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중·중증환자 104명으로 급증…수도권 코로나 유행 장기화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일 20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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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중·중증환자가 처음 100명을 넘어서자 방역당국은 앞으로 상황을 더욱 우려했다. 환자들이 중증 단계에 이르는 시점이 확진 판정을 받은 뒤 7~10일 뒤라는 걸 감안할 때 당분간 위중·중증환자 증가를 피할 수 없다는 전망 때문이다. 지난달 22일 이후로도 매일 200~400명대의 신규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방역당국은 코로나19와 관련한 환자를 분류할 때 산소투입 치료가 필요하면 중증환자로, 스스로 호흡을 할 수 없어 기계장치에 의한 인공(강제)호흡 조치가 필요하면 위중환자로 나눈다. 중증환자, 위중환자를 합쳐 중환자로 본다.

● “당분간 위중·중증환자 큰 폭 증가 예상”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이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 브리핑실에서 코로나19 국내발생현황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 News1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이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 브리핑실에서 코로나19 국내발생현황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앞서 신종감염병중앙임상위원회는 지난달 25일 신규 확진자가 매일 300명씩 나온다고 가정할 경우 이달 3일경 중증환자가 최대 130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 예측대로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중앙임상위가 이 같은 예측을 내놓은 당일 위중·중증환자 수는 37명이었는데 일주일 만인 이달 1일 3배에 가까운 104명까지 늘어났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1일 브리핑을 통해 “확진자가 위중한 단계에 이르는 시차를 감안하면 위중·중증환자 규모는 당분간 큰 폭의 증가가 예상된다”며 “이번 주 일요일(6일)까지는 위중·중증환자 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시간이 흐를수록 사망자 수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원석 고려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중증환자는 보통 집단감염이 발생한 지 7일 이상 지나야 늘어난다”며 “이후 사망자가 늘기 때문에 신규 확진자 수가 줄고 있다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위중·중증환자 수는 ‘광복절 연휴’를 지나며 눈에 띄게 증가했다. 연휴 직후인 18일엔 한 자릿수인 9명이었지만 23일 29명, 28일 58명, 31일엔 79명으로 늘었다. 1일엔 전날에 비해 25명이나 증가해 국내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처음 발생한 1월 20일 이후 처음으로 세 자릿수까지 올라섰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올해 2, 3월 신천지예수교를 중심으로 한 대구경북 지역 유행 때 위중·중증환자의 수는 93명(3월 23일)이 가장 많은 수치였다.

● 고령환자 증가가 가장 큰 원인
대구 사랑의 교회를 중심으로 대구지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늘어가는 가운데 31일 대구 동구보건소 입구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고 있다. 2020.8.31 © News1
대구 사랑의 교회를 중심으로 대구지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늘어가는 가운데 31일 대구 동구보건소 입구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고 있다. 2020.8.31 © News1
방역당국은 위중·중증환자가 크게 늘고 있는 원인으로 고위험군인 고령환자 증가를 들고 있다. 1일 신규 확진자 235명 중 60세 이상 고령자는 85명으로 36.2%를 차지했다. 이는 전체 누적 확진자 2만182명 중 60세 이상 비율 26.3%보다 10%포인트 정도 높은 수치다. 수도권이 지원지가 된 코로나19 2차 유행에서는 고령자 비율이 높아졌다.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가 처음 나온 8월 12일 이전엔 신규 확진자 중 60대 이상 비율이 13.0%에 그쳤다. 전병율 차의과학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대구경북 지역 중심의 1차 유행 때는 확진자 다수가 젊은층이어서 위중·중증환자로 이어지는 비율이 지금 만큼 높지 않았다”며 “고령 환자일수록 기저질환도 많고 병의 진행도 빠른 만큼 중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2차 유행이 대구경북 지역의 1차 유행보다 확산 속도는 느리지만 반감기(확진자 최고점의 절반 이하로 줄어든 시점) 등 유행 지속기간은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러스 유행 양상이 갈수록 더 길어지고 있는 것이다. 1차 유행 때는 신천지 관련 첫 확진자가 나온 2월 18일 이후 확진자 수가 정점(2월 29일 909명)을 찍고 3월 5일 437명으로 줄기까지 16일이 걸렸다. 이후 3, 4일간 확진자가 다시 오르내린 뒤 3월 8일(366명) 이후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20일 만에 절반 이하로 준 것이다. 하지만 수도권 2차 유행에서는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가 지난달 12일 나온 뒤 정점(8월 27일 441명)을 찍기까지 15일이 걸렸고 21일째인 1일까지도 절반 이하로 내려가지 않고 있다.

위중·중증환자가 늘면서 병상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1일 기준 중증환자가 입원 가능한 병상은 전국에 51개, 수도권에 13개로 전날의 55개, 23개보다 각각 4개, 10개 더 줄었다. 수도권의 경우 ‘지금 당장 입원이 가능한 병상’은 13개 중 9개뿐이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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