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구청장 “태릉골프장에 1만 세대 건립? …베드타운 전락 우려”

  • 동아닷컴
  • 입력 2020년 8월 4일 17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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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록 노원구청장은 4일 정부가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의 하나로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부지에 1만 세대 규모의 아파트를 짓기로 한 것과 관련해 “이곳을 단순히 아파트 단지로 개발할 경우 당초 목표인 집값 안정보다 노원구를 더욱 심각한 베드타운으로 전락시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고 지적했다.

오 구청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 정부가 주택공급 대책을 발표했다. 그 대책 중에는 노원구 소재 태릉골프장 부지에 아파트 1만 세대를 건설한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오 구청장은 “노원구는 전체 주택의 80%가 아파트로 이루어져 우리나라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곳”이라며 “이러한 곳에 충분한 인프라 구축 없이 또 다시 1만 세대의 아파트를 공급한다는 것은 그동안 많은 불편을 묵묵히 감내하며 살아 온 노원 구민들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신규주택의 공급을 늘려야 하는 대통령님의 고민도 충분히 이해한다”며 ▲저밀도 주택공급을 원칙으로 해줄 것 ▲태릉골프장 부지의 50%를 노원 구민에게 돌려줄 것 ▲획기적인 교통대책을 먼저 수립할 것 ▲육사 이전 시 빅데이터 및 AI 산업의 전초기지로 조성해줄 것 등을 요구했다.

오승록 노원구청장ⓒ News1
오승록 노원구청장ⓒ News1
오 구청장은 “태릉골프장 83만㎡에 1만 세대를 건설할 경우 매우 심각한 고밀도 주택단지가 되어 전체 주택의 80%가 아파트인 노원구의 베드타운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해 임대 주택 비율은 30% 이하로 낮추고, 나머지는 민간 주도의 저밀도 고품격 주거단지로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태릉골프장은 노원구에 있지만 구민들에게는 접근조차 어려운 지역이었다”며 “태릉 골프장 개발에 따른 부지의 50%를 일산의 호수공원, 분당의 중앙공원과 같이 공원으로 조성하여 노원 구민들이 향유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태릉골프장 주변은 지금도 교통 체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역”이라며 “문제 해결을 위해 태릉골프장 주변의 도로망을 획기적으로 신설·확충하는 광역 교통 개선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서울=뉴스1) 서울환경운동연합 회원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태릉골프장 그린벨트 해제를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주택공급확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태릉골프장 등을 개발해 수도권에 26만 가구 이상의 주택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2020.8.4/뉴스1
(서울=뉴스1) 서울환경운동연합 회원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태릉골프장 그린벨트 해제를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주택공급확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태릉골프장 등을 개발해 수도권에 26만 가구 이상의 주택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2020.8.4/뉴스1
또 그는 “육사 이전 시 빅데이터 및 AI 산업의 전초기지로 조성해달라”며 “어쩔 수 없이 육사를 이전한다면, 이 일대는 아파트 건립보다 자족 기능을 높이는 직주 근접 산업이 들어와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빅데이터·AI 원천기술 등 융복합 생태계 구축으로 도시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끝으로 “자칫 태릉골프장 택지 개발이 강남북 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교통, 녹지환경, 교육, 사회복지 인프라 등을 충분히 감안해 강북 인근 주민에게 새로운 혜택이 될 수 있는 쪽으로 계획을 세워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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