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른척” vs “몰랐다”…경찰, 피해자-서울시 관계자 대질신문 가능성

  • 뉴시스
  • 입력 2020년 8월 6일 10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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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 동의→일정조율→대질신문 진행
"피해자, 변호인 통해 참여 의사 밝혀와"
"건강상태 고려…전문가에 가능한지 문의"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고소한 전 비서 A씨가 성추행 방임 등 의혹과 관련, 자신과 엇갈리는 진술을 한 서울시 관계자들과 대질신문도 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시 관계자들 중 일부도 같은 뜻을 경찰에 전한 것으로 파악돼 대질신문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6일 경찰에 따르면 대질신문은 통상 경찰이나 검찰 등 수사기관이 사실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진술이 엇갈리는 당사자와 참고인 등을 같은 시간 한 장소에 불러 관련 부분을 묻고 대답과 반박을 듣는 것이다.

보통 양측의 동의를 얻고 일정을 조율해 동석한 뒤 경찰이 준비해온 질문을 하고 거기에 대한 참고인이나 당사자의 진술을 듣고 상대방이 반박하는 형식이다.

현재 경찰은 서울시 전현직 관계자들의 성추행 방조·묵인 의혹과 관련해 20명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마친 상태다.

의혹의 핵심은 서울시 관계자들이 성추행 피해사실을 인지했는지와 이를 알고도 어떤 식으로 묵인했는지에 대한 것이다.

현재 문제는 피해자와 진술과 일부 참고인 간 진술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다.

A씨 측은 앞선 기자회견에서 4년간 20여명의 서울시 전현직 관계자에게 성추행 사실을 털어놓고 전보 요청을 했으나 승인되지 않았고, 오히려 회유성 발언까지 들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해당 관계자들은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해 A씨가 부서 변경을 먼저 요청한 적이 없고, 오히려 비서실에서 먼저 인사이동을 권유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의 진술이 이처럼 완전 상반돼 수사에 어려움을 느낀 경찰은 A씨와 참고인을 대면해서 조사하는 대질신문을 고려중이다.

대질신문은 당사자의 의사가 전제돼야 하는데, 최근 A씨는 대질신문을 할 의사를 변호인을 통해 밝혔다고 한다. 참고인들 중에서도 대질신문 수용 의사를 밝힌 사람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A씨가 현재 정신적 상태가 좋지 못한 점을 들어 경찰은 전문가들에게 A씨 대질신문이 가능한지를 물어보는 과정을 진행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4일 기자들과 만나 “피해자는 대질심문을 희망하지만 현재 정신적 상태가 너무 안 좋다”며 “전문가를 통해 (피해자가) 대질심문이 가능한지를 알아보는 중”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는 의료전문가, 변호사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경찰은 참고인들 중 진술이 엇갈리는 전원이 아닌 선별해서 하는 걸 고려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대질신문 대상은 참고인 20명중 일부이며, 대질 일정을 조율 중”이라며 “하지만 대질심문이라는 게 명분찾기식으로 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된다. 무조건 하는 게 아니라 의미있는 경우를 선별해서,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고 했다.

한편 경찰은 A씨와 진술이 다른 참고인들 중 일부에 한해 거짓말탐지기를 통한 참고인 조사를 고려 중이라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거짓말탐지기는 관련자들 동의가 전제돼야 하는만큼 동의를 받아 진행하려고 한다”며 “피해자에 대해서는 거짓말탐지기 이용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현재는 참고인들에 대해서만 거짓말탐지기 이용을 고려 중”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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