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온 노출 독감백신’ 사용중단 결정뒤에도 696명 접종…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4일 21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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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 서울동부지부에서 시민들이 독감예방 접종을 위해 줄을 서 대기하고 있다.  2020.9.25/뉴스1 © News1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 서울동부지부에서 시민들이 독감예방 접종을 위해 줄을 서 대기하고 있다. 2020.9.25/뉴스1 © News1
방역당국이 상온 노출에 따른 인플루엔자(독감) 무료백신 접종 중단을 결정한 이후에도 이를 맞은 접종자가 700명에 이르는 등 등 백신 관리에 허점이 드러났다.

4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상온 노출 백신 접종자는 3일 발표 기준 2295명이다. 이 중 696명(30.3%)이 지난달 21일 질병청의 접종 중단 조치 이후에 접종했다. 이에 대해 질병청은 의료기관이 정부 조달 백신과 유료 백신을 분리해 관리하지 않은데다 접종 중단이 일선 의료기관에 신속히 전달되지 않은 탓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전북 전주시 한 병원은 유료접종 대상자 60명에게 무료접종 물량을 맞춘 사실이 드러났다.

일각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접종자가 몰리자 일부 의료기관이 무료 접종물량을 앞당겨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무료 접종분을 유료 접종 대상자에게 먼저 사용한 뒤 연령대별 무료 접종기간에 맞춰 나중에 백신 제품번호(로트번호)를 입력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의료기관이 접종 이후 접종 내역을 전산망에 등록하기까지 시간이 걸린 것도 추가 접종가 많아지는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질병청의 백신 관리지침에 따르면 의료기관은 무료접종 백신의 제품번호를 전산망에 입력해야 비용을 정산 받을 수 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하루에 최대 100명까지 접종하다보면 시간이 많이 걸려 한꺼번에 모아서 입력하는 의료기관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냉장운송부터 의료기관 보관까지 보건당국의 백신 관리가 개선돼야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백신 관리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일선 의료기관들에 접종 중단 등을 신속하게 전파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국가 예방접종 지침서에 비상사태 발생 시 연락에 대한 규정이 빠져있다”고 말했다.

질병청에 따르면 4일 현재까지 이상 반응을 보인 접종자는 12명이다. 이 중 10대 이하가 5명이다. 이들의 증상은 발열(3건)과 오한·두통·메스꺼움(3건)이 많다. 접종부위 통증, 멍, 두드러기, 설사, 몸살, 인후 불편감도 각각 1건 씩 나타났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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