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은 만족, 간부는 글쎄… 효율성엔 모두 엄지척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코로나가 앞당긴 재택근무의 일상화
집에서 일에만 집중할 수 있고 출퇴근 시간 줄여 피로 감소효과
20대 “잡일 안시켜 맘에 든다”
50대 “공동업무엔 아직 한계”

SK텔레콤 직원 이태훈 씨가 집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 씨는 코로나19가 유행한 2월 말부터 약 한 달간 재택근무를 했다. 이태훈 씨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가 2월부터 급속히 늘자 국내 기업들은 ‘강제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미처 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회사 문을 닫고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공지하는 기업이 한두 곳이 아니었다.

그때부터 인스타그램 등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는 ‘나 이렇게 (집에서) 일해요’를 알리는 ‘재택근무 인증 샷’이 넘쳐났다. 지난해 1∼5월 정부에 재택근무 지원금을 신청한 인원은 84명. 올해는 같은 기간 1만9556명으로 늘었다. 더 이상 재택근무가 낯선 근무 형태가 아니게 된 것이다. 뜻하지 않게 찾아온 재택근무에 임원부터 신입 직원까지 모두 당황했다. 재택근무를 경험해 본 직장인들의 ‘후기’를 들어 봤다.

○ “재택근무 만족한다” 20대 100% vs 50대 50%
처음으로 재택근무의 ‘맛’을 본 직장인들은 얼마나 만족하고 있을까. 개인에 따라 생각이 많이 다를 수 있지만 대체로 만족도가 높았다. 젊은 직장인일수록 더 만족한다는 경향성이 뚜렷하다.

외국계 소프트웨어 솔루션업체인 SAP코리아는 최근 임직원 371명을 대상으로 2주 동안의 재택근무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20대의 경우 남녀를 불문하고 100%가 재택근무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반면 50대 남성 직원들의 만족도는 54.5%에 그쳤다. SAP코리아 임직원 전체의 재택근무 만족도가 89.5%였던 점을 감안하면 연령에 따라 만족도가 뚜렷하게 갈린 셈이다.

정보기술(IT) 기업인 인프라웨어에서 정보보호 업무를 담당하는 30대 백송희 씨는 “개인적으로 재택근무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98점”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2월 말부터 전체 직원의 50%가 재택근무를 했다. 지금은 ‘업무 정상화’가 이뤄졌지만 재택근무에 대한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아 월 4회 재택근무를 허용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재택근무 우수기업으로 꼽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사업장을 직접 찾아보기도 했다.

백 씨는 “코로나19 사태 전까지는 한 번도 재택근무를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지금은 너무 만족스럽다”며 “출퇴근 시간을 아낄 수 있을 뿐 아니라 온전히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재택근무를 해도 업무에 큰 불편함은 없다고 한다. 백 씨는 “회사에서는 일을 하다가 빠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어떤 직원을 직접 찾아가던 것이 지금은 전화나 화상회의로 대체하는 정도”라며 “만약 회사 업무에 차질이 있었다면 회사가 지금처럼 추가 재택근무를 인정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간부 사원들 사이에선 조직관리, 팀워크 등을 고려할 때 재택근무를 전면 도입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3월 한 달 동안 재택근무를 했던 IT 대기업 임원 A 씨는 “함께 하는 공동업무를 추진할 때는 재택근무의 허점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제 코로나19에 따른 강제 재택근무 실험은 마무리 단계지만 재택근무의 필요성에 대해선 여전히 ‘시각 차이’가 있는 상황이다.

○ 업무 효율은 이구동성 “의외로 높다”
직장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업무 성과다. 사무실이 아닌 집에서 일할 때 업무 효율은 어떻게 될까. “회사에서 일하는 것보다 낫다”는 반응이 예상외로 많았다.

올해 2월 말부터 4월 초까지 재택근무를 했던 SK텔레콤 이태훈 매니저는 “회사에서 일할 때보다 집에서 할 때가 집중도가 20% 정도 더 높은 것 같다”고 했다. 이 매니저는 지금도 주 1, 2회 집에서 업무를 본다. 그는 “출근하면 얼굴을 마주하게 되니 내 업무가 아니라도 갑자기 떨어지는 일이 있다”며 “집에 있으면 온전히 내 일에만 집중할 수 있어 업무 효율이 높아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입사 이후 SAP코리아에서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담당하는 주인애 씨는 직장인이 되자마자 재택근무를 경험했다. 주 씨는 “다른 부서 직원들을 거의 만나지 않은 상태에서 일하는 게 어렵다”면서도 “전화와 화상회의 등을 활용한 업무에 익숙해지니 업무 효율엔 문제가 없다”고 했다.

재택근무의 효율이 사무실 근무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에는 ‘관리자 이상’ 직급도 동의한다. SAP코리아 사내 조사에서 재택근무에 대한 만족도가 50%대 수준으로 가장 낮았던 50대 남성들도 재택근무의 효율성에 대해선 거의 대부분이 “보통 이상”이라고 답했다.

기업 인사담당자들 사이에선 적어도 10년 이상 걸렸을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이 코로나19 사태로 불과 3, 4개월 만에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만큼 재택근무 등 비대면 근무에 대한 기업의 인식과 태도가 크게 바뀌었다는 얘기다.

○ ‘재택근무=프리랜서’ 아니다
재택근무를 경험한 직장인들은 재택근무 때 반드시 지켜야 할 ‘룰’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프리랜서가 아닌 만큼 그날 해야 할 업무가 무엇인지 계획을 세우고, 이를 회사와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의 이 매니저는 재택근무를 할 때면 반드시 출근 복장으로 갈아입는다. 그는 “복장 규정이 있는 건 아니지만 편한 옷을 입으면 업무에 집중이 잘 안된다”며 “집에서도 스스로 업무와 휴식의 구분을 짓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초보 재택근무자가 흔히 하는 실수가 일과 업무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다. 오전 시간을 허비하는 통에 점심을 거른다거나, 업무에 집중하지 못해 ‘재택야근’을 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런 경우를 막기 위해선 미리 계획표를 만들고 이를 회사와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IT 업체가 정리한 ‘재택근무 준수사항’에는 △출퇴근 시간 지키기 △재택근무 일정 사전 공유 △빠른 피드백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상태 유지 등이 포함돼 있다. IT 업계 종사자 B 씨는 “재택근무 때 조직 내부와 커뮤니케이션이 잘되지 않으면 업무보다 의사소통에 더 신경을 쏟아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며 “그럴 때면 차라리 출근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오용석 SAP코리아 기업문화총괄 파트너는 “재택근무를 할 때는 어떤 업무를 하고 있는지 부서와 공유하고 성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복지 차원이 아닌 성과 창출을 위한 ‘플러스알파’가 돼야 재택근무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재명 jmpark@donga.com·송혜미 기자
#재택근무#업무 효율#코로나19#sap코리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