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견 8명 “법외노조 통보 법률근거 없어”, 반대의견 2명 “법체계 흠결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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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전교조 합법 취지’ 파기 환송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대한 법외(法外)노조 통보는 법적 근거가 없는 시행령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제약하는 것이어서 헌법에 반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일 고용노동부의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가 위법하다고 판결하며 이 처분의 근거가 된 시행령 조항이 사실상 노조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어서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노동조합의 법적 지위를 박탈하는 것은 노동 3권을 심각하게 제약해 명확하고 구체적인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법에 이에 대한 아무런 규정이 없고 시행령에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지도 않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 “시행령으로 헌법 기본권 제한해 위헌”

대법원 전합 심리에 참여한 12명 중 다수 의견을 낸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 7명 등 8명은 정부가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의 근거로 삼았던 노동조합법과 관련 시행령의 위법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 법 2조에는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한다’는 조항이 있고, 시행령에 ‘이 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을 통보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1심과 2심은 이를 근거로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전교조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유죄를 확정받은 해직 교사 9명을 노조원으로 두고 있다.

하지만 다수 의견은 해당 법조항에 대해 정부가 노조 측 설립 신고를 수리할 때 결격 사유 중 하나로 고려하는 것일 뿐 이미 합법적으로 결성돼 운영되어 온 노조에 대해 법외노조로 통보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라고 봤다. 따라서 이 조항에 근거한 시행령 역시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게 대법관들의 판단이다.

대법원은 또 이 시행령 규정이 입법자의 결단에 따라 폐지된 노동조합 해산명령 제도를 행정부가 법적 근거 없이 부활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존재하는 노동조합을 행정관청이 임의로 해산시킬 수 있도록 한 이 제도는 근로자의 단결권과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1987년 폐지됐다. 법외노조 통보 제도는 1988년 도입됐는데 이미 폐지된 노조 해산명령 제도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대법원 판결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을 통보해야 한다’는 시행령 조항은 효력을 상실하게 됐다. 전교조의 합법화 길도 6년 10개월 만에 다시 열렸다. 김 대법원장과 함께 다수 의견을 낸 민유숙 노정희 김상환 노태악 대법관 등은 김 대법관이 임명 제청했다.

○ 해직자의 노조원 자격 놓고 판단 엇갈려

다수 의견을 낸 대법관 8명은 전교조가 해직 교사의 노조원 자격을 유지시킨 행위가 합법인지 여부를 직접 판단하는 대신 행정처분의 위헌성을 문제 삼았다. 안철상 김재형 대법관은 법외노조 통보가 위법하다는 결론은 다수 의견과 같지만 별개 의견을 통해 노동조합법의 문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안 대법관은 해직 교사의 노조원 자격을 인정한 전교조의 행위가 노조의 지위를 박탈할 정도로 중대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안 대법관은 “해직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것이 국제노동기구(ILO) 등 국제사회의 확고한 표준”이라며 “노조의 정당성은 활동에 따라 평가해야지 해직 교원 가입 여부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 대법관 역시 “조합원으로 활동하다가 해고된 근로자의 조합원 자격을 부정하고 해당 노조의 법적 지위를 빼앗아서는 안 된다”며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보는 것 자체가 위법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이기택 이동원 대법관은 별개 의견과는 정반대되는 반대의견을 통해 1, 2심과 동일하게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 처분은 적법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두 대법관은 “이 사건 법령의 규정은 매우 명확해 다른 해석의 여지가 없다”며 “전교조는 법외노조이고 고용부는 반드시 법외노조 통보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두 대법관은 “이 부분 법체계에는 전혀 흠결이 없고 오히려 아무런 문제가 없는 완벽한 규정이다”라며 “다수 의견은 법을 해석하지 않고 스스로 법을 창조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 전교조 소송, 6년 10개월간 반전 거듭

법외노조 통보의 적법성을 둘러싼 전교조와 고용부의 소송은 2013년 10월 이후 6년 10개월 동안 계속됐다. 그동안 전교조가 “재판 도중엔 법외노조 통보 효력을 정지해 달라”고 법원에 신청하면, 고용부가 이에 맞서 항고 절차를 밟는 일이 반복됐다.

1, 2심 법원과 대법원은 2013년 10월부터 이달 3일까지 전교조의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 사건과 관련해 총 9건의 판단을 내렸다. 법외노조 통보 처분을 취소해야 할지를 두고 1, 2심과 대법원이 판결을 내렸다. 재판 도중에 법외노조 통보 처분을 정지해 전교조의 합법 활동을 허용할지를 두고는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고법, 대법원에서 총 6건의 결정을 했다.

이때마다 전교조의 ‘합법노조’ 지위도 뒤바뀌었다. 1심 법원은 2013년 11월 전교조의 요청을 받아들여 “1심 재판이 진행되는 도중엔 합법적으로 활동하라”는 취지로 결정했다. 곧바로 고용부가 반발해 상급 법원인 서울고법에 항고장을 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이 2016년 이후 4년 만에 최종 판단을 내렸다.

배석준 eulius@donga.com·고도예 기자

#대법원#전국교직원노동조합#파기 환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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