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공수처 서두르다 초장부터 ‘헛발질’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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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선정 공수처장 추천위원 사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시행일(15일)을 일주일 앞둔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마련된 공수처 설립준비단 사무실 앞에 취재진이 모여 있다. 2020.7.8/뉴스1 © News1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시행일(15일)을 일주일 앞둔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마련된 공수처 설립준비단 사무실 앞에 취재진이 모여 있다. 2020.7.8/뉴스1 © News1
더불어민주당이 1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추천위원으로 선정한 장성근 전 경기중앙변호사회장이 박사방 공범 변호 논란으로 7시간 만에 사임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선 “집권여당이 마음만 급해 서두른 결과”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공수처 출범 법정시한(15일)이 임박하면서 민주당이 여당 몫 추천위원 선정을 강행해 미래통합당을 압박하려다 ‘사고’를 쳤다는 것.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공수처 설치법(공수처법)을 통과시키고도 정작 출범을 못 시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던 상황이다. 공수처장 임명과 이를 위한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 구성 등 단계별로 거쳐야 하는 절차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공수처법상 추천위원은 법무부장관·법원행정처장·대한변호사협회장 등 3인과 여당 추천 2인, 야당 추천 2인 등 7인으로 구성된다.

야당 몫 추천위원 추천을 거부하는 통합당에 맞서 여당 몫 추천위원 선정을 강행한 민주당은 이날 예상치 못한 ‘자살골’에 당황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이경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변호사의 사건 수임 내역은 본인이 먼저 얘기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며 “서류 검증을 하고 지역 내 평판조회를 해도 수임 사건 자체는 알기 어렵다”고 했다. 시간에 쫓겨 급하게 일처리를 하려다 낸 실수는 아니라는 해명이다.

장 전 회장은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수임 당시에는 박사방 사건에 연루된 사실을 몰랐다가 사건이 진행되면서 알게 됐다”며 “워낙 다양한 사건을 다루니까 후보추천위원 선정 과정에서 민주당에 사건 수임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이렇게 민주당에 누를 끼치게 돼 몸 둘 바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4·15총선에서 176석 ‘거여’로 거듭난 민주당은 개원 전부터 “21대 국회에선 반드시 검찰개혁 입법과제를 완수하겠다”며 ‘공수처 속도전’에 나선 상태다. 여권 관계자는 “총선에서 지지층이 대대적으로 결집해 ‘슈퍼여당’으로 만들어줬는데도 공수처 출범을 제때 못하면 자칫 레임덕 가속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여권 내에 있다”고 했다. 하지만 원 구성 협상 지연에 더해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망 등으로 물리적으로 공수처 출범 예정일을 못 맞추게 되자 민주당이 더 조급해진 것으로 보인다.

이날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당 회의에서 “통합당은 도대체 무엇이 두려운 거냐”며 “민주당은 법과 절차대로 공수처 출범을 추진하고 인사청문회법 등 공수처 후속 3법을 7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했다. 이어 “우리 당 법사위원들은 8일 설립 준비단을 방문해 준비 상황을 점검하는 등 공수처 출범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도 했다.

지난달 24일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해 달라는 문재인 대통령 명의의 공문을 국회에 보내며 야당을 압박했던 청와대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여야 합의 불발로 국회 의사일정이 줄줄이 연기되면서 법정 시한인 15일 출범은 이미 물 건너갔고 통합당이 추천위원을 선정하지 않으면서 공수처 출범 시기도 깜깜이 형국이던 상황. 여기에 공수처장 추천위원 선정마저 지연되면서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어떻게 제대로 검증도 하지 않고 그런 사람을 추천했냐”라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형두 통합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무엇이 그리 급해 위헌심판 중인 공수처법을 서두르며 공수처장 추천위원 임명을 강행하나”며 “박사방 공범 변호인을 공수처장후보 추천위원으로 임명하다니 도대체 어떤 공수처장 후보를 원하는가”라고 비판했다.

최혜령 herstory@donga.com·황형준 기자
#더불어민주당#공수처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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