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식을 2019년식으로…‘라벨갈이’로 자동차 제작 연도 조작한 일당[THE사건/단독]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29일 19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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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자동차 수백 대의 ‘자동차자기인증표시’ 제작연도를 조작해 판매한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 중 일부는 렌트카 업체에서 빌린 최고급 외제차의 자기인증 표시를 위조해 해외로 수출하기도 했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자동차를 최근 생산한 것처럼 제작 연도를 바꾸는 일명 ‘라벨갈이’ 방식으로 자기인증표시를 위변조한 A 씨(64)와 이를 중고차에 붙여 판매한 중고차 수출업자와 판매업자 등 88명을 검거했다고 29일 밝혔다. 이중 렌트카 자기인증표시를 위변조해 해외로 빼돌린 B 씨(45) 등 2명은 구속됐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은 자동차 제작자나 수입자가 제작연도, 차대번호 등의 정보를 차량에 부착해 표시하도록 규정했는데, 이들은 이 표시를 조작한 것이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광고 대행업체를 운영하는 여성 A 씨 등 2명은 2018년 5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PC 프로그램을 이용해 모두 738대의 자기인증표시를 위변조한 혐의(자동차관리법 위반)로 불구속 입건됐다. A 씨는 중고차 수출업자와 판매업자로부터 자동차 생산연도를 최신식으로 바꿔달라는 주문을 받아 위변조했다. 한 국내 생산 자동차의 경우 2013년도식을 2019년도식으로 조작하기도 했다. A 씨는 표시 1건 당 4만 원씩 받아 1년 3개월간 2950여 만원을 챙겼다.

위변조한 자기인증 표시를 구입한 인천과 부산 등 전국 각지의 수출업자 등은 구매자에게 제작연도를 속여 팔았다. 이런 수법으로 대당 최대 수천만 원의 차익을 남기고 주로 해외로 판매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속된 B 씨 등은 렌트카 업체에서 빌린 시가 3억3000만 원 상당의 벤츠 S600 마이바흐 차량의 자기인증표시, 수출신고필증을 위조한 다음 위치추적기를 떼어내고 부산 신항을 통해 아랍에미레이트로 밀수출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자기인증 표시가 위조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1년간 수사 끝에 이들 일당을 모두 검거했다. 한 중고차 업체 관계자는 “자기인증표시를 조작해도 징역 1년 정도로 처벌 수위가 높지 않고, 구매자가 표시를 의심하는 경우가 적어 이들이 경찰이 적발하기 전까지 장기간 범행했다”고 전했다.

한성희기자 che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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