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여사, ‘오지 말라’는 어르신께 “그 마음이 뭉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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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9월 29일 15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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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는 “이번 추석 땐 오지 말라”고 영상 편지를 보낸 어르신들에게 감사의 뜻을 담은 서한문을 보냈다.

29일 의성군 등에 따르면 김 여사는 전날 의성의 어르신들에게 서한문을 보냈다. 의성군은 최근 홀로 거주하는 노인 1873명을 찾아가 ‘안전한 집에서 추석 보내기’ 영상을 찍어 타 지역에 거주하는 자녀들에게 보냈다.

김 여사는 서한문에서 “‘이번 추석에는 오지 말거레이’, ‘코로나 끝나거든 오니라. 사랑한다’, ‘내 걱정은 하지 마라. 내는 잘 있다’ 의성군 어르신들께서 자제분들에게 보낸 영상편지를 몇 번이나 다시 보았다”며 “‘보고 싶다’고, 가장 하고 싶으실 속엣말씀을 차마 꺼내놓지 못하시는 그 마음들이 뭉클했다”고 했다.

이어 김 여사는 “행여 자식 손주들에게 해가 될까봐 마을 이웃들에, 나라에 폐를 끼칠까봐 한사코 만류하시는 어르신들의 진심을 전해 듣는다”며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계신 부모님들을 면회 금지로 오래 만나 뵙지 못하고 계신 분들은 이번 추석이 더욱 쓸쓸할 것 같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저 또한, 요양원에 계신 어머니를 오래 못 뵙고 있다”며 “자식을 알아보지 못하는 부모님이시지만 손이라도 잡아드리고 싶은 그 마음을 안다. 지난해 시어머님을 떠나보낸 후 가족이라는 인연으로 만나 서로 아끼고 사랑할 시간이 길지 않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고 했다.

끝으로 “어르신들의 지금까지 수많은 어려움들을 이겨내 온 것처럼 현명하고 강인한 우리 국민들은 코로나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설 명절에는 가족들이 기쁘게 만날 수 있게 되길 바란다”며 “꼭 건강하셔야 한다. 자식 손주들 주려고 틈날 때마다 간수해 두었던 것들, 아끼지 말고 꼭꼭 챙겨서 드시라”고 당부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김정숙 여사 서한문

의성군 어르신들께

“이번 추석에는 오지 말거레이.”
“코로나 끝나거든 오니라. 사랑한다.”
“내 걱정은 하지 마라. 내는 잘 있다.”

의성군 어르신들께서 자제분들에게 보낸 영상편지를 몇 번이나 다시 보았습니다.

“보고 싶다”고, 가장 하고 싶으실 속엣말씀을 차마 꺼내놓지 못하시는 그 마음들이 뭉클했습니다.

이 땅 모든 부모님들의 마음이 한가지일 것입니다.

“나는 잘 지낸다”, “다음에 만나자”고 다독이시면서도 대문 앞을 서성이는 걸음이 허전하실 것입니다.

발자국 소리 드문 시골 마을에서, 대처에 내보낸 자식들이 얼마나 그리우실까요.

그런데도 행여 자식 손주들에게 해가 될까봐 마을 이웃들에, 나라에 폐를 끼칠까봐 한사코 만류하시는 어르신들의 진심을 전해 듣습니다.

얼마 전 수해를 입은 마을에서 흙투성이가 된 옷가지들을 빨래하는데 어르신 한두 분 사는 댁에 이불이며 베개가 한 가득이었습니다.

명절이면 찾아오는 반가운 자식 손주들, 하룻밤이라도 편히 재워 보내고 싶은 어버이의 마음이 애틋했습니다.

“나는 괜찮다”고 말씀하시지만, 사실은 괜찮지 않으실 때가 많다는 걸 자식들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오로지 자식들의 앞날을 바라보며 어려웠던 시절을 꿋꿋하게 버텨내 오신 어르신들께서 명절날 가족들과 둘러앉아 먹는 밥 한 끼의 따뜻함이 살아가시는 힘이 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고령의 부모님들을 찾아뵐 수 없는 상황이기에 죄송함과 서운함으로 자제분들도 편치 않을 것입니다.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계신 부모님들을 면회 금지로 오래 만나 뵙지 못하고 계신 분들은 이번 추석이 더욱 쓸쓸할 것 같습니다.

저 또한, 요양원에 계신 어머니를 오래 못 뵙고 있습니다.

자식을 알아보지 못하는 부모님이시지만 손이라도 잡아드리고 싶은 그 마음을 압니다.

지난해 시어머님을 떠나보낸 후 가족이라는 인연으로 만나 서로 아끼고 사랑할 시간이 길지 않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의성군의 어르신들이 보내주신 영상 메시지가 고향과 부모님을 찾지 못하는 많은 국민들의 마음을 보듬어 주셨습니다.

어르신들의 지금까지 수많은 어려움들을 이겨내 온 것처럼 현명하고 강인한 우리 국민들은 코로나도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설 명절에는 가족들이 기쁘게 만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그러나 꼭 건강하셔야 합니다.
자식 손주들 주려고 틈날 때마다 간수해 두었던 것들, 아끼지 말고 꼭꼭 챙겨서 드세요.

2020년 9월 28일 대통령 부인 김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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