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관-이성윤 앞세워 윤석열 견제… “차기 총장 경쟁” 전망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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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檢 고위간부 26명 인사

“둘 다 검찰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가장 잘 아는 ‘대통령의 사람들’ 아니냐.”

조남관 법무부 검찰국장(55·사법연수원 24기)이 7일 고검장급인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하자 조 국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58·23기)의 인연이 검찰 내부에서 새삼 회자됐다. 이 지검장과 조 국장은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 특별감찰반장 임무를 교대하면서 문 대통령과 함께 근무했다.

청와대의 재신임을 받은 이 지검장이 고검장으로 승진하지 않고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장을 그대로 맡고, 조 국장은 고교 선배인 이 지검장보다 먼저 승진해 대검 차장이라는 전체 서열 2위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임기 1년가량을 남긴 윤석열 검찰총장의 입지가 앞으로 더욱 좁아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차기 검찰총장 경쟁 구도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 조남관과 이성윤, 윤 총장 견제할 듯

조 국장은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특감반장이었다. 조 국장은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국가정보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에 투입됐으며, 이듬해 검사장으로 승진해 서울동부지검장, 법무부 검찰국장 등 요직을 두루 지냈다. 당초 조 국장은 검찰국장 유임 의사를 내비쳤지만 청와대와의 막판 조율 과정에서 보직을 이동하는 쪽으로 결론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

온화한 성품의 조 국장은 일선 지검장으로 근무할 때도 후배 검사들의 ‘수사 논리’를 존중해왔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이 수사지휘권 수용 여부로 대립할 때도 대검과 법무부 간 의견을 물밑 조율하려는 ‘온건파’에 가까웠다. 서울동부지검장으로 일할 때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사건 등에 대한 처리를 두고 수사팀 의견을 존중했다. “추 장관이 더욱 선명한 여권 성향의 인사를 검찰국장에 앉혀 검찰 장악을 더 강화하려는 의도”라는 시선이 검찰 내부에서 나온다.

동시에 조 국장을 통해 윤 총장과 이 지검장을 동시에 견제하고,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총장 유고사태’를 대비하려는 다목적 카드라는 해석이 나온다. 총장이 사퇴하게 되면 대검 차장이 직무대행을 맡기 때문이다. 조 국장을 두고 김대중 정부 시절 ‘검찰 실세’로 불린 신승남 법무부 검찰국장이 대검 차장을 거쳐 총장이 된 사례를 거론하는 검사들도 있다.

유력한 차기 총장 후보로 꼽히는 이 지검장은 유임했다. 그 대신 그가 중용한 이정현 1차장(27기)과 신성식 3차장(27기)이 검사장으로 승진해 윤 총장의 참모인 대검 공공수사부장과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이동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지검장에 대한 여권의 신뢰를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주요 현안 사건 처리에 만전을 기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 추 장관, 윤 총장 인사 의견 전혀 반영 안 해

이번 인사를 앞두고 추 장관은 보직 의견을 제외하고 승진 후보자에 대한 총장 의견을 물었지만 인사에서 총장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을 보좌하던 구본선 대검 차장(23기)은 광주고검장으로, 배용원 공공수사부장(27기)은 전주지검장으로 사실상 좌천됐다. 올 1월 추 장관 취임 직후 윤 총장의 측근을 대거 좌천시킨 이른바 ‘1·8 대학살’ 인사에 따라 대검에 둥지를 튼 검사장급 이상 간부 7명 중 6명이 자리를 다시 옮긴다. 올 1월 인사로 좌천된 윤 총장의 측근 라인은 단 한 명도 복권되지 못했다.

전국 형사사건을 총괄하는 형사부장에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때 검찰개혁추진단의 실무를 맡았던 이종근 서울남부지검 차장검사(28기)가 승진 발령 났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번 인사로 총장이 함께 밥을 먹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어 보이느냐”고 반문했다.

이르면 다음 주에 단행될 차기 중간간부 인사 이후 윤 총장에 대한 견제 강도가 더 높아질 수 있다. 서울중앙지검에는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등 여권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굵직한 사건이 남아있다. 이 때문에 중간간부 인사 직전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의 나머지 피고발인인 이광철 대통령민정비서관,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에 대한 기소 문제를 놓고 기존 수사팀과 이 지검장이 대립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 검찰 인사 직후 인사 반발에 사표

서울중앙지검장, 법무부 검찰국장,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과 공공수사부장 등 ‘빅4’ 요직을 일부 검사들만 돌아가면서 맡는 인사 관행도 재확인됐다. 심재철 신임 법무부 검찰국장(27기)은 직전에 검찰 핵심 요직인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맡았다. 올 1월 인사에 이어 빅4 요직이 모두 호남 출신으로 채워졌다. 이뿐만 아니라 이번 인사로 27기 검사장 7명 중 5명이 호남 출신이다. 이른바 조국 사태 이후 검찰 구성원을 검찰개혁 찬반 세력으로 양분하면서 사실상 지역 안배가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추 장관과 대립각을 세웠던 문찬석 광주지검장은 7일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좌천성 발령이 나자 사표를 제출했다. 그는 올 2월 전국 지검장 회의에서 윤 총장의 지시를 따르지 않은 이 지검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적이 있다.

장관석 jks@donga.com·위은지 기자
#검찰 인사#조남관#이성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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