은 감염병 예방을 위해 경찰병력 1만1000여 명을 동원해 모든 시민의 광장 진입을 통제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보수단체가 도심 집회를 예고했던 3일 개천절에 서울 광화문광장을 둘러싸고 경찰버스 300여 대가 일렬로 주차돼 ‘차벽’을 형성했다. 경찰은 감염병 예방을 위해 경찰병력 1만1000여 명을 동원해 모든 시민의 광장 진입을 통제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개천절인 3일 경찰이 보수단체의 도심 집회를 막기 위해 서울 광화문광장과 시청 앞 서울광장을 경찰버스로 둘러싼 ‘차벽’을 두고 찬반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4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불법행위는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며 한글날 집회도 원천 봉쇄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보수단체는 “과잉대응일 뿐만 아니라 집회 결사의 자유를 제한했다”며 반발했다.

●“감염병으로부터 국민 지키는 안전 펜스”
경찰은 3일 180개 부대 1만1000여 명을 투입해 광장 일대를 에워싸고 시민의 통행을 막았다. 서울 전체에 경찰버스 500여 대가 투입됐는데,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 주변을 ‘차벽’으로 둘러쌌다. 차벽에만 300여 대가 동원됐다. 불심검문도 삼엄했다. 서울광장에서 지하철5호선 광화문역까지 약 500m 거리에서 경찰 검문이 4, 5차례씩 이뤄졌다.

서울 외곽부터 도심으로 들어오는 길목은 차량 검문소 90곳이 운영됐다. 허가 없이 ‘드라이브스루’ 집회에 참가하려는 차량의 진입을 막기 위해서였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검문소에서 귀가 조치한 ‘미신고’ 집회 차량은 30여 대에 이른다”고 전했다.

3일 오전 10시반경 서울 용산구 한남대교 북단에 마련된 검문소. 한 보수단체의 스티커를 차량에 부착한 차량 한 대가 진입하자 경찰이 진입을 막았다. 운전자의 면허를 조회한 결과 신고된 집회 참여자가 아니었다. 경찰은 운전자에게 “감염병 예방을 위해 집합금지명령이 내려졌다”며 귀가를 종용했다. 경찰은 차벽과 검문은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개천절에 10인 이상 집회를 예고한 단체만 19개에 이르러 얼마나 많은 인파가 몰릴지 모르는 상황이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부터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경찰청도 4일 “개천절 집회는 대규모 결집 없이 마무리됐다. 앞으로도 불법행위는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권리 침해한 정치적 목적의 과잉 대응”
보수단체 등은 강하게 반발했다. 개천절 당일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다가 금지 통고를 받은 ‘8·15비상대책위원회’는 3일 기자회견 형태로 모여 “집회·결사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비난했다.

이 단체의 최인식 사무총장은 “경찰이 기자회견조차 진행을 제지해 다툼이 벌어졌다.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법”이라며 “현 정부에 반대하는 소수를 잡으려고 이렇게 많은 공권력을 투입하는 건 과잉 대응”이라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단체 인원은 4명이었으나, 이들 주위를 경찰 수십 명이 둘러쌌다.

개인적으로 집회에 참가하려던 시민들도 곳곳에서 경찰과 실랑이를 벌였다. 이날 오후 4시경 한 60대 남성은 서울 종로구 청진동에서 “왜 경찰이 국민의 주권을 가로막느냐”며 바리게이트를 뚫으려 시도하다 경찰 40여 명에 가로막혔다.

법조계에선 경찰이 버스 차벽을 세워 일반 시민의 통행까지 막은 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헌재 연구관 출신의 A 변호사는 “방역이란 정당한 목적으로 집회를 제한했더라도 그 방법이 과하지 않았는지는 따져봐야 한다”며 “광화문 광장 등 도심 일대를 전부 차벽으로 막고 ‘드라이브 스루’ 집회까지 막은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헌법재판소는 2011년 서울광장을 차벽으로 에워싸는 조치에 대해 “개별 집회의 금지나 해산으로는 막을 수 없는 급박하고 중대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취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수단”이라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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